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모젤(Mosel)의 특급 포도밭

독일 모젤Mosel의 특급 포도밭

글, 사진 _ 박찬준

와인법을 국제적으로 크게 두 종류로 구분한다 게르만 식 와인법과 로마 식 와인법.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게르만 식 와인법을 따르는 대표적인 와인 생산국이고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은 로마 식 와인법을 따른다. 게르만 식 와인법을 도입한 국가에서는 포도 품종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로마 식 와인법을 도입한 국가에서는 와인생산지역의 구분을 중요시한다. 예를 들어 “어제 어떤 와인을 마셨지?”라고 물으면 독일의 와인 소비자들은 “리슬링을 마셨어.”라고 답변하겠지만, 프랑스에서는 “보르도 와인을 마셨어.”라고 답변하는 것이 보다 일반적이다. 이 때 로마 식 와인법을 따를 경우 와인의 지역적인 특성을 강조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인데, 이러한 이유에서 오스트리아와 독일은 로마 식 와인법을 부분적으로 차용하고 있다. 오스트리아는 2002년 빈티지부터 DAC 제도를 도입하였는데 보르도 AOC 체계와 유사한 면을 띠며, 독일은 VDP(독일우수와인생산자협회)를 중심으로 개별적인 포도밭을 강조하면서 부르고뉴 AOC 체계에 가까워지고 있다.

독일이 게르만 식 와인법에 따른다고는 하지만 개별적인 와인산지와 개별적인 포도밭은 이미 19세기부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미국의 제3대 대통령이었던 토마스 제퍼슨(Thomas Jefferson)은 대통령에 당선되기 이전인 1784년부터 1789년까지 프랑스 주재 공사로 재직했었다. 이때에 프랑스 남부와 보르도 지방, 이탈리아의 북부, 벨기에, 네덜란드와 독일의 라인 강 지역을 자주 여행했었다. 와인애호가로 유명했던 그는 특히 보르도와 모젤의 와인에 깊은 관심을 가졌었다. 1788년 모젤 지역을 방문했던 그는 당시의 와인 시세를 기준으로 모젤의 대표적인 와인생산지를 5개 등급으로 분류한 기록을 남기기도 했는데, 브라우네베르크(Brauneberg), 그라흐(Graach)와 피스포르트(Piesport), 벨렌(Wehlen), 첼팅엔(Zeltingen), 베른카스텔-쿠스(Bernkastel-Kues)이 그것이다. 이러한 분류는 행정적인 마을단위의 구분을 기준으로 하였으며, 브라우네베르크라는 마을에서 생산되는 와인이 그 당시에 가장 고가로 분류되었다.

만프레드 라우셔(Manfred Rauscher)라는 독일인이 수집한 유럽의 호텔과 레스토랑의 오래된 와인 메뉴판을 살펴보면, 이미 1900년을 전후하여 모젤에서 생산된 와인에 개별적인 포도밭이 언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당시 모젤 와인이 보르도나 부르고뉴의 와인보다 비쌌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현재 모젤와인협회는 만프레드 라우셔가 수집한 와인 메뉴판을 바탕으로 “모젤 와인의 전성기(Moselwein zur Blutezeit)”라는 책자를 만들어 모젤 와인 홍보에 사용하고 있다.

모젤은 모두 6개의 ‘지구(Bereich, 베라이히)’, 20개의 ‘포도밭 집단(Grosslage, 그로스라게)’, 약 600개의 ‘단일 포도밭(Einzellage, 아인첼라게)’으로 분류된다. 6개의 ‘지구’ 중에서 모젤 강의 상류 쪽에 가장 가까운 것은 모젤토어(Moseltor)이며 라인 강과 만나는 가장 하류 쪽의 ‘지구’는 부르크 코헴(Burg Cochem)이다. 그러나 유명한 와이너리와 특급 포도밭들이 가장 많이 모여있고 가장 넓은 면적에서 포도가 재배되는 곳은 베른카스텔(Bernkastel)이라는 ‘지구’다. 모젤의 대표적인 특급 ‘단일 포도밭’과 이 포도밭이 속한 지구 및 마을은 다음과 같다.

모젤에서 생산되는 와인의 레이블에 ‘Wehlener Sonnenuhr(벨레너 존넨우어)’라고 표시되어 있으면 Wehlen(벨렌)이라는 마을에 있는 Sonnenuhr(존넨우어)라는 포도밭에서 생산한 포도로 만든 와인이라는 뜻이다. Wehlen에 붙은 –er은 소유격 ‘~의’라는 의미를 갖는다.

독일 최고의 와이너리로 손꼽히는 에곤 뮐러(Egon Muller)와 최근 각광 받고 있는 와이너리 판 폴셈(Van Volxem)은 빌팅엔(Wiltingen)에 있는 샤르츠호프베르크(Scharzhofberg)에 각각 포도밭을 소유하고 있다. 그러나 모젤 지역뿐만 아니라 독일 전체를 통틀어 가장 유명하고 비싼 포도밭은 베른카스텔(Bernkastel)에 있는 독토르(Doctor)라는 포도밭이다. 브렘(Bremm)에 있는 칼몬트(Calmont)는 세계에서 가장 경사진 포도밭으로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