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이탈리아 관련 서적을 추천해 달라고 하면 망설이게 된다. 대부분이 실용서 위주이거나 저자의 지극히 주관적이고 감상적인 글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인터넷에서 책을 찾아보던 중 우연히 보석같은 책 한 권을 발견했다..
정부 관리의 연행록이나 해유록을 논할 때 박지원의 '열하일기'는 최고의 사행 기록이자 문학으로 추앙 받는다. 한편, 해방 정부 수립 이후에는 수많은 외교관들이 해외를 오갔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이렇다 할 연행록을 찿아보지 못했는데, 이탈리아 대사를 역임한 김영석 대사의 '이탈리아 이탈리아'(김영석 저 | 열화당 | 2016년 07월 31일)는 정말 좋은 책이다.
저자의 집필 동기 중 하나는, 조선 왕조가 유럽이 주도하던 19세기 세계질서에 능동적으로 편입하지 못하고 일본이라는 변방문화 내지 중간상인의 지배를 받아야 했고 이후에는 미국이라는 후발문화, 후견세력을 통해서 세계를 알게 되고 상대해 왔으나 지금은 아니라는 것이다. 저자는 서양문명의 시원에서 서양문화의 명암을 직접 가늠하는 기회를 갖기 위해 이 책을 출간했다는, 거대한 담론을 제시한다.
사실 이 책은 기행서라기 보다는 역사와 문화가 결합된 인문학 서적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리고 지리를 잘 모를 경우에는 이탈리아 지도를 펼쳐 놓고 비교하면서 읽으면 좋다. 대부분의 도시는 흔히들 많이 찿는 도시들이다.
관광과 여행은 다르다. 관광은 기분으로 떠나고 남이 짜준 프로그램에 맞추어 이동하지만, 여행은 나름의 생각을 갖고 자신의 계획에 따라 움직이는 생산적인 답사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사전에 많은 선행학습이 필요한데, '이탈리아 이탈리아'를 이탈리아 여행을 위한 필독서로 추천한다. 필자 역시 덧칠에 덧칠을 해서 더욱더 풍부해진 느낌이다.
휴가철이 다가오고 있다. '참회록'으로 유명한 로마의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Il mondo e libro,e chi non viaggia legge solo una pagina.
이 세상은 한 권의 책, 여행하지 않는 이는 책을 한 페이지만 읽는 셈이다.
서양문명의 시원을 서술한 또 한 권의 책, 그리스 로마 이야기의 대가 시오노 나나미의 '그리스인 이야기 1권'이 출간되었다(시오노 나나미 지음 | 이경덕 옮김 | 살림출판사ㅣ2017년 4월 10일). 시오노 작가의 책은 로마인 이야기, 로마 멸망이후의 지중해 세계, 십자군 이야기로 옮겨가다가 이번에는 그리스인 이야기를 다루었다.
솔로의 개혁, 클레이스테네스의 개혁, 소수의견, 살라미스 해전, 플라타이아이 전투 등 삼천 년 전의 이야기들은 현재 주변에서 일어나는 현상과 흡사하다. 영화로 접한 스파르타의 '300' 스토리가 현장감 있게 전개 된다.
책은 무료한 일상의 따분함을 달래주는 청량음료와 같은 것이요. 지적호기심과 탐구심을 충족시켜 준다. 이 책들을 읽으면서 함께 마실 만한 와인을 추천하는 것으로 이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이 와인은 지난 2월 살렌토 반도 Lecce 근방에 위치한 Conti Zecca라는 와이너리를 방문해서 마셨던 Cantalupi Salice Salentino Reserva( 2013 빈티지이다. 와이너리와 와인 이름이 재밌는데, Cantalupi는 '노래하는 늑대들', Conti Zecca는 '백작의 집'이라는 뜻이다. 이 와인은 네그로 아마로 라고 불리는 이곳의 토착 품종으로 만들었다.
글쓴이 _ 김동욱
1998년 한국에 ICIF라는 요리학교가 처음 소개되었을 때 첫 번째 기수로 이태리 요리 수업을 받았다.
건축, 의류, 요리 등 의식주와 관련한 일은 다 해 본, 소위 노매드 인생을 살고 있다. 지금은 20여 년째 요리를 하고 있다.
2000년 광주에 '시에테벨리'라는 레스토랑을 오픈했고 딱 20년만 운영할 게획이다. 노후의 소일거리와 용돈벌이를 위해 빵집 '파니벨리'도 2014년에 오픈했다.
손재주로 주욱 먹고 살아왔는데, 취미로 한 요리 생활까지 합하면 30년 이상은 될 것 같다. 과거, 무역학을 전공헀고 의류 회사를 다녔으며 이태리 의류 수입 사업을 한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