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형제여. 나는 지금 별을 마시고 있어요!
어두운 까브에서 샴페인을 맛본 돔페리뇽은 감격스러운 목소리로 이렇게 소리쳤다고 한다.
샴페인의 산지 샹파뉴는 프랑스의 북쪽 지역으로 일찍 겨울이 찾아오고 또한 그 겨울의 추위가 혹독하다. 그러나 나중에 세느강과 만나게 되는 아름다운 마른강이 샹파뉴 지역의 젖줄 역할을 해주면서 낮은 구릉지대의 비옥한 땅 샹파뉴는 오래 전부터 포도농사가 발달하게 되었다.
샹파뉴 지방 역시 마찬가지로 가을에 포도를 수확하여 포도를 으깨고 그 뀌베는 1차 발효에 들어가는데 추위가 일찍 찾아와 미처 당분이 모두 알코올로 발효되지 못하고 일부는 남아 그대로 와인 병 속에 잔류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봄이 되어 날씨가 따뜻해지면 병 속에 남아있던 당분들이 다시 2차 발효에 들어가는데 이때 생겨난 탄산가스를 견디지 못한 와인 병들은 터져 버리곤 해서 이 현상을 이해하지 못한 이 지역 와인 생산자들은 샴페인을 "미친 와인", "악마의 와인"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지금은 병을 만드는 유리 공예 기술도 발달하고 샴페인을 생산하는 기술 역시 발달하여 그런 일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아직도 지하 까브에서는 간혹 기압을 견디지 못하는 샴페인이 터지는 일이 종종 있다고 한다.
파리에서 기차를 타고 한시간 반정도 기차를 타고 가면 아름다운 샴페인 마을 에페르네를 만나게 된다. 에페르네를 지나 조금만 더 북쪽으로 올라가면 샴페인 캐피탈로 불리는 랭스를 만나게 되는데 랭스는 9세기부터 18세기까지 프랑스 국왕의 즉위식이 거행된 지방이기 때문에 샴페인의 이미지가 '세례식', '결혼식', '취임식' 등과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되었다.
랭스 역시 세계적으로 유명한 샴페인 회사(KRUG, TAITTINGER, POMMERY 등)가 모여있는 도시이기 때문에 와인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꼭 들려봐야 할 곳이긴 하지만 좀더 고즈넉하고 소박한 와인투어를 계획하는 사람이라면 작은 시골마을이긴 해도 아름다운 에페르네를 방문해 보기를 추천한다.
2001년, 시원한 샴페인 한잔이 그립던 어느 여름날 처음으로 방문했던 에페르네는 너무나도 예쁘고 소박해서 마치 동화책 속으로 걸어 들어온 느낌을 주었다. 조막조막한 벽돌집, 창가에 걸려있는 빨간 베고니아 화분, 노천카페에서 샴페인을 즐기는 사람들... 모든 풍경이 아기자기하고 너무 예뻐서 드디어 샴페인의 마을에 왔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 조 희 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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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주: 베스트와인)
이 기행문은 현재 대한항공 승무원으로 근무하시면서 사내 와인 동호회 '샤또 크루(Chateau Crew)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시고 계시는 조희정님의 글입니다.
조희정님께서는 앞으로 직접 답사하신 세계 곳곳의 와인산지를 저희 베스트와인의 독자님들에게 소개해 주실 예정입니다.
바쁘신 비행 생활 중에도 틈틈이 여행을 하시면서 여행 후기를 올려 주시는 조희정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