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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광표

늦더위가 한창인 토요일 오후에 열린 제98차 와인 아카데미에서 소개된 캘리포니아의 부티크 와인들은 그 가격과 명성에 걸맞게 뛰어난 품질을 겸비하고 있었다.

‘부티크(Boutique)’란 단어는 ‘대량 생산’, ‘전형성’, ‘대중성’ 같은 의미와는 거리가 있다. 일단 소량 생산이 기본이다. 독특한 열정 혹은 장인정신이 깃들어 있어야 한다. 이 모두가 남다르고 비범한(remarkable) 와인을 만드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캘리포니아의 부티크 와이너리에서는 주로 카베르네 소비뇽을 베이스로 한 레드 와인과 샤도네이로 만든 화이트 와인을 생산했는데, 몇 년 전부터 시라, 피노 누아 등 품종 선택의 범위도 넓어졌다.

부티크 와인들은 대부분 소량생산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일반 소매가 아닌 우편 판매, 경매 그리고 레스토랑을 통한 판매 방법으로 판매된다. 몇몇 인기절정의 톱 와인들은 대기자 리스트에 등록해도 1-2년, 최장 4년을 기다려야 구매할 수 있을 정도로 구매하기 힘들다. 이렇게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으니, 와인 값도 대단히 비싸다.

캘리포니아 컬트 와인(Cult wine)은 이 부티크 와인의 범주 안에 속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쉽게 구할 수 없는 휘귀성 때문에 컬트적 성격을 띠면서 평론가들이 명명한 것이다. 정작 와인이 생산되는 캘리포니아에서는 사용하지 않는다.

컬트 와인의 할아버지 격인 Harlan Estate Napa Valley 1996는 와인 스펙테이터 97점을 받은 와인으로 출고가격은 $125이었다. 90년대 말 컬트 와인들이 주가를 올리고 있을 때, 경매가격이 병당 $1,000을 넘었을 정도로 고가를 형성했다.

지금 돌아보면 컬트 와인이란 용어가 생겨난 것도 90년대 미국의 호경기 속에서 수집가들의 광적인 구매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여진다. 현재 컬트 와인이란 용어는 거의 쓰지 않고 경매가격 또한 그때만큼 비싸지 않은 것을 보면 말이다. (요새 거래되는 경매 가격이 만만하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분명 호불호가 나눠지겠지만, 부티크 와인들의 품질은 객관적으로도 상당히 훌륭하다는 평이다. 보기 드물게 richness, depth, complexity, personality, finesse를 가지고 있다. 몇몇 톱 와인들은 매 빈티지마다 와인 스펙테이터나 로버트 파커의 90점 이상을 유지한다.


부티크 와인들의 뒤에는 와인과 함께 유명해진 와인 메이커들이 포진해있다. 먼저 부르고뉴 스타일의 샤도네이와 피노 누아를 생산하는 Marcassin의 오너이자 와인 메이커인 Helen Turley는 매우 영향력 있는 인물이다. 1980년대 중반부터 와인 메이킹을 시작한 그녀는 Bryant Family, Colgin, Landmark, Peter Michael, Martinelli, Pahlmeyer 등에서 와인을 만들며 90년대 컬트 와인의 꽃을 피웠다.

[◀와인 스펙테이터 7월호에 표지모델이 된 Helen Turley]


Tony Soter 또한 Spottswoode, Shafer, Dalla Valle 등에서 와인 메이킹을 담당했고 Araujo 의 설립에도 도움을 준 바 있는 와인 컨설턴트이다. 이후 본인의 레이블인, Etude에서 와인을 생산하다가 2001년에 Beringer 에게 팔고 현재까지 와인 컨설팅을 담당하고 있다. 몇 년 전 오레곤에 정착해서 가족 와이너리인 Soter Vineyards를 설립해 피노 누아를 중심으로 한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Heidi Barrett은 또 다른 수퍼스타급 와인 컨설턴트이다. Buehler Vineyards 에서 와인 메이킹을 시작한 그녀는 이후 1996년까지 Dalla Valle, Grace Family, Paradigm, Screaming Eagle에서 와인 메이킹을 담당했었고 현재 본인의 레이블, La Sirena를 운영하고 있다. 포므롤 스타일의 나파 밸리 메를로 와인을 추구하는 Amuse Bouche와 Jones Family, Lamborn Family, Lynch, Revana Family Vineyards 등에서 와인 메이킹을 담당하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Heidi Barrett을 모델로 작업한 Amuse Bouche 2008 레이블▲]

수많은 와인 수집가들과 와인 평론가들이 인정하는 캘리포니아의 톱 컬트 와이너리는 다음과 같다. Araujo, Bryant family, Colgin, Dalla valle, Grace family, Harlan estate, Marcassin, Screaming eagle, Shafer 총 9개 이며 이밖에도 Marcassin 의 샤도네이와 함께 캘리포니아 3대 샤도네이 와인을 생산하는 Kongsgaard 와 Kistler, Peter Michael, Chappellet 등이 포진하고 있다.

----<시음와인>----------------------------------------------------------------------------

Walter Hansel “South Slope” Pinot Noir 2007
첫 느낌이 즈브레 샹베르탕 같았다. 베리류의 향과 스파이시하게 마무리되는 여운, 아직 생생한 알코올의 짜르르한 느낌이 든다. 잘 만든 와인이었다.


Coup de Foudre Pinot Noir 2007
나파 밸리의 스타급 와인 메이커, Heidi Barrett이 만드는 피노 누아 라고 하여 기대를 걸었다. 결과는 ‘놀랍다’ 였다. 섬세하고 부드럽지만 향과 맛을 오랫동안 지속시키는 집중력과 힘도 느껴진다.



Black Bart’s Syrah Stagecoach 2006
매우 강한 와인이었다. 블랙베리나 커런트, 향신료 등의 향이 많이 났다. 시간이 지날수록 부드럽게 변화한다.


Kongsgaard Syrah 2007
정신이 확 들 정도로 강한 느낌이다. 스파이시하고 다크 초콜릿과 구운 오크의 향이 많이 났다. 여운 또한 강하면서 길게 이어진다.


Textbook “Fin de Journee” 2007
체리나 베리류를 섞은 잼 같은 느낌과 부드러운 타닌 때문에 목 넘김이 거북스럽지 않다. 블록버스터급은 아니지만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와인


Revana Estate Cabernet Sauvignon 2005
달콤하면서도 크리미한 베리류의 아이스크림 맛이 났다. 부드럽고 우아한 스타일이다. 타닌 또한 벨벳처럼 매끄럽고 유연하다. 처음 수입하고 마실 땐 강하고 생경해서 어떻게 하나 걱정했다는데… 이제 걱정 끝이다. 미운 오리새끼가 백조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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