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S

은광표

시간을 돌아 돌아서 찾아온 샤르도네와 피노누아의 고향, 부르고뉴

좁은 언덕으로 이어지는 꼬뜨 드 뉘 지역은 레드 와인 지역으로 유명하고 29개 아뻴라시옹이 있는데 마을 이름이 곧 부르고뉴 와인의 명성과 통한다. 예를 들면 즈블레 샹베르땅(Gevrey Chambertin), 샹볼 뮈지니(Chambolle Musigny), 본 로마네(Vosne-Romanée), 뉘 생 조르쥬(Nuits ST. Georges) 등등 이다. 프르미에 크뤼와 그랑크뤼가 위치한 샹베르땅(Chambertin), 끌로 드 라 로쉬(Clos de la Roche), 뮈지니(Musigny), 끌로 드 부조(Clos de Vougeot)는 240~320m정도의 언덕 위에 자리잡고 있다.

▲Dom. de la Romanee-conti의 포도밭 ▲Dom. de la Romanee-conti 본사

피노 누아는 고온에 약해서 선선하며 습하지 않고 너무 건조하지 않은 기후를 좋아한다. 그래서 추운 대륙성 기후 지역이나 덥지 않은 북반구의 서늘한 지역이 피노 누아에겐 맞는다. 피노 누아 포도송이는 껍질이 얇고 포도알이 매우 촘촘히 붙어있다. 탄닌 함량은 높지 않고 산도는 까베르네 소비뇽 등에 비해 높은 편이며 미디엄 정도의 바디를 가지며 숙성이 비교적 빠르다. 피노 누아의 향은 다양한 베리류, 체리, 까시스, 민트 등 매우 부드럽고 풍부한 과일 향에 흙(Earthy) 냄새 등을 맡을 수 있다. 그리고 숙성 후엔 버섯, 버찌, 향신료, 가죽향 등 미묘하고 복합적인 향을 느낄 수 있다.

부르고뉴 지방에서의 와인 생산은 500년이나 되었고 포도밭들은 작은 조각들로 나눠져 있는데, 이는 보르도의 대규모 기업형 영농구조와도 큰 차이를 보인다. 프랑스 혁명의 영향이 적게 받았던 보르도와 달리 부르고뉴는 교회와 귀족들이 소유하던 포도밭이 정부에 의해 분할 매각되어 농부들이 소유하게 되었다.

▲끌로 드 부조의 한 포도밭을 소유한 도멘

▲조각조각 나눠져 있는 Vosne-Romanee의
그랑크뤼 밭 지도
보통 4-5ha의 포도밭 정도면 부양가족이 있는 농부가 살아가는데 충분하기 때문에, 부르고뉴에서는 친인척이나 형제들이 땅을 나눠 가져서 포도재배와 와인을 생산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래서 와인 이름에 네고시앙 이름이 붙기도 하지만 Pére&Fils(아버지와 아들), Frére et Soear(오누이) 등 가족관계를 나타내는 와인 명 또한 많다. 유명한 끌로 드 부조는 전체 50ha정도지만, 70명의 오너들이 조각조각으로 소유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이런 끌리마(climat, 소단위의 포도원을 말함)의 분할은 와인의 다양화와 생산자들 사이의 선의의 경쟁을 촉진시키고 있다.

부르고뉴에서는 같은 아뻴라시옹에서 같은 품종으로 만든 두 와인이라도 끌리마가 다르면 차이가 나고, 같은 끌리마와 포도 나무에서 생산되었어도, 빈티지에 따라 차이가 난다. 그래서 부르고뉴 와인을 고를 때는 꼭 끌리마(Climat), 크뤼(Cru)와 빈티지를 고려해야 한다.

▲끌로(clos, 포도밭 경계를 나타나는 담장)로 나누고 소유주를 표시한 포도밭들

Wine Spectator 에 나온 부르고뉴 레드 와인의 빈티지 가이드를 보면, 꼬뜨 드 뉘의 경우, 1999년 92점, 2000년 86점, 2001년 89점, 2002년 96점, 2003년 92-96 사이로 최근 해로 올수록 눈에 띄게 품질이 우수해지고 있다. 반면 꼬뜨 드 본의 경우, 1999년 90점, 2000년 81점, 2001년 84점, 2002년 92점, 2003년 90-94점으로 꼬뜨 드 뉘와 큰 차이가 없음을 알 수 있다.

