필자는 이전 글 "1865와 몬테스 알파를 구매할 때 참고할 만한 정보 (1)"에서 와인 점수와 와인 시음기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 글에서는 마지막으로 테크니컬 리포트, 데이터(Technical Report, Data)에 대해 살펴보려고 한다.
와인의 맛과 개성을 결정하는 요소는 크게 세 가지가 있는데 토양과 기후, 품종과 재배기술 그리고 양조와 숙성기술이 그것이다. 이 세 가지 요소가 최적으로 결합하면 와인생산자가 지향하는 맛과 개성이 담긴, 그리고 균형미를 갖춘 완성도 높은 와인이 탄생한다. 프랑스에서는 이 세 가지 요소를 합쳐 “떼루아 Terroir”라고 지칭한다.
와인의 품질과 개성의 등급은 세 가지 요소의 크기로 이해할 수 있다. 즉 토양의 상태, 토양에 적합한 포도품종인지의 여부, 어떤 양조와 숙성 방법을 채택하는지에 따라 와인의 등급이 결정된다. 구세계 와인산지에서는 이 세 가지 중 토양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여긴다. 여기에는 역사가 짧은 신세계 와인산지와는 달리 오랜 세월에 걸쳐 토양의 질이 검증되어 온 배경도 있다.
예를 들면 프랑스에서는 와인의 등급을 토양의 등급으로 구분하는데, 부르고뉴 지역은 포도밭을 기준으로 마을 단위인 Villages, 그 위의 1등급인 Premier Cru 그리고 최상급인 Grand Cru로 나뉘고 해당 포도밭에서 생산된 와인의 등급은 해당 포도밭의 등급을 따라간다.
시음기가 와인의 개성(Wine-ality)을 나타내는 정보라면, 테크니컬 리포트는 와인의 개성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설명해 주는 정보이다. 음식으로 치면 ‘레시피’에 해당한다. 테크니컬 리포트는 해당 와인이 생산된 해의 세 가지 요소에 관한 정보를 담고 있고, 이 정보를 통해 소비자는 와인의 개성을 이해하거나 추측할 수 있다.
테크니컬 리포트는 와인생산자의 홈페이지에서 찾아볼 수 있다(국내 수입사가 제공하는 정보는 테크니컬 리포트의 일부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아래는 Vina Montes에서 제공하는 테크니컬 리포트의 양식으로, 일반적으로 어떤 내용이 기술되어 있는지를 설명한 그림이다.
이제 몬테스 알파 까베르네 소비뇽과 1865 싱글 빈야드 까베르네 소비뇽의 테크니컬 리포트를 비교해 보자.
ㅇ 몬테스 알파 까베르네 소비뇽 2013년 테크니컬 리포트 (원문)
ㅇ 1865 싱글 빈야드 까베르네 소비뇽 2011 테크니컬 리포트 (원문)
위 표의 내용처럼 두 와인은 포도품종부터 숙성 방식에 이르기까지 약간의 차이가 있다. 이 때 각 와인의 품종 비율과 오크통 숙성방법은, 이전 글에서 살펴보았던 두 와인의 시음기와는 다음과 같은 연관성을 가진다.
품종 비율이 시음기에 미치는 영향
1865는 까베르네 소비뇽 100%를 사용하여 그 품종의 특징에 집중한 반면 몬테스 알파는 10%의 비율로 메를로를 섞었다. 몬테스 알파의 수확시기가 1865보다 이른 것도 이 때문이다.
까베르네 소비뇽과 메를로 품종의 전형적인 향을 비교하면 아래와 같다. 블랙커런트 향으로 대표되는 까베르네 소비뇽은 “Black” berry (검은 과일) 계열의 향이 주를 이루는데, 메를로는 체리와 같은 “Red” berry (붉은 과일) 계열의 향이 특징이다.
까베르네 소비뇽 100%인 1865 싱글 빈야드 까베르네 소비뇽의 시음기에는 “Dark” current의 향이 적혀 있는 반면, 몬테스 알파 까베르네 소비뇽의 시음기에는 “Red” current의 향이 적혀 있는데 이는 메를로를 10% 섞은 것에서 기인한다.
오크통 숙성 방법이 시음기에 미치는 영향
와인을 숙성시킬 때 오크통을 사용하면 여러 가지 효과를 얻는다. 그 중 아로마와 관련해서 오크통 숙성은 와인에 바닐라, 크림, 정향 같은 향신료, 스모크, 코코넛, 캐러멜, 커피, 초콜릿 등의 향을 더해 준다.1) 2) 새 오크통 비율이 높거나 토스팅(와인과 맞닿는 오크통 내부를 불로 태우는 작업) 정도가 강할수록 그 효과는 더 커진다.
새 오크통 비율이 50%로 높고 재사용 횟수도 두 차례뿐인 1865 싱글 빈야드 까베르네 소비뇽의 오크 숙성 효과가 몬테스 알파 까베르네 소비뇽보다 클 수밖에 없다. 1865의 시음기에 “Creamy”, “Cardamon, Sandalwood”, “Spicy” 같은 표현이 등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반먼, 100% 프랑스산 오크통을 사용하지만 새 오크통 비율이 낮고 두세 번 재사용하는 오크통이 많은 몬테스 알파의 시음기에는 “모카”와 “초콜릿” 향이 언급되고 있으며 오크에 의해 추가된 향은 적다.
지금까지 두 개의 칼럼을 통해 소비자가 와인을 구매할 때 참고할 수 있는 세 가지 정보에 관해 알아 보았다. 이 세 가지 정보는 서로 관련이 있으며 각각의 정보는 와인 구매, 소비, 생산의 관점에서 의미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
와인을 시음해보면 그 와인이 왜 높은 점수를 얻었는지 이해할 수 있고, 와인의 테크니컬 리포트를 읽어보면 생산자나 수입사가 제공하는 와인 시음기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반대로, 시음을 통해 와인을 잘 느낄 수 있다면 와인에 대한 점수와 그 와인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도 추론이 가능하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류홍준 박사가 이야기 했듯이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것만큼 아는 것”이 우리의 문화재라면, “아는 만큼 느끼고 느끼는 것만큼 아는 것”이 바로 와인이다.
참고자료
1) How Oak Barrels Affect The Taste of Wine, Wine Folly
2) UNDERSTANDING OAK AGEING, ENARTIS
■ 글쓴이_ 이상철
경영학과 마케팅을 전공하고 통신회사에 근무하고 있으며, 보르도 와인을 통해 와인의 매력을 느껴 와인을 공부하며 와인 애호가가 되었다.
중앙대 와인소믈리에 과정을 수료하고 WSET Advance Certificate LV 3 를 취득하였으며 와인 애호가로서 국내 소믈리에 대회에 출전하여 수상한 경력이 있다.
2004년 부터 현재까지 쵸리(chory)라는 필명으로 와인 블로그를 운영하며 개인 시음기와 와인 정보 및 분석적이 포스팅을 공유하며 생활 속의 와인 문화를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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