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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광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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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른해지는 봄날의 주역인 봄나물들과 어울리는 와인이 있을까? 지난 4월 24일에 열린 까사 델 비노의 와인 아카데미에서 봄나물 음식과 와인의 마리아주를 시도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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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 와인의 조화’란 주제 자체가 어려운데, 봄나물은 특유의 맛과 향이 있어 와인과 훌륭한 조화를 이룰 수 있을지 우려와 궁금증이 생겼다. 까사 델 비노 와인 아카데미에서 은광표 대표는 시음에 앞서 간단히 음식과 와인 조화에 대해 설명했는데, 이 강의는 실제적인 와인과 매칭에 도움이 되었다.

그 내용은 지난해 10월 방한해 한국 음식과 와인의 매칭을 주제로 한 마스터 오브 와인 지니 조 리의 강의 내용이었다(Mater of Wine 지니 조 리, Asian Palate를 말하다참조). 한국 음식은 여러 종류의 음식들을 한 상에 펴 놓고 먹는 가족 스타일로 풍미가 동시다발적이며 매우 복합적이라 말할 수 있다.

그래서일까? 한국 음식과 어울리는 와인을 찾기 힘들다는 선입견이 생긴 것이 아닐까 한다. 그럼 지니 조 리가 제시하는 음식과 와인의 기본적인 매칭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기로 하자.


☞기본적인 5가지 맛과 와인의 매칭

짠 맛(Salty): 간장, 굴소스, 자장, 새우젓 등이 들어간 음식에는,부드러운 타닌, 바삭거릴 정도의 생생한 산도 그리고 확실한 과일 풍미를 가진 레드 혹은 화이트 와인이 어울린다.

신 맛(Sour): 라임 주스, 그린 망고, 타마린드 등이 들어간 음식에는, 향기롭고 생생한 화이트 와인, 산도가 높은 미디엄 혹은 라이트 바디를 가진 레드 와인이 어울린다.

단 맛(Sweet): 설탕, 생 과일, 말린 과일, 달콤한 코코넛 소스가 들어간 음식에는,단 맛을 느낄 수 있는 스위트 와인이 어울린다.

쓴 맛(Bitter): 구운 은행, 인삼 등이 들어간 음식에는,오크통에서 숙성시킨 풀 바디 화이트 혹은 레드 와인이 어울린다.

우마미(Umami): 발효 콩, 버섯, 어패류 등이 들어간 음식에는,잘 숙성된 와인이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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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된 음식은 총 9가지로(위 사진) 더덕 초고추장, 달래 초간장, 참나물 쌈장, 돌나물과 사과 초고추장, 달래와 돌나물 오리 가슴살, 냉이 콩가루 무침, 청포묵 숙주 무침, 취나물 볶음 그리고 호박전과 쑥전이었다. 저녁 식사 시간이라 준비했다는 나물 비빔밥도 매칭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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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NTE Brut White Sparkling 2008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오래된 와이너리로 독일계 이민자인 C.H. Wente가 1883년에 리버모어밸리에 설립했다. 샤도네이 100%로 만든 스파클링 와인으로 산미가 잘 살아있어 깔끔하고 꽃 향도 어우러져 부드러운 느낌이다. 쌉싸래하고 매콤새콤한 더덕 초고추장 무침과 괜찮았다. 신맛이 도는 매운 맛을 톡 쏘는 듯한 스파클링 느낌이 감싸주는 듯 했고 부드러운 맛도 쌉싸래한 맛과도 어울렸다. 냉이 콩가루 무침이나 호박전, 쑥전 같은 음식들과도 무난했는데, 기름기 있는 음식과 산도가 강한 스파클링 와인이 어울린다는 일반적인 의견이 맞는 것 같았다.


TERREDORA Greco di Tufo 2011

이태리 남부 깜바니아의 최대 와인 생산자로 토착품종을 가지고 와인을 만들고 있다. 그레꼬(Greco)는 그리스에서 온 화이트 품종이며 주로 이태리 남부에서 재배하고 있다. 산도가 뛰어나 신선하고 아주 깔끔한 드라이 화이트 와인이 된다. 간장 베이스의 달래 초간장 무침과 중간 정도로 어울리는 듯 했다. 그래도 달래 특유의 강한 맛과 부딪힐 정도는 아니었다. 전 종류와는 기름진 느낌을 깔끔하게 마무리해주는 느낌이 있어 좋았다.


WEINGUT LOIMER Gruner Veltliner Terrassen Kamptal DAC 2011

이름도 생소한 와이너리지만 오스트리아 최고의 화이트 와인 생산자 중 하나로 손꼽힌다. 그뤼너 벨트리너는 오스트리아 대표 화이트 품종으로 전체 포도밭의 37%를 차지한다. 이 품종의 특징이라면 숙성 전엔 생동감 넘치는 과일 맛이, 숙성 후엔 우아하고 집중력이 강해진다는 것이다. 이 와인은 빈티지가 어린데도 벨벳처럼 부드러운 감촉과 한결 순해진 듯한 산미가 느껴져 독특했다. 의외로 취나물 볶음, 청포묵 숙주 무침 두루 두루 잘 어울렸다. 특히 오래 씹을수록 단맛이 나는 냉이 콩가루 무침과는 와인의 여운에서 느껴지는 달콤한 뉘앙스가 있어 좋은 궁합을 보여줬다.