부르고뉴 와인은 적은 생산량, 비싼 가격, 복잡한 끌리마와 생산자에 따른 품질의 차이, 편차가 심한 떼루아 등 여러 취약점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마술 같은 매력에 빠지면 헤어나오기 힘들어진다. 오랫동안 잘 숙성된 부르고뉴 레드 와인은 강렬하면서도 복합적인 맛과 향이 입 안에서 오래오래 남는다. 화이트 와인은 어떤가… 한마디로 사랑스러우며 섬세한 맛과 향으로 보관상태만 좋으면 과하지 않은 무게감과 바디감을 느낄 수 있다. 와인을 마신다면 부르고뉴 와인도 빼놓지 말고 즐겨찾기에 넣어두시길…

시음와인 소개

부르고뉴 피노누아

1. Gevrey Chambertin 2001, Antonin Rodet
검붉은 과일열매의 향과 구수한 오크향을 쉽게 감지할 수 있고 다소 약하다 싶은 탄닌은 부드럽게 입안을 휘감는다.

2. Chambolle Musigny 2001, Domaine Michel Gros
밝은 붉은 색과 부드러운 과일맛, 긴 피니시가 인상적인 와인으로 산도가 높은 편으로 우아해지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3. Clos de Vougeot Grand Cru 2000, Bouchard Pére&Fils
매운향, 전형적인 피노 누아의 베리류 향, 나무향이 나고 시간이 지날수록 가죽향 같은 동물적인 향도 난다. 파워풀한 느낌의 와인

▲왼쪽부터 1. Gevrey Chambertin 2001, Antonin Rodet / 2. Chambolle Musigny 2001, Domaine Michel Gros / 3. Clos de Vougeot Grand Cru 2000, Bouchard Pére & Fils

4. Vosne-Romanée 2000, Domaine Jean-Yves Bizot
자두향, 미세한 초콜렛 향이 느껴지지만 약간 밋밋하고 평면적인 맛으로 아쉬움이 남았던 와인이다.

5. Nuits Saint Georges 2000, Faiveley
미네랄, 오크향 등 강한 아로마를 느낄 수 있다. 산도가 낮은 편으로 잘 익어가는 탄닌이 부드럽게 넘어간다.

6. Aloxe Corton 1er Cru ‘Les Vercots’ 2000, Follin Arbelet
말린 자두향 등 과일향이 코 끝을 맴돌고 섬세하며 긴 여운이 매력적이 와인으로 입 안에서 조밀함을 느낄 수 있다.

▲왼쪽부터 4. Vosne-Romanée 2000, Domaine Jean-Yves Bizot / 5. Nuits Saint Georges 2000, Faiveley / 6. Alo xe Corton 1er Cru ‘Les Vercots’ 2000, Follin Arbelet

7. Pommard 1er Cru ‘Les Rugiens’ 1998, Louis Jadot
기존의 강한 스타일이 아닌 부드러운 스타일을 느낄 수 있는 와인이지만, 견고한 구조감은 변함이 없다.

8. Volnay 1er Cru ‘Les Champans’ 2002, Marquis d’Angerville
베리류 같은 과일향과 향신료 향이 강렬한 편으로 앞으로 4~5년은 더 숙성 시키면 기대가 될 와인.

9. Chassagne Montrachet 1999, Joseph Drouhin
체리와 블랙커런트의 향이 풍부한 전통적인 부르고뉴 스타일로 지금 마시기 적당한 와인

▲왼쪽부터 7. Pommard 1er Cru ‘Les Rugiens’ 1998, Louis Jadot / 8. Volnay 1er Cru ‘Les Champans’
2002, Marquis d’Angerville / 9. Chassagne Montrachet 1999, Joseph Drouhin

