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빅 데이터’가 모든 산업에서 큰 주제다. 마케팅 개념의 핵심은 소비자의 구매 욕구(Needs)를 이해하는 데서 출발한다. 초기에는 소비자의 구매 의도(Intention) 또는 구매 태도(Attitude)를 통해 구매 욕구를 분석하려 했고 그 방법으로 설문조사와 같은 시장조사 기법이 개발되고 발전되어 왔다. 하지만 정보화 산업이 발달하면서 전화통화나 은행 계좌거래를 통해 짧은 기간에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소비행위가 이뤄지고, 그 과정에서 데이터 흔적이 남으면서 이런 데이터 분석을 통해 소비자의 구매욕구를 이해하려 하기 시작했다. 더욱이 IT 기술의 발달로 데이터 양과 폭이 급증하면서 빅 데이터 분석이 각광을 받고 있다. 와인 산업에서도 이러한 분석으로 마케팅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까?
한국 와인 산업의 특성 상 와인 소비자의 구매행동에 관한 데이터를 구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Naver나 Google같은 검색 사이트와 SNS 데이터 분석 툴이 제공하는 일부 관련 데이터는 활용 가능하다. 와인 소비자의 관심이 와인 구매행위를 유발하고, 구매 욕구가 반영된 것이라면 와인 소비자에 관한 빅데이터 분석으로 와인 소비자의 행동을 엿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네이버 트랜드에서 국내 와인 소비자가 2007년부터 2016년까지 10년 간 "와인"과 "Wine"으로 검색한 량을 추출하였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여파로 해당 검색량은 급락하여, 2007년 검색량을 100%로 봤을 때 2011년에는 49% 수준으로 감소했고 이후 서서히 증가하여 2016년에는 2007년 대비 80% 수준으로 회복하였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의 여파는 소비자들의 관심도 뿐만 아니라 소비 패턴에도 영향을 미쳤다. 고가의 Premium Wine보다는 저렴한 Value Wine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마트1)의 와인 코너에서 와인을 구매하는 행위가 늘었다. 이러한 현상은 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미국, 일본, 프랑스, 독일 그리고 호주 시장을 보면 마트에서의 판매 비중이 적게는 56%에서 많게는 80%를 차지하며 와인 전문점의 비중은 11%에서 23% 수준이다. 좀 더 들여다 보면 독일 시장의 경우 마트 비중은 2006년 45%에서 2012년 56%로 증가하였고, 호주 시장의 경우에는 동기간 59%에서 77%까지 상승하였다2).
주1) Mart는 Supermarket, Hypermarket, Convenience Store, Discount Store, Drug Store 등을 포함
주2) 출처: Wine retail trends in Germany, UK, USA, Australia, Japan, France, Spain and Italy, ProWein 2015, March 2015.
정확한 데이터는 없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도 비슷한데, 와인전문점에서의 와인 유통량보다 마트에서의 와인 유통량이 더 커진 것을 느낄 수 있다. 이와 같은 구매 패턴의 변화는 네이버 트랜드의 검색어 변화량으로 유추해 볼 수 있다. 2007년부터 2016년까지 “와인전문점"과 "마트와인" 검색량을 비교해 보면, "와인전문점"의 경우 2007년 이후 급감했다가 2011년을 저점으로 점진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반면, "마트와인"의 경우 2011년 이전에는 검색량이 미미했으나 2011년을 기점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그렇다면 와인 공급 측면에서 와인 수입 규모는 어떤 변화를 겪었을까? 수출입통계 자료에 의하면 2L 이하 용기 와인의 수입금액은 2003년 약 0.4억 달러에서 2016년 1.5억 달러로 규모 면에서 약 3.7배 성장하였고 연평균 성장률은 10.6%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수입금액은 2008년 1.5억 달러에서 2009년 1억 달러로 -35% 역성장한 후 3년 간의 침체기를 거쳐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해 2015년에는 1.5억 달러로 2008년 수준을 회복했다.
