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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광표

드디어 Chateauneuf-de-pape 를 밟고

여행기는 다 썼는 줄 알고 손 놓고 있었는데 남편이 글 좀 쓰라고 들들 볶아서 다시 정신을 좀 추스르고 글 쓰기로 했습니다.

제가 어디까지 썼던가요. NImes, 아니 Pont du Gard까지 썼었군요. 그럼 오늘은 아비뇽부터 써볼께요. 저번 글에 썼다시피 Pont du Gard에서 엄청난 주차비에 쇼크를 먹은 상태에서 저흰 아비뇽으로 갔습니다. 아비뇽은 일명 프로방스(Provence)의 심장부로 불리는 아름다운 중세도시입니다.

근데 마침!!! 아비뇽 시내로 들어가는 입구에 '무인 호텔' 시스템의 대표격인 ETAP 호텔이 있는 거 있죠. 진짜 좋아하면서, 말 그대로 희희낙낙 하면서, 체크인을 하고는 시내로 들어갔습니다. 아비뇽의 시내는 명쾌하게 구분이 되어있습니다. 13세기에 올린 성벽이 아비뇽 시내를 삥 둘러치고 있기 때문이예요. 그 성벽 안으로 들어가면 바로 아비뇽 시냅니다. 거길 어슬렁어슬렁 걸어 들어가서 신발도 한 켤레씩 사서 신고, 교황청 앞에 가서 사진 찍고 시청도 들어가보고 그랬어요.

여름의 아비뇽은 세계적인 연극축제로 시 전체가 떠들석 합니다. 겨울이 떠들석 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요. 겨울에도 market이 서는데다가 사시사철 관광객이 많은 도시기 때문에 항상 북적북적댄답니다. 아비뇽이 관광지로 인기가 많은데엔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그 곳에 우뚝 서 있는 교황청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교황청은 14세기에서 16세기에 걸쳐 교황들이 거주했었던 교황궁인데요, 로마의 그것과 더불어 중세 시대엔 세계의 양대 권력축이었습니다. 일명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우며 가장 강한 집'이라는 별칭이 붙어있는 집이예요. 전 아비뇽 교황청엔 처음 들어가봤는데, 음... Palais(Palace)라는 이름이 붙은 모든 궁들 다른 궁들과는 매우 다른 특징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그게 뭐냐 하면, 첫째, 교황들이 모두 독신이었기 때문에, 교황 이외의 가족들에 딸린 부대적인 방이니 호화시설이 없다는 것 둘째, 궁 안에도 작은 예배당이 여러개 군데군데 널려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암튼, 좀 다른 느낌의 궁이었습니다. 그래서 궁이라기 보다는 '청'이라고 부르는게 아닐까요???

아침 일찌감치 교황청 관람을 하고 나서 부랴부랴 아비뇽을 떠나서 Chateauneuf-du-Pape으로 향했습니다. 그러나 들어가면서부터 좀 황당했죠. 왜냐. 그 마을의 입구를 들어서면서부터 이건 뭐, 한집 건너 한집이 다 'Degustation & Vente(시음 및 판매)'라고 써 붙여져 있더라구요.

어느 집을 들어가야 될지 알게 뭡니까... 황당해서 멍하게 있다가 일단 점심부터 먹고, i(관광안내소)에 가서 winery 리스트와 지도를 받아서 돌아다니기 시작했지요. 역시 이름값을 하더군요. 비싸요. 생산자한테 직접 가서 사는 건데도 한 병에 주로 90-130프랑 (즉 만6천원 - 2만2천원)까지 하는 값입니다. 엉엉. 1000 km를 달려서 갔는데… 그거보다는 좀 싼 값을 기대했었거든요. 프랑스잖아요. 하긴 Cotes du Rhone 지방에 속해 있지만 워낙에 Chateauneuf-du-Pape이란 brand로 따로 떨어져 나온 곳이라 값을 Cotes du Rhone에 비교하면 안 되긴 하지만요. Chateauneuf-du-Pape은 red wine만을 주로 생산합니다.

저희는 차로 띠엄띠엄 돌아다니면서 한 다섯 집 정도 들렀던 것 같습니다. 각 집의 Vintage 별로 권해주는 걸 마셨데… yummi. 정말 맛있었습니다. 다 한국 가지고 들어갈 수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각 집마다 몇 병씩 사서 나왔다니까요… 정말 신기하죠. 같은 집에서 같은 방식으로 빚었는데도 불구하고, 그 해의 포도 질에 따라 와인이 그렇게 틀려질 수가 있을까요…?

전반적으로 확실히 Great year였다고 하는 98년도 와인이 각 집마다 맛 있더라구요. 그런 게 재미있는 것 같아요. 각 와이너리마다 들러보는 것 자체가 재미있구요, 또 어떻게 만드나요, 왜 이 해엔 맛이 이랬나요, 저 해는 수확이 어땠나요, 여기는 일년에 몇 병이나 생산하나요 등등등 자질구레한 걸 물어보고 얘기 듣는 맛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시음을 시켜주는 사람은 연세가 한참 되신 할아버지 할머니부터, 그 집의 손녀로 보이는 아가씨 까지 다양합니다. 또한 아주 가축적 아니 가족적 분위기에서, 마치 그 집을 개인적으로 방문한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와이너리들이 있구요, 그 반면에 규모도 크고 시스템을 갖춰서 기업의 매장을 방문한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와이너리들도 있었습니다.

