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고뉴 와인 생산량에서 화이트 와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60%에 육박한다. 여름 특집으로 구성된 제121차 와인 아카데미의 주제는 부르고뉴 블랑으로 부르고뉴의 마을을 대표할 수 있는 와인들을 시음했다.
AOC 와인을 두고 봐도 최상위 등급인 그랑 크뤼를 제외하면 1er 크뤼와 마을 단위 AOC, 지역 AOC 모두에서 화이트 와인의 생산 비율이 더 많다1 . 마을 단위 AOC에서 화이트 와인이 차지하는 비율을 월등히 많아, 화이트 혹은 둘 다 생산할 수 있는 마을이 더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프랑스의 아펠라시옹 체계는 상당히 어렵고 복잡하다. 특히 부르고뉴의 경우, 너무(?) 세분화를 해서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많다. 그러나 파고들수록 테르와를 치밀하게 분석하고 고려하여 만들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럼 샤르도네를 생산하는 마을을 중심으로 알아보기로 하자.
먼저 가장 하위 등급이지만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지역 단위 AOC(Regional appellation)에서는 샤르도네 외 품종의 생산을 허용하면서 어느 정도 유연성을 볼 수 있다.
AOC 명(Regional appellation) | 허용하는 포도 품종 |
---|---|
Bourgogne | Chardonnay |
Bourgogne Aligoté (White only) | Aligoté |
Bourgogne Grand Ordinaire or | Aligoté, Chardonnay, Melon de Bourgogne, Sacy |
Bourgogne Hautes-Côtes de Beaune | Chardonnay |
Bourgogne Côte chalonnaise | Chardonnay |
Bourgogne Chitry | Chardonnay |
Bourgogne Côte Saint-Jacques | Chardonnay |
Beaujolais | Aligoté, Chardonnay |
Mâcon | Chardonnay |
Saint-Bris (White only) | Sauvignon Blanc, Sauvignon Girs |
표1. 화이트 와인의 Regional appellation
북부에 위치한 생 브리(Saint-Bris)는 지리적으로 르와르와 가까워 샤르도네보다 소비뇽 블랑의 생산을 허용한 AOC이다. 딱 봐도 시험 문제감이다.
마을 단위의 AOC에서는 화이트 와인 혹은 레드/화이트 와인을 모두 생산하는 마을이 압도적으로 많다. 나열하기에 좀 많은 듯 하지만 천천히 알아보도록 하자.
지역 | AOC 명 (Communal appellations) | 허가하는 포도 품종 |
---|---|---|
북부 Yonne | Chablis (White only) | Chardonnay |
Petit Chablis (White only) | ||
Côte de Nuits | Marsannay | Chardonnay |
Fixin | ||
Morey-Saint-Denis | ||
Vougeot | ||
Nuits-Saint-Georges | ||
Côte de Nuits-Villages | ||
Côte de Beaune | Ladoix | Chardonnay |
Pernand-Vergelesses | ||
Aloxe-Corton | ||
Savigny-lès-Beaune | ||
Chorey-lès-Beaune | ||
Beaune | ||
Côte de Beaune | ||
Monthélie | ||
Saint-Romain | ||
Auxey-Duresses | ||
Meursault | ||
Puligny-Montrachet | ||
Chassagne-Montrachet | ||
Saint-Aubin | ||
Santenay | ||
Maranges | ||
Côte chalonnaise | Bouzeron(White only) | Aligoté |
Rully | Chardonnay | |
Mercurey | ||
Givry | ||
Montagny (White only) |
표2. Communal appellations
표2.를 보면 상대적으로 코트 드 뉘 외에서 화이트 와인을 생산하는 마을이 월등히 많은 편이다. 사정이 이러니 생산량에서도 차이를 보일 수 밖에 없다.
AOC 중에 샤블리나 퓌이이-휘세 같이 화이트 와인만 생산하는 마을이 눈에 들어온다. 만약 이들 마을에서 레드 와인을 생산하거나 레드 와인만 생산해야 하는 마을에서 화이트 와인을 생산한다면 와인의 등급은 지역 단위 AOC로 떨어진다.
세계적인 수준의 샤르도네 와인을 생산하는 뫼르소, 퓔리니 몽라쉐, 샤샤뉴 몽라쉐는 화이트 와인만 생산하는 것처럼 생각할 수 있지만, 소량이나마 레드 와인도 함께 생산한다. 부르고뉴에서는 일부 AOC 교환이 가능하다.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으나 나름 합리적이다.
화이트 와인으로 유명한 뫼르소에서 생산되는 레드 와인에 볼네(Volnay) AOC를 달 수 있다.반대로 볼네에서 생산되는 화이트 와인은 뫼르소나 뫼르소 상트노(Meursaut-Santenots) AOC로 인정받는다. 볼네는 레드 와인만 생산하는 AOC이기 때문에 인접한 뫼르소와 AOC을 교환하는 것이다. 마치 서로의 명성을 조금씩 나눠 쓰는 것 같이 보인다.
부즈롱은 샤르도네가 아닌 부르고뉴에서 유일하게 알리고테만 생산할 수 있는 마을 단위 AOC이다. 내친 김에 그랑 크뤼 AOC도 알아보자.
지역 | AOC 명 (Grand Cru appellations) | 허가하는 포도 품종 |
---|---|---|
북부 Yonne | Chablis Grand Cru (White only) | Chardonnay |
Côte de Nuits | Musigny | Chardonnay |
Côte de Beaune | Corton | Chardonnay |
Corton-Charlemagne | Chardonnay |
표3. Grand Cru appellations
그랑 크뤼 등급에서는 화이트 와인의 세력이 생각보다 강하지 않다. 화이트/레드 와인 모두 허가하는 그랑 크뤼 포도밭은 뮈지니와 코르통이다. 그러나 현재 뮈지니 블랑은 없다. 뮈지니 블랑을 소유하고 있는 콩트 조르쥬 드 보게(Comte Georges de Vogüé)가 포도나무의 수령이 너무 어리다며 부르고뉴 블랑으로 등급을 낮춰 출시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와인 애호가들은 그랑 크뤼 와인에 버금가는 비싼 부르고뉴 블랑을 마시게 되었다(그것도 운이 좋다면).
시음와인

