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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광표

별들의 전쟁, 쌩떼밀리옹 프로미에 그랑 크뤼 와인들의 부드러운 격돌

지롱드강의 오른쪽, 메독 지방과 마주하고 있어 우안(Right Bank)이라 불리는 쌩떼밀리옹(Saint-Emilion)의 중세도시 쌩떼밀리옹시(市)는 세계 최초의 포도재배 지역이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어 옛 자취에, 와인 향기에 취하는 곳이다.

제46차 와인 아카데미에서는 이 쌩떼밀리옹의 프르미에 그랑 크뤼 B 그룹에 속하는 8가지 와인들을 가지고 청담동 와인바 CASA del VINO에서 시음을 했다.

쌩떼밀리옹 지역은 주로 레드 와인을 생산하는 6개의 아펠라시옹으로 구성되어 있다. 뤼싹-쌩떼밀리옹(Lussac Saint-Emilion), 몽딴뉴 쌩떼밀리옹(Montagne Saint-Emilion), 퓌스겡 쌩떼밀리옹(Puisseguin Saint-Emilion), 쌩떼밀리옹(Saint-Emilion), 쌩떼밀리옹 그랑크뤼(Saint-Emilion Grand Cru), 쌩조르즈 쌩떼밀리옹(Saint-Georges Saint-Emilion)이다. 이중 쌩떼밀리옹과 쌩떼밀리옹 그랑크뤼가 중요한 AOC이며 쌩떼밀리옹 그랑크뤼의 경우는 반드시 샤토에서 병입해야 한다.

일르 (l’Isle) 강과 도르도뉴 (la Dordogne) 강의 합류점에 위치하는 쌩떼밀리옹에서는 온화한 대양성 기후가 나타나지만 지역적 특성으로 인해 더운 여름, 길고 포근한 가을 그리고 따뜻하고 건조한 겨울이 지속되어 다른 지역보다 포도가 천천히 숙성한다. 쌩떼밀리옹의 많은 포도밭들에는 프롱싹과 함께 점토질과 석회질이 겹겹이 두껍게 쌓여있고 어떤 곳은 모래 토양으로 이뤄지기도 하다.

쌩떼밀리옹은 메를로의 본고장으로, 메독에서 까베르네 소비뇽의 보조적인 역할을 하던 메를로가 이 쌩떼밀리옹에서는 주인공이 된다. 그리고 까베르네 소비뇽, 까베르네 프랑을 뒤이어 재배를 한다.

메를로는 쌩떼밀리옹과 프롱싹 총 재배량의 60% 그리고 뽀므롤 재배량의 80%를 차지한다. 일찍 익기 시작하는 조생종으로 쌩떼밀리옹의 서늘하고 습한 석회질 토양에서 잘 자란다. 메를로로 만든 와인은 숙성이 잘 되며 풍부한 과일향, 부드러운 타닌으로 비교적 쉽게 마실 수 있다. 까베르네 소비뇽처럼 오래 숙성 시키지 않아도 마실 수 있다는 장점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메를로는 향신료를 많이 사용한 음식을 비롯한 모든 음식과 잘 어울린다.

까베르네 소비뇽은 총재배량의 10%를 차지하고 특히 고온 건조한 기후에서 잘 자란다. 이 품종은 와인에 복잡미묘한 향신료 향을 더해주고 풍부한 타닌을 제공하여 장기간 보관이 가능하도록 한다.

까베르네 프랑은 총 재배량의 20~30%를 차지하고 숙성도는 메를로와 까베르네 소비뇽의 중간쯤 정도로 보면 무방하다. 이 품종은 와인에 가벼운 향신료 향을 더해줘 풍부한 아로마를 갖게 해준다.