아래 왼쪽 그래프는 각 연도별 와인 수입금액과 와인 검색량의 비교 그래프이고, 오른쪽은 각 연도별 성장률/증가율을 비교한 그래프이다. 연도별 성장률과 증가율은 패턴이 달라 보이지만 2007년부터 2016년까지 와인 수입금액의 변화와 와인 검색 량의 추세는 하락 한 후 증가하는 유사한 패턴을 보인다.
좀 더 분석해 보자. 와인 검색량의 증가율과 그 전년도 수입금액의 성장률을 비교해 보면 한국 와인시장에서의 수요와 공급 간의 상관관계를 엿볼 수 있다. 아래 왼쪽 그래프는 n-1 년도의 와인 수입금액의 증가율과 n 년도의 와인 검색량 증가율을 그래프로 비교한 것이고, 오른쪽 그래프는 두 변수 간 회귀분석을 한 결과로 두 변수 간에 높은 상관관계(R2=69.7)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2008년 이후 한국 와인시장이 보여준 회복세는 공급이 수요를 견인한데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만약 와인 수요가 공급을 견인했다면 검색량 증가율의 변화가 와인 수입량 증가율보다 선행했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 반대이다. 다시 말해 와인 수입업체와 마트 같은 유통 채널이 와인 수입/공급을 늘리고. 할인 행사를 포함한 다양한 마케팅 활동으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어내 와인 소비를 늘린 것으로 봐야한다. 그러나 이처럼 공급이 수요를 견인하는 패턴은 2015년까지만 해당될 뿐, 향후 몇 년 간 와인시장의 성장 패턴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성장률/증가율 추이 그래프를 보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던 양쪽이 2015/2016년에는 과거의 추이에서 이탈하는 모습이다. 2015년 수입금액 성장률은 전년 대비 하락했는데, 동반 하락할 것으로 보였던 2016년 검색량 증가율은 반대로 전년 대비 상승했다. 와인 수입규모가 한국에서 와인 붐이 최고조에 달했던 2008년 이전 수준으로 회복된 지금, 지난 5~6년 간 수입/공급을 늘려왔던 수입업체와 유통 채널이 앞으로도 그렇게 늘려갈지는 미지수이다.
감소한 수입금액 성장률과는 반대로 증가세를 보인 검색량 증가율을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이전까지 공급자 측에서 와인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면, 이제는 소비자들끼리 서로를 이끄는 단계로 전환되었음을 알리는 징후는 아닐까?
아래는 "와인공부"와 "와인교육, 와인클래스"에 관한 네이버 검색 트랜드이다. 이를 살펴보면, 2008년 이전보다 지금의 와인 소비자는 와인 정보와 학습에 있어 더 능동적인 것을 알 수 있다. 2007년 대비 80% 수준이었던 와인 검색량은 2~3년 내에 100% 수준으로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추세가 계속되면, 소비의 회복세를 확인한 공급이 수요에 반응하는 다른 패턴이 나타날지도 모른다.
데이터 분석은 와인 산업에서도 도움이 될 여지가 있고 관련 기술과 데이터 량이 증가하면 그 잠재력은 더욱 커질 것이다. 앞서 살펴본 대로 현재 활용 가능한 데이터를 통해 다음의 두 가지를 확인할 수 있다. 2011년을 기점으로 저렴한 밸류와인을 마트에서 구매하는 소비 행태가 늘었고, 최근 한국 와인 시장의 회복은 소비자보다는 공급자가 견인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향후 한국 와인 시장은 몇 년간 소폭의 등락을 거쳐 도약의 모멘텀을 축적할 것으로 기대된다.
※본 칼럼은 <WineOK>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 글쓴이_ 이상철
경영학과 마케팅을 전공하고 통신회사에 근무하고 있으며, 보르도 와인을 통해 와인의 매력을 느껴 와인을 공부하며 와인 애호가가 되었다.
중앙대 와인소믈리에 과정을 수료하고 WSET Advance Certificate LV 3 를 취득하였으며 와인 애호가로서 국내 소믈리에 대회에 출전하여 수상한 경력이 있다.
2004년 부터 현재까지 쵸리(chory)라는 필명으로 와인 블로그를 운영하며 개인 시음기와 와인 정보 및 분석적이 포스팅을 공유하며 생활 속의 와인 문화를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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