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Sideways’ 의 무대, Santa Barbara

아침이어도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햇볕이 쨍쨍한 Paso Robles 를 출발한 우리들은 3시간 남짓 달려 Santa Ynez 에 도착, 산타 바바라 와인 생산자 협회의 회장인 Mr. Jim Fiolek 과 Paige 23 Wines 의 Mr. Christopher keller 대표를 만났다.

[구릉지대에 조성된 포도밭]

Santa Barbara County 의 와인 역사는 캘리포니아가 주(州)가 되기 전부터 200년이 넘는다. 그러나 현대적인 와인 생산과 포도 재배는 1960년대에 이르러 시작되었고 대대적인 혁신과 전통이 조화를 이루면서 발전하게 된다.

지난 25년간 Santa Barbara 에서 와인 산업은 르네상스를 맞았는데, 이 지역은 북부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서늘하고 지질의 균형, 기후, 토양 그리고 물 등 포도 재배지로서 큰 잠재력을 가진 곳이라고 U.C. Davis의 연구에 의해 밝혀졌다. 잘 알려진 Santa Maria Valley, Santa Ynez Valley, Santa Rita 3개의 AVA 외에도 Las Alamos Valley 도 최근 추가되었다.

[▲동서로 뻗은 산맥]

보통 계곡은 북쪽에서 남쪽을 향하는데, 이 지역의 계곡만은 동쪽에서 서쪽으로 만들어져 대양에서 바람이 불어와 서늘해진다. 또한 낮과 밤의 일교차가 커서 포도가 천천히 잘 익는데 도움을 준다. 그래서 서늘한 기후를 좋아하는 피노 누아는 대양에 가깝게, 카베르네 소비뇽은 대륙 쪽에 심는다고 한다. 이 지역은 프랑스 부르고뉴처럼 피노 누아와 샤도네이를 중심으로 재배하고 시라, 카베르네 소비뇽, 소비뇽 블랑을 추가로 재배하고 있다.

[낚시친구이기도 한 Jim Fiolek(좌)와 Christopher keller(우)]

현재 이 지역에는 130개 정도의 와이너리가 있는데, 대부분 개인이나 가족단위의 와이너리가 많고 생산량 또한 5,000 상자 정도로 상당히 적은 편이다.

협회 회장인 Jim Fiolek 씨의 사무실에는 테이스팅을 할 와인들이 가득했는데, 수출보다 Santa Barbara 와인의 우수성을 알리고자 준비했다고 한다.

사실 여행의 피로가 몰려오는 마지막 날이었지만, 워낙 적은 물량 때문에 국내에선 만날 기회가 없을 거란 생각때문인지 몸의 피로는 잊고 테이스팅에 집중했다.

각 와이너리마다 개성과 스타일은 달랐지만, 샤도네이는 좀더 온화하고 우리가 알고 있던 캘리포니아 샤도네이와는 다르게 상쾌한 맛이 살아있다. 피노 누아는 오레곤의 피노 누아보다 부드럽고 향기로운 꽃이나 과실의 느낌이 많았다.

[다양한 맛을 보여준 Santa Barbara 의 와인들]

점심을 먹고 Jim Fiolek 씨의 안내로 영화 ‘Sideways’ 에서 등장해 유명해진 Sanford Winery 를 방문했다. 창립자 Sanford 는 Santa Barbara County 에서 처음 피노 누아 품종을 재배하기 시작한 선구자로 알려져 있다. 1971년에 시작한 와이너리는 1976년에 첫 와인을 선보였고 그 품질에 대한 놀라운 평이 이어졌다. 현대적인 설비를 갖추고 세 개의 피노 누아 싱글 빈야드를 개발하며 성장을 거듭했다. 2002년부터 Tarlato Wine Group 이 소유하며 과거의 성공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외부에 자리잡은 스테인레스 스틸 통들]

[외부와 차단되어 있는 셀러]

[와이너리 뒤 편으로 나가면 펼쳐지는 포도밭]

우리가 Sanford Winery 를 방문했을 때, 새로운 테이스팅 룸을 만드느라 번잡했고 공사 소음이 가득했다. 그러나 양조장과 셀러를 관통해서 펼쳐진 건물 뒤 포도밭은 평화롭고 아름답기 그지 없었다. 모두 손으로 만들어 햇빛에 말린 벽돌(어도비 벽돌)과 캘리포니아 자연석로 벽과 기둥을, 나무로 된 대들보와 천장을 만든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시원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싸늘해졌다. 지하가 아니지만 바깥의 기온을 완벽하게 차단해주는 것이다.

유명한 와인 전문가 Hugh Johnson 이 극찬했던 소비뇽 블랑을 맛볼 수 없었지만, 피노 그리지오, 샤도네이, 피노 누아 세가지를 테이스팅 할 수 있었다. 두 개의 피노 누아 싱글 빈야드 와인들은 각기 서로 개성은 다르지만, 복합성과 집중력을 가진 와인이었다. 특히 처음 피노 누아를 심은 Sanford and Benedict Vineyard 의 와인은 과일의 산도와 부드러운 타닌이 조화를 이뤄 벨벳 같은 감촉을 느끼게 한다.

[시음을 도와주었던 Sanford 의 직원들]

양조장에서 떨어진 테이스팅 룸으로 이동했다. 그곳은 영화 ‘Sideways’ 에서 주인공인 마일즈와 잭이 방문해 테이스팅을 했던 곳이다. 배우들이 와인 테이스팅 하는 것을 지켜보던 사람이 바로 창립자 Sanford 였다.

Sanford Winery 를 마지막으로 센트럴 코스트 와이너리 여행은 끝났다. 길다면 긴 여정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더 많은 와인을 만날 수 있었다. 여행이 마음의 키를 자라게 해주듯이 와이너리 여행은 와인에 대한 애정을 자라게 해준다. 또 다른 행복한 기억으로 남을 것을 생각하니 문득 부자가 된 듯한 마음이 들었다.

<시음와인>
Pinot Grigio 2004, Santa Barbara County
Chardonnay 2005, Santa Barbara County
Sanford 2005, Santa Rita Hills Pinot Noir
Pinot Noir 2005, Sanford and Benedict Vineyard
Pinot Noir 2005, La Rinconada Viney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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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스트와인 에디터 박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