어둑해 질 때쯤 Chateauneuf-du-Pape을 떠나서 와인을 가득 싣고 오랑쥬(Orange)로 들어갔죠. 그래봤자, Chateauneuf-du-Pape에서 차로 2-30분 거리예요. Chateauneuf-du-Pape엔 묵을 만한 데가 없었거든요. 오랑쥬는 Chateaunefu-du-Pape에서 20kkm도 채 떨어져 있지 않은 도신데 여기 또한 엄청난 로마 유적이 남아 있는 곳이지요. Theatre Antique가 남아있는데 밤에 보면 그 위세에 입이 딱 벌어지게 됩니다. 어떻게 2000년 전에 그런 건물을 지었을까 아무리 다시 봐도 놀라게 되는 거 있죠. 돌이 사방에 넘쳐 나니까 뭐든지 돌로 지어놨습니다. 그래서 보존이 더 잘 됐는지도 모르겠지만요. 저희는 그냥 Nimes에서 본 Arene이랑 안이 비슷할 거 같아서 안 들어가봤는데, 후회 막급입니다. 오랑쥬를 가시게 되면 꼭 Theatre antique(로마 원형극장)을 들어가 보셔요.

오랑쥬에서는 ETAP과 비슷한 체인인 Village hotel을 찾아서 거기 들어가 잤습니다. 질적으로 ETAP과 거의 대등한데 값은 좀 더 싸거든요. 찾으실 수 있으면 Village hotel을 들어가시는 것도 한 방법이겠습니다.

그 다음날 Annecy에 가기 전에 Cotes du Rhone와인을 사려고 주일날 아침부터 winery와 vineyard를 찾아다녔습니다. 몇 집 돌아다니면서 Cotes du Rhone 레드 와인 몇 병과 화이트 몇 병을 샀어요. 그 전날 Chateauneuf-du-Pape 가격을 보고 이미 기절을 한 상태에서 Cotes du Rhone와인을 보니 거의 우습더라구요(대략 가격이 Chateauneuf-du-Pape 상표의 1/3 수준!!) 맛도 있었습니다. Chateauneuf-du Pape에서와는 달리 화이트와인을 생산하는 와이너리들이 많이 있었는데, 계속 레드와인만 마시다가 화이트와인을 마시니 그 또한 상큼하니 좋더군요.

오전부터 일찌감치 서두른 덕분에 Winery를 몇 군데 들르고 출발을 했는데도 저녁 6시도 안 돼서 Annecy에 들어갔습니다. Annecy 외곽에 있는 Village hotel chain에 짐을 풀고 친구들에게는 도착했다고 연락을 안하고는 Annecy 시내로 가서 일년만에 마구 돌아다녔습니다. 남편에게 접시만한 파니니 하나를 저녁으로 먹으라고 손에 들려주고는 돌아다녔어요.

세상에서 젤로 좋아하는 도시를 갔더니 본 델 또 보고 또 봐도 역시 좋은 거 있죠... 운하길 따라서 걸어다니고, old quarter(중세 시대의 건물이 남아있는 구역)도 돌아다니면서 기웃기웃하고 그랬어요. 돌아다니고 호텔에 돌아와서 그날 아침에 산 화이트와인 한 병을 뜯어서 마셨습니다. 저희는 역시 와인 여행을 떠난 사람들답게 오프너와 와인잔 2개, 그리고 치즈를 상비하고 있었거든요.

음… 이렇게 해서 화이트 와인만 주로 생산하는 Savoie지방에 도착했답니다.

일단은, 아비뇽 가는 법 알려드릴께요. 딴 글에서도 썼다시피 저희야 차를 타고 움직였으니까 저희 일정을 기준으로 말씀드리는 건 말이 안 되는 거 같구요. Paris에서 가시는 법 알려드릴께요.

파리의 리용 역(Gare de Lyon)에서 Avignon행 TGV를 타시면 2시간 45분 정도 걸려서 Avignon에 도착합니다. 하루 6번 이상 기차가 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자세한 기차 정보는 www.sncf.fr (프랑스 철도청 website)에 나와 있습니다. 차로 가실 거라면요, Nimes과 별 다를 바 없죠, 뭐. A6타고 Lyon까지 가셔서 그 담부터는 A7을 타고 가시다가 사인보고 따라 가시면 되거든요.

즐거운 여행 되시구요, 와인 너무 과하게 하지 마시구요...

- solie kim -

1. [드디어 Chateauneuf-de-pape 를 밟고
2. 스키장에서 마셔야 제격인 Vin Chaud
3. [에필로그] 와인여행기를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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