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비즈니스의 중심, 본 (Beaune)
역시 훌륭한 그랑 크뤼 와인을 생산하는 알록스 코르통(Aloxe-Corton)을 지나자 드디어 본에 도착했다.
본의 마을 중심부는 순간 세월을 건너뛰어 다른 시대로 왔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중세시대의 성벽이 그대로 유지된 채 그 형태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본은 중세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와인의 역사와 부르고뉴 지방의 역사의 중심지로 세계적인 관광지여서 마을 전체에 와인 관련 산업과 포도주 지하 저장고인 까브(Cave), 레스토랑과 관광객을 위한 숙박시설이 발달해 있다.
본과 와인을 이야기할 때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명소가 바로 자선병원(Hospice de Beaune)이다. 이 작은 마을이 세계적인 부르고뉴 와인 비즈니스의 중심지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중세시대의 역사로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갈 곳 없고 가난한 이들을 돌보고 치료하기 위해 이 지방의 재상이 오텔디외(Hostel-Dieu)라는 병원을 건립하게 되는데 그 후 나날이 늘어나는 환자들의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병원 소유로 경작해온 포도밭에서 생산한 와인을 매년 11월 세 번째 일요일 저녁에 병원의 가장 큰 홀(지금은 박물관으로 운영됨)에서 경매에 붙이게 되었다.
이 역사가 지금까지도 이어져 매년 이맘때에는 본 시내에서 큰 와인 축제가 열리고 전 세계에서 몰려든 와인 생산자들에 의해 세계적인 와인 비즈니스의 장이 열린다.
지금까지도 이 자선병원의 도멘을 붙인 와인이 생산되며 그 취지는 물론 맛과 향이 우수하여 사람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는다. 처음 이 병원의 마크가 그려진 와인을 보고 이 도멘이 크냐고 물었다가 아주 무식한 사람 취급을 받았을 정도로 이 와인에 대한 마을 사람들의 사랑과 자부심은 대단하다.
이 지역 사람들이 와인을 얼마나 사랑하며 또한 자신의 와인에 긍지를 갖는지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본의 와인 박물관이다. 규모는 작지만 크고 작은 오크통들, 와인병과 와인잔의 변천사, 포도밭을 일구는 쟁기며 삽, 농부들이 입었던 옷까지 꼼꼼하게 챙겨 역사적인 사료로 활용하고 있는 와인 박물관을 보면 부르고뉴 와인의 자부심을 읽게 된다.
- 조 희 정 -
1. 중세의 도시에서 와인향기에 취하다.
2. 그랑크뤼의 보고(寶庫), 즈브레 샹베르탱(Gevrey Chambertin)
3. 금지된 왕국, 로마네 콩띠(Romanee-Conti)
4. 와인비즈니스의 중심, 본 (Beaune)
5. 따스트뱅에 녹아 내린 루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