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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광표

지난 28일, 올해로 11주년을 맞은 까사 델 비노에서 136회차 와인 아카데미가 열렸다. 이번 아카데미의 주제는 ‘구대륙 vs 신대륙 피노 누아 비교 시음’으로, 프랑스 부르고뉴를 필두로 총 8종의 구대륙과 신대륙 피노 누아를 한자리에서 비교 시음할 수 있는 기회였으며, 시음에 앞서 부르고뉴 피노 누아에 대한 교육도 함께 진행되었다. 특히 8종의 와인 중 국내 수입량이 적어서 시음 기회가 많지 않은 2005년 빈티지 Clos St. Landelin, Rene Mure와 2003년 빈티지 Braunerberger Kloster garten, Markus Molitor를 만난 것은 행운이었고, 2009년 빈티지 Cristom은 신세계 피노 누아의 저력을 보여주었다. 깊어가는 가을, 피노 누아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는 8종의 와인을 두고 시음회 참석자들은 각자 시음 후기를 자유롭게 주고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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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고뉴는 프랑스 중동부 지역에 위치한 곳으로, 디종(Dijon)과 리옹(Lyon) 사이에 자리하고 있다. 보통 프랑스의 대표적인 두 와인산지인 보르도와 부르고뉴를 비교함으로써 두 지역의 특징과 다른 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보르도가 ‘King of Wine’이라면 부르고뉴는 ‘Queen of Wines’이라 말할 수 있다. 카베르네 소비뇽을 중심으로 적포도 품종을 블렌딩하는 보르도의 레드 와인은 ‘샤토Chateau’의 귀족 같은 와이너리 이미지가 뚜렷한 반면, 부르고뉴의 레드 와인은 주로 피노 누아로 와인을 만드는 ‘도메인Domaine’으로 대표되는 농부의 이미지가 쉽게 연상된다. 한편 부르고뉴에서 가장 오래된 포도원은 약 2,000년의 역사를 지녔으며 점토, 석회석, 편암 등으로 이루어진 토양의 좁은 지역에서 각기 개성이 다양한 와인들이 생산된다. 우아하고 고풍스러운 피노 누아를 생산하는 부르고뉴의 테루아는 전세계 피노 누아 생산자들의 고향이자 성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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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대륙 VS 신대륙 피노 누아 비교시음은 프랑스 부르고뉴와 알자스, 스페인과 호주, 칠레, 미국의 오레곤, 뉴질랜드, 독일 순으로 이어졌다. 첫 시작을 알린 2008년 빈티지 Chambolle Musuigny 1er Cru Les Fuees, Dominique Laurent은, 이 날의 비교시음이 마무리되는 그 순간까지도 참가자들의 뇌리에 깊이 박힐 정도로 큰 인상을 남겼고(사진의 가장 왼쪽), 2008년 빈티지 Clos St. Landelin, Rene Mure와 2003년 빈티지 Braunerberger Klostergarten, Markus Molitor 역시 테루아에서 기인한 독특한 풍미로 참가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사진 중앙과 오른쪽).

2008년 빈티지 Les Fuees, Dominique Laurent은 병입 전 여과과정을 거치지 않아 살짝 희뿌연 색을 띄지만 피노 누아의 순수함이 매우 잘 보존된 와인이다. 자연 효모로 인한 쿰쿰한 냄새와 함께 가늘고 얇게 지속적으로 발산되는 산딸기 향, 여기에 신선한 산도와 우아한 타닌이 균형 있게 더해져 숙성을 거친 이후의 모습이 더욱 기대되는 와인이다.

프랑스 알자스의 Clos St. Landelin, Rene Mure와 독일의 Braunerberger Klostergarten, Markus Molitor 와인은 향에서부터 확실히 그 개성이 보장된다. 전자의 경우 젖은 낙엽과 토양 냄새가 은은하고 훈연 향이 다소 노골적이지만, 2005년이라는 빈티지를 감안했을 때 여전히 단단한 질감은 와인의 숙성 잠재력을 뒷받침한다. Braunerberger Klostergarten은 초콜릿, 딸기, 말린 무화과 등 정상급 피노 누아가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향의 스펙트럼을 자랑한다.

이제 신세계 피노 누아에 대해 살펴보자. 시음회에 등장한 신세계 피노 누아 중에서는 미국 오레곤의 Cristom, Mt. Jefferson과 뉴질랜드 마틴보로의 Ata Rangi가 가장 높은 호응을 이끌어냈다. 병입 전 여과를 거치지 않는 부르고뉴 피노 누아에 비해, 색과 향이 정제된 깨끗한 이미지를 갖춘 Cristom은 폭발적인 부케를 선사하지는 않지만 은은하고 화사하게 산딸기와 꽃 향이 퍼진다. 막 꽃을 피운 것 같은 맑은 국화 향이 함께 느껴지며, 긴 여운에 더해 살짝 감지되는 스파이시한 향도 인상적이다. 2009년 빈티지 Ata Rangi는 공기와 충분히 접촉시켜야 그 풍미를 드러내는데, 부르고뉴 피노 누아에 비해 여운이 길진 않지만 Cristom보다 깊은 보디감을 지니고 있다. 산딸기, 체리 같은 붉은 과일 향이 선명하고 풍성하며, 타닌의 여운이 깊이 있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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