쌩떼밀리옹의 와인 등급체계는 1955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1855년에 등급이 매겨진 메독 지역보다 100년이 지난 후였다. 당시 쌩떼밀리옹 지역의 포도밭은 메독의 포도밭보다 휠씬 규모가 작아서 숫자상으로는 샤토들이 많았고 그 결과 메독보다 상위등급을 받는 포도밭이 많았다. 쌩떼밀리옹의 와인등급은 'St-Emilion Cru'와 'St-Emilion Grand Cru'의 두 가지뿐이었다. 그런데 메독의 1등급 와인을 'Premiers Grand Cru'라고 한 것에 반해 쌩떼밀리옹 1등급 와인도 'Premiers Grand Cru'라고 명했다. 현재 1등급 와인은 13개가 있고 그 중 2개를 1등급 중 'A'급(특A급)으로 구분했고 나머지 11개를 'B'급(특B급)으로 구분했다. 쌩떼밀리옹 와인 등급은 매 10년마다 등급 조정을 실시하여 메독의 등급체계보다 유연함을 보여준다. 13개의 프르미에 그랑크뤼는 다음과 같다.

A : Ch. Ausone, Ch. Cheval Blanc
B : Ch. Angelus, Ch. Belair, Ch. Canon, Ch. La Gaffelière, Ch. Figeac, Ch. Magdelaine,
Ch. Pavie, Ch. Beau-Séjour-Becot, Ch. Beauséjour, Clos Fourtet, Ch. Trottevieille

이번 와인 아카데미에 나온 와인들은 프르미에 그랑크뤼 B 그룹에 속하는 와인들로 부드럽고 우아하게 시음자들의 오감을 사로잡았다.

시음와인 소개

1. Château Figeac 1998
-
Merlot 30%, C/S 35%, C/F 35%

로버트 파커 점수가 90점이란 것을 염두에 두지 않더라도 첫 인상부터 매우 훌륭한 와인이란 느낌을 받았다. 오크의 구수한 향과 베리, 건포도, 자두 같은 과일향이 진하게 풍겼고 아직 알코올 느낌도 강하고 부드러운 타닌이 매우 길게 이어졌다.

2. Château Angelus 1998
- C/F 50%, Merlot 45%, C/S 5%

처음부터 파워풀한 향을 느낄 수 있었다. 담배향, 푹 익은 검은 과일류 향, 스파이시한 향신료향이 도드라졌고 피니시 또한 깊고 길게 느껴진다. Full-body의 와인으로 앞으로 시간이 흘러도 전혀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3. Château Pavie 1998
- Merlot 55%, C/F 25%, C/S 20%

매력적이고 세련된 타입의 와인이다. 베리류로 만든 잼향, 미네랄 아로마 등을 바로 느낄 수 있고 뛰어난 균형 감각과 우아함이 드러났다.

4. Château La Gaffelière 1997
- Merlot 65%, C/F 20%, C/S 15%

미네랄 아로마가 압도적이었고 스파이시한 향 또한 감지할 수 있었다. 서서히 라이트하고 과실의 느낌을 느낄 수 있는 꽤 직선적인 성격의 와인

5. Château Belair 1997
- Merlot 60%, C/F 40%

블랙베리향의 향과 맛이 짙었다. 피니시에서도 이어지는 과일의 맛과 부드러운 타닌이 가볍게 남는다.

6. Château Beau-Séjour (Bécot)1996
- Merlot 70%, C/F 15%, C/S 15%

96년은 Ch. Beau-Séjour에게 뛰어난 빈티지였다. 베리류와 자갈 덮인
흙의 느낌과 비슷한 미네랄이 조화로운 미디엄 바디의 와인이다.

7. Château Canon 1996
- Merlot 55%, C/F 40%, C/S 3%, Malbec 2%

이날 와인들 중에서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은 와인으로 섬세하게 잘 숙성되었다는 느낌을 준다. 부드러운 텍스춰, 우아한 피니시 그리고 균형 잡힌 맛이 돋보이는 와인이다.

8. Château Magdelaine 1996
- Merlot 80%, C/F 20%

약하게 딸기향이 나고 붉은 과실의 향이 났다.
가볍고 부드러운 피니시가 무난하다는 느낌을 들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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