*베스트와인에서 만날 수 있는 부르고뉴 와인 이야기
1.
Wine Tour - 중세의 도시에서 와인향기에 취하다.
2.
Wine Tour - 그랑크뤼의 보고(寶庫), 즈브레 샹베르탱(Gevrey Chambertin)
3.
Wine Tour - 금지된 왕국, 로마네 콩띠(Romanee-Conti)
4.
Wine Tour - 와인비즈니스의 중심, 본 (Beaune)
5.
Wine Tour - 따스트뱅에 녹아 내린 루비


- 저작권자ⓒ WineOK.com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1. wineok

    장어구이와 와인이 만났을 때 - 제44차 와인 아카데미 : 장어구이와 와인의 궁합

    2005년 7월 30일에 열린 베스트와인의 제44차 와인 아카데미에서는 여름특집으로 장어구이와 각 지역과 품종을 대표하는 8가지의 레드 와인 그리고 전통주 복분자주까지 준비되어 매칭을 시도했다. 또한 베스트와인과 CASA del VINO의 은광표 대표가 음식과 ...
    Date2005.08.05
    Read More
  2. Vins de Pays의 세계에 들어서다...(Ⅰ)

    요즘 와인 값이 만만치 않다. 대형 마트나 편의점까지 와인을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로 대중화가 되고 있지만, 와인 가격은 쉽게 지갑을 열만한 수준이 못 된다. 요 몇 년 간 와인 값은 계속 오르고 있다. 이런 시장의 변화 속에서 매우 반가운 세미나가 지난 7...
    Date2005.08.03
    Read More
  3. 코르크 마개의 미래는 없다?

    끝나지 않는 코르크 마개와 스크루 캡의 논쟁 -한국 스크루캡 심포지엄을 다녀와서… “스크루캡은… 세계 와인의 대다수의 표준이 될 것이다.” 2004년 10월 로버트 파커(Robert Parker)는 코르크 마개가 와인 업계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코르크...
    Date2005.07.29
    Read More
  4. 와인 테이스팅의 쉬운 방법

    내 안의 와인에 대해 얘기해 볼까… 매우 개인적이며 주관적인 와인 테이스팅을 보다 쉽게 표현할 수 없을까… 전문가가 귀뜸 해주는 테이스팅 방법으로, 지금 입 안에서 맴돌고 있는 와인에 대해 얘기해 보세요. ‘이 안에 너 있다.’ 수많은 여성 시청자들의 가...
    Date2005.07.18
    Read More
  5. wineok

    부르고뉴 와인, 편애하기 Ⅱ- 제42, 43차 와인 아카데미 : 부르고뉴 와인의 모든 것

    시간을 돌아 돌아서 찾아온 샤르도네와 피노누아의 고향, 부르고뉴 좁은 언덕으로 이어지는 꼬뜨 드 뉘 지역은 레드 와인 지역으로 유명하고 29개 아뻴라시옹이 있는데 마을 이름이 곧 부르고뉴 와인의 명성과 통한다. 예를 들면 즈블레 샹베르땅(Gevrey...
    Date2005.07.15
    Read More
  6. wineok

    부르고뉴 와인, 편애하기Ⅰ- 제42, 43차 와인 아카데미 : 부르고뉴 와인의 모든 것

    시간을 돌아 돌아서 찾아온 샤르도네와 피노누아의 고향, 부르고뉴 부르고뉴의 화이트와 레드 와인들이 한 자리에 모였기 때문일까… 제42, 43차 와인 아카데미는 마치 좀처럼 만나기 힘든 손님들을 맞이하는 자리 같았다. 와인 아카데미를 진행했던 베스트와...
    Date2005.07.13
    Read More
  7. wineok

    제44차 Wine Academy : [Wine

    날짜/시간 : 2005-07-30 오후 3시 장소 : CASA del VINO 강사 : 은광표 (베스트와인 / CASA del VINO 대표) 회비 : 6만원 참석가능수 : 24 신청안내 : * 은행:국민은행 / 계좌번호:383-21-0123-295 / 이름:베스트와인(은광표) * 성명을 입금자명으로 확인하므...
    Date2005.07.13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53 54 55 56 57 ... 107 Next
/ 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