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의 날씨는 도도한 숙녀 같다.
뉴질랜드의 날씨는 도도한 숙녀 같다. 아무리 여름이 한창일 때라도 불쾌하게 끈적거리거나 눅눅한 열기를 느낄 수 없고 그늘에 들어서면 서늘하게 느껴질 정도로 상쾌하다. 겨울 역시 혹독한 추위는 아니다. 눈이 오고 바람이 불어도 우리나라처럼 살을 에는 체감온도는 느끼기 어렵다. 언제나 서늘한 바람과 기분 상쾌한 습도, 적당한 온도로 정말 살기 좋은 기후를 가진 나라가 뉴질랜드이다. 특히 눅진 거리는 여름을 싫어하는 한 친구는 기후 때문에 소비뇽 블랑이 성공적으로 재배되는 뉴질랜드에 이민 가고 싶다고 얘기했었다.
뉴질랜드는 소비뇽 블랑, 샤르도네, 피노그리 등 화이트 와인의 강국이다. 와인 스펙테이터 선정 세계 100대 와인에 이름을 올려놓았던 "Cloudy Bay"를 마셔보면 와인이 아니라 서늘하고 깔끔한 뉴질랜드의 기후를 마시는 느낌이다. 하지만 뉴질랜드는 화이트 와인 이외에도 종종 놀랄 만한 품질의 레드와인을 생산해내 깜짝 놀라게 하기도 한다. 오클랜드에서 가까??와이헤케(Waiheke)섬은 아름다운 해변과 까베르네 소비뇽을 주로 재배하는 레드와인의 생산지로 유명하다.
2003. 2. 25. 루이비통 컵에 이은 아메리카 컵 요트대회가 한창인 오클랜드에서 와이헤케 섬으로 떠나는 페리에 몸을 실었다. 아침부터 당장이라도 울 듯이 찌푸렸던 하늘은 드디어 비를 쏟기 시작했다. 비오는 날 혼자 섬으로 떠나는 와이너리 투어... 우울하기보다는 되려 사랑에 빠지기라도 한 듯 낭만적인 기분에 젖어 들었다.
12시. 배는 약속한 시간에 정확하게 바다를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뉴질랜드는 수돗물도 그대로 마실 정도로 깨끗한 자연환경을 자랑한다. 바닷물 또한 도저히 대도시의 선착장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맑은 코발트빛을 띠었으며 바다 특유의 비린내나 짠 냄새도 맡기 힘들었다. 맑은 바다 중간중간 떠있는 하얀 요트와 초록색 샘은 마치 캘린더의 사진을 보는 듯 아름다웠고 아무데나 카메라 앵글을 들이대면 바로 그림엽서가 될 것 같았다.
40분 정도 항해를 마친 배는 와이헤케 섬에 도착했다. 20여명의 관광객과 함께 선착장에서 기다리고 있던 버스에 올라 그림처럼 아름다운 섬 와이헤케의 빈야드 투어를 시작했다. 관광객들은 투어에 앞서 각자 어디서 왔는지 돌아가며 소개를 했는데 국적은 실로 다양했다. 하지만 대부분 유럽인들이었고 유일한 동양인인 내가 "Korea, South Korea"라고 말하자 순간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뒤이어 북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이 쏟아졌는데 나는 어찌 되었든 그들은 우리의 형제이고 나는 그들을 가족이라고 느낀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런 "민족"이라는 개념이 잘 이해가 안가는 듯 싶었다. 어느새 비는 그쳐있었고 하늘의 비구름은 빠른 속도로 흘러가며 청명한 가을하늘을 조금씩 보여주었다.
- 조 희 정 -
1. 뉴질랜드의 날씨는 도도한 숙녀 같다.
2. 그림처럼 아름다운 섬 와이헤케의 빈야드
3. Montana Chardonnay Reserve 2001
4. 뉴질랜드 최고의 피노누아로 꼽히는 Ata Rang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