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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광표

칠레 와인에 대한 편견 없애기

와인업계에서 일한 지 벌써 7년이 되었지만 와이너리 여행은 항상 나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나름대로 유럽의 주요 와인 산지들을 돌아보았지만 신세계와인의 대명사이자 최근 몇 년 동안 가장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하고 있는 남미의 와이너리를 방문할 기회가 없었다. 사실 작년에 가보았어야 할 여행 일정이었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말미암아 이루어 지지 못하였고 이번 2007년 3월에 신동와인과 함께 칠레, 아르헨티나의 주요 와이너리를 둘러 볼 소중한 기회를 갖게 되었다.

현재 전세계 와인시장은 프랑스, 이태리, 독일 등 구대륙 와인산지 국가들과 미국, 남미, 호주 등 신세계 와인산지 국가들과의 총성 없는 전쟁상태 이다. 최근 들어 몇 몇 굵직한 사건(?)들에서 보면 아마도 2000년대에는 아마도 신세계 와인산지 국가들의 승전보가 더욱 더 많이 들려올 것 같아 보인다.

우리나라는 최근 몇 년 동안 전세계 와인시장에서 가장 괄목할 만한 소비 성장을 보여주고 있는 나라이다. 역사와 자존심으로 똘똘 뭉쳐있는 프랑스 보르도의 거만한 와이너리에서도 요즘에는 모두들 ‘Coree, Coree를 주목하라’라는 말들이 입에 오르고 있고 그 동안 와인소국이었던 우리나라에서 과거에는 상상할 수 도 없는 엄청난 와이너리의 오너들이 대거 서울에 와서 다양한 행사들을 개최하고 있지 아니한가?

사실 와인소비의 후발국인 우리나라에서 와인시장의 대중화에 도화선을 지핀 국가는 누가 뭐라 해도 칠레임을 부정할 수 없다. 와인바에서 와인 주문을 받다 보면 “칠레와인으로 추천해 주세요.”라는 고객들이 상당히 많이 있다. 그래서 “칠레와인을 좋아하시나 봐요. 왜 칠레와인을 좋아하시나요?”라고 물어보면 대부분이 “칠레와인이 싸고 맛있잖아요.”라고 대답을 듣게 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물론 칠레와 FTA라는 외교적 큰 환경이 바탕이 되었다고 볼 수 도 있고 언론에서 많은 노출이 된 것이 사실이지만 사실 FTA가 체결 된 후 관세가 없어져 칠레와인 가격이 하락이 되어 와인애호가들에게 더욱 더 저렴하게 와인이 공급되지는 않았다.

과도한 농축감과 무게감, 부담스러운 높은 알코올 도수, 약간의 인공적인 느낌, 부족한 섬세함 등과 같은 외형적인 특징 이외에 혜택 받은 좋은 기후에서 오는 결과로 항상 좋은 빈티지를 자랑하지만 굴곡이 없어 재미가 떨어지는 느낌을 항상 가지고 있던 나는 신세계와인에 대한 다소 편향된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 최근 몇 년 동안 부르고뉴 와인과 바롤로/바바레스코 와인에 집중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던 나로서는 신세계와인에 대한 별다른 호기심을 가지지 못하고 있음도 스스로 고백하고 있었다.

이런 나에게 이번 칠레/아르헨티나의 와이너리 여행은 내가 가지고 있던 편견을 버릴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만들어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게 되었다.

36시간 후 산티아고 공항에 도착

서울에서 땅바닥에 구멍을 계속 뚫어 지구 반대쪽까지 뚫으면 어디가 나올까? 초등학교 자연시간에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했던 질문이 갑자기 생각이 났다. 아마도 ‘아르헨티나’가 정답이지 않았나 싶다. 세계에서 가장 ‘긴 나라’. 우리가 알고 있는 기본적인 상식 이외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나라.

‘칠레’는 절대로 가까운 나라가 아니다. 서울에서 칠레로 가려면 보통 미국 LA를 거쳐서 가는 것이 상식이지만 미국에 도착하여 비행기를 갈아 타려면 반드시 미국 VISA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일행 중에 미국비자를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 있어 애초부터 먼 길로 돌아가야 할 것이라고 짐작을 하고 있던 나는 여행 일정을 보고 겁부터 나기 시작하였다. “서울 à 뱅쿠버 à 토론토 à 산티아고” 엄청난 비행 스케줄이었다. 비행기를 타면 잠을 자지 못하는 고질병을 가지고 있는 나는 이번 여행의 최대 고비를 비행 스케줄이라고 단정하고 있었다. 어쨌든 이 무리한 일정을 넘어야만 했고 인천공항에서 출발하여 산티아고 공항에 도착하기까지 무려 36시간동안 비행기와 공항에서 혹독한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3월의 칠레는 늦여름이었다. 서울 늦여름의 후텁지근한 날씨와는 확연히 다른 따가운 햇빛 아래 건조한 공기와 함께 상쾌한 느낌까지 들게 하였다. 산티아고 공항에서 서쪽으로 해안가에 위치한 ‘Vina del Mar’라는 지역까지 가는 전경은 광활한 대지, 멀리 보이는 거대한 산맥의 끝자락이었다. 산은 멀리서 보면 민둥산과 같이 짙은 갈색의 땅바닥이 드러나 보이는 척박한 모습이었다. 마치 영화 ‘Star Wars’에서 외계인들이 살고 있는 행성과 같은 땅덩어리와 같은 느낌이 들었다.



Vina del Mar는 Valparaiso 항구 바로 옆에 새로 생긴 신도시이다. Valparaiso는 칠레를 태평양으로 연결해주는 아주 중요한 항구 도시이며 칠레의 와인산지와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어 칠레와인의 수출 기지항 역할을 하고 있다. 파나마 운하가 오픈 한 이후 이 항구 도시는 쇠퇴의 길로 접어들어 과거의 영화를 추억으로 묻고 있는 도시이다. 전성기 때에는 유럽의 각 국가에서 이민자들이 이주를 하여 도시 안에 각 국가별 정착지가 생기기도 하였지만 이들은 현재 모두 Vina del Mar의 깔끔하고 세련된 지역으로 이주를 하였다고 한다. 유럽에서 정착한 Valparaiso의 부유층들은 도시의 쇠락과 함께 모두 신도시로 떠나버렸고 그 곳을 가난한 칠레 원주민들이 들어와 아주 독특한 도시의 이미지를 생성하게 되었는데 80여 개나 되는 가파른 언덕의 골목 골목에 있는 크고 작은 건물들의 외관을 핑크색, 노랑색, 빨강색, 보라색, 민트색 등 다양한 색깔의 페인트칠을 하여 그 분위기가 너무 이국적이었다. 일행들은 언덕의 골목들을 도보로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칠레와인 투어의 첫날을 호기심 있게 시작하였다.


베스트와인 사이트에서는 한양여대·극동정보대 김창용 강사와 베스트와인·CASA del VINO의 은광표 대표의 서로 다른 칠레 와이너리의 여행기를 함께 연재하여 칠레의 풍부한 볼거리와 읽을 거리를 제공하도록 하겠습니다.

- ㈜ 베스트와인 & CASA del VINO 대표 은 광 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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