1. DOMAINE A. Et P. DE VILLAINE
Bourgogne Les Clous 2009
부르고뉴의 유일한 알리고테 AOC인 부즈롱에서 생산되는 샤르도네 와인이기 때문에 부르고뉴 AOC가 되었다. 레몬과 상큼한 과일의 향이 기분 좋게 느껴졌다. 여름에 잘 어울릴 것 같다.

2. Les Héritiers du COMTES LAFON
Macon Milly-Lamartine Clos du Four 2006
참석자들이 흡족해 한 와인 중 하나로, 마코네가 코트 드 본을 대신해서 가격대비 훌륭한 화이트 와인 생산지가 되고 있다는 것에 동의하게 했다. 무겁지 않고 향긋한 향이 끝까지 이어지며 균형감을 느낄 수 있었다. 레이블처럼 화사하고 입 안에서도 부드러웠다.

3. LATOUR-GIRAUD
Meursault Cuvée Charles Maxime 2008
깨를 볶는 듯한 고소한 향이 듬뿍 나면서 ‘역시 뫼르소야’란 생각이 드는 와인이다. 크리미한 맛과 오일리한 감촉 그리고 잘 익은 과일의 맛이 이어졌다.

4. JEAN CHARTRON Puligny-Montrachet 2008
‘참 맛있다’라고 솔직하게 말하고픈 와인이다. 유연하면서도 목으로 넘어갈 때까지 꼭 잡아주는 힘이 있다. 밸런스와 과하지 않는 과일 맛 그리고 여운 모두 훌륭하다.

5. BLAIN-GAGNARD Chassagne-Montrachet 2008
힘이 느껴지며 산미도 좀 강하게 느껴진다. 사과 등 과실 느낌이 충실하고 마실수록 매력적인 와인이다.

6. LA CHABLISIENNE Chablis 1er Cru Vaillons 2008
프랑스의 첫 번째 조합(Cooperative)으로 샤블리 전체 생산량의 25%를 차지할 정도의 규모가 크다. 바이용은 샤블리 1er 크뤼 중 가장 인기 있는 와인 중 하나다. 잘 익은 과일의 맛과 달콤한 뉘앙스, 신선한 산미가 골고루 잘 느껴진다. 언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와인

7. BENJAMIN LEROUX
Corton Charlemagne Grand Cru 2008
재능 있는 와인 메이커의 작품다웠고 그랑 크뤼의 위엄과 품격이 느껴졌다. 처음 커피 원두를 볶는 듯한 구수한 향이 많이 났다. 강한 힘이 지속되며 입 안을 꽉 채우고 무게감도 상당하다. 여운 또한 매우 길었다. 참석자들은 만족했고 그랑 크뤼 답지 않은 가격에 한번 더 만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