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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광표

부르고뉴의 와인 수도, Beaune 도착!

2006년 월드컵 결승(프랑스VS이태리)이 있던 지난 7월 9일 오후, 우리는 파리 드골 공항에 도착했다. 결승전이 있는 날이기 때문에 도로가 붐비지 않으리란 예상대로 뻥 뚫린 고속도로를 달려 부르고뉴, 정확히 Beaune으로 향했다.

겨자로 유명한 Dijon이 부르고뉴 와인 생산지의 입구라면, Beaune은 북쪽의 Côte de Nuits와 남쪽의 Côte de Beaune 사이에 위치하고 있어 부르고뉴 와인 산업의 중심이자 와인 뿐만 아니라 각종 고급 식자재들이 모이는 미각의 도시이기도 하다.

Côte de Nuits와 Côte de Beaune의 마을과 포도밭을 두루 돌아볼 계획을 가진 우리는 Beaune을 전진기지로 삼았다. 차로 3시간 넘게 달려와 밤 12시가 되서야 우리는 이 조용한 소도시에 입성했고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짐을 내려놓기가 무섭게 잠이 들었다.


볼래? 안 볼래? - Volney

어제의 피곤함은 다 어디 갔을까? 다시 쌩쌩한 얼굴이 된 우리는 아침이 시작되는 Beaune 시내의 한 까페에서 커피와 크로와상으로 아침식사를 하고(프랑스인들처럼) 부르고뉴에서 가장 여성스러운 와인을 생산하는 Volney 마을로 향했다. 발음이 비슷해서 ‘볼래? 안 볼래?’ 라며 우스개 소리를 하다가도 도로 양쪽으로 펼쳐진 포도밭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카메라에 담느라 여념이 없었다.

▲아직 조용한 Beaune 시내의 아침 ▲아침식사를 한 광장 앞의 까페

Volney 마을은 Pommard와 Meursault 사이에 위치하고 주로 피노 누아가 재배되며 레드 와인이 만들어지고 있다. 포도밭의 면적은 213ha이며 그랑크뤼는 없고 대부분이 프르미에 크뤼 포도밭이다. Volney 와인의 특징이라면 단연 정교함과 우아함이다.

주홍색에서 깊은 루비색깔을 띠며 라스베리나 블랙베리, 스트로베리 등 베리류의 향과 제비꽃의 향을 느낄 수 있다. 부드러운 타닌은 시간이 지날수록 감칠맛이 나고 우아하고 섬세한 피니시를 갖는다.

어떤 포도밭에서 생산되었느냐에 따라 좀더 단단하고 강한 느낌이 압도적인 와인도 있는데 이런 와인들은 장기숙성을 거쳐야만 피어난다니, 그 잠재력이 얼마나 큰 지 짐작할 수 있다.


▲Volnay 마을 입구

Volney의 유명한 와인 생산자라면 일반적으로 Domaine de Montille, Marquis d’Angerville 그리고 우리가 방문하기로 한 Michel Lafarge를 꼽는다. 이 Michel Lafarge는 부르고뉴에서 Biodynamic 방식으로 포도를 생산하는 도멘 중 하나로 유명하다.

장마비가 오락가락하는 서울과는 전혀 다르게 색종이같이 새파란 하늘에 햇볕이 눈부시게 쏟아지는 날, 우리는 포도밭 사이를 걸어 아름다운(그림엽서에 담아도 손색없을 정도로) Volney 마을에 도착했다.

조용한 마을 안에서 기계?恬??유난히 크게 들리는 집의 대문을 두드리니, 웬 백발의 키가 훤칠한 할아버지가 나오신다. 앗! 우린 짐짓 놀랐지만 자신이 바로 Michel Lafarge 라며 약간 무표정한 얼굴로 소개했다.

▲현재 오너이자 와인 메이커인 Michel Lafarge

안으로 들어가니 병입한 와인들에 에티켓(레이블)을 붙이는 작업 중이었는지, 나란히 세워져 있는 와인 병들이 보였다. Michel Lafarge 할아버지의 안내로 집 뒤에 위치한 포도밭(수탉과 암탉이 포도밭 사이를 부산스럽게 돌아다니고 있었다.)과 미로 같은 지하 까브를 차례로 구경했다.

Lafarge 가족이 살고 있는 집의 지하로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빈자리 없이 오크통과 병들이 보관되어 있었다. 2004년 빈티지 Aligoté, Aligoté Dorés, Meursault 세 가지 화이트 와인들을 시음했다. Aligoté, Aligoté Dorés는 신선하고 청아했고 Meursault는 우아했다.

시음 중에 우리 중 한 명이 Aligoté Dorés에 대한 질문을 던져 즉석 강의가 시작되었다. 몇몇 사람들이 Aligoté를 늦게 수확해 만드는 와인으로 오해하고 있는 Aligoté Dorés는 늦수확(late havest)하고??관계없는 화이트 품종 중 하나다. 포도알의 색깔이 황금빛 (Doré)이기 때문에 그런 오해를 낳았던 것…

부르고뉴에서도 이 Aligoté Dorés를 생산하는 도멘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흔치 않다. 실제 시음을 해보니, 풍미는 크게 다르지 않지만 Aligoté보다 부드러운 느낌이었다. 이미 정평이 나 있는 Michel Lafarge의 Aligoté Dorés를 맛볼 수 있는 게 행운이란 생각이 들었다.

▲지하 까브의 모습 ▲에티켓도 없는 병에 담겨진 시음 와인들

할아버지는 까브 이쪽 저쪽에서 와인을 하나씩 가져와 우리에게 따라주었다. 뒤이어 레드 와인으로 Bourgogne Rouge, Volney 와 Michel Lafarge의 프르미에 크뤼 와인인 Clos du Château des Dous과 Clos des Chênes 2004년 빈티지를 시음했다.

지역 와인이나 마을 단위의 와인은 우아하고 과일향이 풍부했고 프르미에 크뤼 와인들은 단단하고 응축된 힘을 느낄 수 있다. 우리가 뽑은 ‘the best wine’은 Clos des Chênes였다. 흠잡을 데가 없을 정도로 완벽한 와인으로 꽉 찬 구조감과 풍부하고 복합적인 과일의 풍미 그리고 장기숙성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게 했다.

시음을 끝내고 어두운 까브에서 나와 처음 들어온 창고로 올라와 한국에서 준비해 온 작은 선물을 전하고 작별 인사를 한 후 부르고뉴 여행의 첫 방문을 마쳤다.

- 베스트와인 에디터 박지연 -


1. Route des Grands Crus : Dijon에서 Santenay까지 연결되는 도로로 Gevrey-Chambertin, Chambolle-Musigny 등 유명한 마을들을 잇고 있어 와인 루트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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