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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광표

와인 6잔과 함께 하는 월요일

안녕하세요.

글이 정말 늦었죠. 사는 게 정신이 없어서 이렇습니다. 물론 뭐, 와인 마실 시간은 있어도 글 쓸 시간은 없냐고 하신다면야 좀 찔리긴 하지만 서두요, 그렇다고 와인을 안 마실 수는 없죠.

지금 끼르 로얄(샴페인에 Cassis원액을 섞은 것. 일반 화이트 와인에 Cassis를 섞은 것은 그냥 끼르라고 부릅니다)을 한 잔 마시고 와서 파티에도 안 가고 글을 쓰고 있으니 부디 용서를 해주시길...이번에 서울 들어갈 때 공항에서 Cassis 한 병을 사가지고 가서 남편이랑 매일 저녁에 한잔씩 끼르를 만들어 마셨습니다. 사실 원래는 끼르 로얄을 만들어 마시려고 샴페인을 샀는데, 하루 저녁에 다 못 마시고, 샴페인은 김이 빠져서 화이트 와인이 되고 해서, 에라 모르겠다 하고 그냥 김빠진 샴페인으로 끼르를 마셨지 뭐예요. 빈속에 마셨더니만, 약간 머리가 아프긴 하네요.

오늘은 와인 이야기를 해 보려구 해요. 제가 이번 Period에 듣는 과목은MSP(Models for Strategic planning), P&P (Power & Politics), Marketing Communications. 그리고 또 하나를 듣는데, 그게 Monday wine tasting course예요. 이게 뭐 학점을 따는 과목은 아니지만요, 프랑스에 있으면서 들어야 하는 필수 과목(kind of 'MUST') 아니겠어요? 매 피리어드 마다 wine tasting course를 organize하는 바지런한 애(학교친구들)들이 있었는데, 차일피일 미루다가 마지막 피리어드인 이번에 와서야, 더 이상의 기회는 없다 싶어서 신청을 했습니다.

6주간 매주 월요일 저녁 8시부터 10시까지 수업(??)을 듣습니다. 5-6종류의 다른 와인을 시음하고 각 와인별로 분석, 공부 하는 거죠. 물론 아주 흥미 진진하죠. 저를 포함해서 모든 애들의 눈이 번쩍번쩍 한다니까요. 선생님(소믈리에)이 아주 자세히 설명해 주고, 저희는 열심히 필기를 하지요. 너무 웃기는 건 이 선생님이 프랑스 사람이 아닌 영국 사람이라는 겁니다. (참고: 만에 하나라도 INSEAD를 모르는 분들이 계실까봐 사족을 달아드리자면, INSEAD는 모든 수업과 프로젝트 및 공식 언어가 영어입니다. 불어를 못하는 애들이 태반이라 모든 이벤트와 행사 또한 영어로 진행을 하지요…) 프랑스서 사는 영국 아줌만데요, 아주 괜찮아요. 저희 모두 좋아합니다. 그러나 발음이 끝내줍니다. 와인의 품질을 증명해주는 AOC(Appelation d'Origine Controlee)를 제대로 발음하면!(적나라하게 한글로 써보면!) 아펠라씨옹 도리쥔 꽁트롤레 거든요… 이 선생님이 발음을 하면 어떻게 되냐! "에플레이션 도리쥔 컨트롤레이…" 이게 써놓으면 별로 안 웃기지만요… 직접 들어보시면 참을 수 없을 만큼 웃깁니다.

암튼… 수업은 훌륭합니다. 너무 신기해요. 색깔, 냄새, 어울리는 음식, 년도(그 해 수확이 어땠나, 기후가 어땠나 등등), 지방, 어떤 종류의 포도가 mix된 건가...를 배우는데, 이번 기회에 Bourgogne(즉 버건디) 와인과 Bordeaux와인의 차이를 확실히 배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새삼 느끼는 거지만 전 버건디 와인보다는 보르도 와인이 난 것 같아요. 버건디 와인은 색깔도 자주색 빛이 많이 나고, 맛도 더 떫구 그래요. 좀 더 수업을 들어봐야 알겠지만요.

제 친구 얍(Jaap)은 네덜란드 친군데요, 무지 웃깁니다. 지난 수업에선 정말 옆에 앉았던 제가 포도주를 뿜을 뻔 했다니까요. 와인을 테이스팅 할 때 마다, 이건 무슨 냄새가 나는가를 서로 얘기하는데, 얍이 드디어는 큰소리로, "음… 이 와인은 포도 맛이 나는 데" 이래서 수업을 같이 듣던 저희를 모두 쓰러뜨렸습니다.

테이스팅 하다가 맛있으면 그 와인은 한잔 가득 마시기 때문에!!(저희의 무식함을 드러내는 수준입니다) 6잔을 마시고 수업이 끝나고 나면 헤롱헤롱 거려서 12시까지는 학교에 있다가 집에 가야 되는 지경에 이릅니다. 자그마치 840프랑(대략 15만원)이나 내고 듣는 수업이예요.

이번 연말엔 남편이랑 프로방스를 가서 winery(cave)를 돌아다니면서 와인 시음을 하기로 했는데, 그 기회에 저의 '웃자란' 와인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마구 자랑해 주려고 지금 아주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너무 와인이야기만 했군요… 아기다리고기다리던 주말 입니다. 내일은 아침에 일찌감치 파리에 갈거예요. 촌놈티를 좀 벗고, Cafe deux Magots나 Cafe de Flore 가서 느긋이 아침을 2시간 쯤 먹으면서 책을 보고, 저녁은 친구랑 저녁을 먹을 예정입니다. 이번 주도 정말 정신 없었어요. 저 자신에게 상(?)을 좀 줘야 겠습니다. 아주 호화로운 상으로요. 뭔가 하면, 내일은 공부 안 하고 하루 종일 공부랑 상관 없는 책 볼 거구요, job search도 안 할 거예요.

- solie kim -

1. [프롤로그] 와인여행기를 시작하며...
2. 와인 6잔과 함께 하는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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