HUGEL Gewurztraminer Vendange Tardive 2003

알사스 와인의 품질 향상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와이너리로 늦게 수확한 포도로 보다 집중된 맛과 복잡 미묘함을 가지는 방당주 따디브의 개척자로도 평가 받고 있다. 시음 와인들 중 유일한 스위트 와인으로 게뷔르츠트라미네르의 독특한 아로마와 향기롭고 달콤한 맛이 훌륭하다. 참석자들은 매콤 새콤한 고추장 베이스의 봄나물들과 잘 어울린다는 평. 개인적인 차이가 있겠지만 기자는 양념보다 봄나물만의 쌉싸래한 맛이 와인의 진하고도 달콤한 맛과 각을 이루는 것처럼 느껴져 좋은 짝을 찾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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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URO MOLINO Langhe Nebbiolo 2011

레드 와인의 첫 번째 주자는 이태리 네비올로이다. 1953년에 포도 농장으로 시작한 가족 경영 와이너리로 1982년부터 양조학을 배운 마우로 몰리노가 와인 생산에 주력하기 시작했다. 주요 포도밭들이 라 모라와 바롤로, 몬포르테에 위치하고 있다. 이 와인은 무엇보다 거슬리는 향이나 맛, 하나도 없이 술술 넘어가는 스타일이다. 부드럽고 균형이 잘 잡혀 있어 취나물 볶음과 호박전, 청포묵 숙주 무침과 별 무리없이 어울렸다.


ALICE BONACCORSI Etna Rosso Valcerasa 2006

시칠리아의 활화산 에트르나(Etrna)에 위치한 유기농 와이너리로 1999년에 비니탈리(Vinitaly)에서 처음 선보였을 때 바로 시장의 관심을 끌어 모았다. 포도밭의 토양이 화산토양과 모래 토양으로, 재배환경은 썩 좋은 편은 아니지만 225리터의 프랑스산 오크 배럴에서 발효하고 12개월 숙성시킨다. 시칠리아 토착품종인 네렐로 마스칼레스(Nerello Mascalese)와 네렐로 카푸치오(Nerello Cappucio)를 블랜딩한 와인으로 상당히 힘있고 타닌도 강한 편이다. 와인으로서는 매력적이지만 봄나물 음식들과의 매칭 포인트를 찾기가 너무 힘들었다. 순한 양념의 봄나물의 경우, 와인이 압도하는 듯 해서 안 맞고 센 양념의 봄나물의 경우, 양념은 물론 봄나물 특유의 풍미와도 부딪히는 것 같았다.


RENE MURE Pinot Noir Clos st. Landelin 2005

알사스의 베스트 생산자 중 하나로 1648년부터 12대째 이어지고 있는 가족 경영 와이너리이다. 엄격한 가지치기와 손 수확, 세심한 선별 작업, 신선한 과일 풍미를 지키기 위해 천천히 발효시키고 정제나 여과 없이 와인을 병입하는 등 품질을 높이기 위해 힘쓰고 있다. 섬세하고 부드러운 피노 누아로 타닌 조차 곱게 느껴진다. 베리류와 자두, 흙 등 복합적인 부케가 느껴지고 힘이 있지만 과하지 않고 끝까지 풍미를 지속시켜 준다. 냉이 콩가루 무침과 잘 어울렸다. 물론 청포묵 숙주 무침과 취나물 볶음, 호박전 같이 순한 음식들과 매칭 결과가 좋았다.


CHATEAU CLOS BEL AIR 1999

원래 예정되어 있었던 CHATEAU CHATELET 1995가 코르키화 되어 교체된 와인이다. 전형적인 포므롤 와인으로 올드 빈티지의 특징을 잘 간직하고 있었다. 자두와 건포도, 흙, 버섯의 향이 복합적으로 나고 타닌의 감촉은 부드럽게 넘어간다. 무게감도 느낄 수 있어 많은 참석자들이 좋다는 평이 많았다. 아쉽게도 이 와인은 부케가 강해서 봄나물 음식과 잘 어울리는 것 같지 않았다. 오히려 나물보다는 부드러운 갈비찜이 어떨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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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차이는 있겠지만 기자는 9가지 봄나물 음식 중에서 돌나물, 사과 초고추장과 다래, 돌나물 오리가슴살 두 음식과 어울리는 와인을 찾지 못했다. 돌나물, 사과 초고추장 무침의 경우, 와인과 먹으면 씁쓸하고 미네랄 느낌이 강해져서 좋은 느낌을 받지 못했다. 달래, 돌나물 오리가슴살은 일단 풍미가 강한 두 가지 나물 때문에 맵고 쓴맛이 너무 도드라졌다. 그리고 참나물 쌈장 무침도 양념 덕에 짭짤하고 특유의 향이 씹을수록 진해져서 와인에서 느낄 수 있는 풍미와는 거리가 먼 듯 해 어려웠다.

참석자들은 대체적으로 봄나물 음식과는 레드 와인보다 화이트 와인이 잘 어울린다고 의견을 모았다. 뒤이어 나온 나물 비빔밥의 경우 또한 여러 나물을 섞은 탓도 있겠지만 밥알의 끈기 자체가 와인의 질감과는 잘 맞지 않았다. 다만 톡 쏘는 스파클링 와인은 그런대로 괜찮았지만 좋은 궁합이라고 말하기 어려웠다.

음식과 와인의 매칭은 어렵지만 해볼만하고 흥미롭다. 많은 사람들이 이 주제에 대해 수많은 의견을 내고 있지만 도움말 이상이 될 수 없다. 너무나 개인적인 취향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번 까사 델 비노 와인 아카데미는 본인의 취향과 입맛을 알아 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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