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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광표

전설적인 오크통으로 유명한 MERCIER

본격적인 투어의 시작은 모에&샹동과 마찬가지로 자사 홍보용 비디오를 시청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는데 메르시에는 모에&샹동보다 규모나 물량면에서 우위를 보였다. 자사 홍보용 비디오를 영화로 제작하여 작은 영화관에서 상영하였으며 내용 역시 메르시에 메종의 설립부터 시작하여 마치 기록영화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처럼 오래된 자료들을 충실히 모아 보여주었다.

영화상영이 끝나고 지하 까브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역시 투어코스의 일부였다. 관광객들이 엘리베이터를 타자 투어 가이드는 뒤쪽 거울을 보라고 했다. 우리는 왜 거울을 보라고 하는지 의아했는데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내부의 불이 꺼지자 놀랍게도 거울은 유리가 되어 바깥쪽의 풍경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엘리베이터 밖에는 메르시에가 만국 박람회때 띄워 올린 열기구 모형부터 시작해서 포도밭 모형, 샴페인 생산과정의 모형이 일하는 사람들의 작은 밀랍인형과 함께 전시되어 있었다.

지하 3???까브에 도착하자 우리는 작은 미니기차를 타게 되었는데 이 기차로 18km에 달하는 까브를 구경할 수 있었다. 깊은 잠에 들어있는 샴페인을 걱정하였는지 미니기차는 신기하게도 천정으로 레이저를 쏴 올려 레이저를 유도하는 레일을 따라 조용히 진동 없이 달리기 시작했다. 나는 이런 시스템을 처음 봐서 신기했는데 골프장에서도 이런 식으로 차들이 다닌다고 한다.


[메르시에 푀피르트테이블]


[메르시에 뤼미아즈 기계]

까브는 놀랍게도 모에&샹동과는 전혀 다른 벽이었다. 모에&샹동과는 겨우 1km 남짓 떨어져 있는데도 그 토양은 전혀 딴판으로 축축한 석회석의 모에&샹동과는 달리 벽은 황갈색의 딱딱한 돌덩어리 같았고 그 대신 습기는 훨씬 많아서 군데군데 초록색 곰팡이가 슬어있었고 물이 머리위로 계속 뚝뚝 떨어졌다.
메르시에의 까브는 각 주제별로 갤러리로 나뉘어져 있는데 각 섹션에는 진짜 갤러리처럼 바쿠스의 동상, 돔페리뇽의 부조 등이 조각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기차를 타는 것이 재미있다고 생각했는데 기차를 타고 가다보니까 사진을 찍기도 힘들었고(모든 것이 빨리 지나가기 때문에) 직접 샴페인을 만져볼 수도 없어서 차라리 모에&샹동처럼 발로 까브를 만지며 직접 걸어 다니는 투어가 더 운치 있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도 투어가이드의 설명에 집중할 수 없어서 그렇지 않아도 영어에 약한 나는 대부분의 내용을 알아들을 수 없었다.
흥미로웠던 것은 르뮈아주 작업을 대신하는 기계가 까브 안에 있다는 것이었는데 예전에 어떤 세미나에서 사진으로 얼핏 본적은 있지만 직접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지금은 역시 사람을 대신해서 이 기계가 르뮈아주 작업을 한다고 한다.

기차를 탄 덕분에 투어는 생각보다 빨리 끝났고 투어의 끝은 역시 테이스팅 룸과 기념품 샵이었다. 이곳 테이스팅 룸에서 만난 메르시에 직원은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까 한국에 모에&샹동의 프로모션 때문에 방문한 적이 있다면서(메르시에는 1930년 모에&샹동에 합병되었다) 반가워 했다. 신라호텔의 Mr.Kim을 안다고 했는데 한국에는 Kim이 너무 많은 것 같다며 재미있어 했다.

- 조 희 정 -

1. 다시 찾은 에페르네
2. 전설적인 오크통으로 유명한 MERCIER
3. 아, 내가 찾던 샴페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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