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S

은광표

3. 와인의 맛을 표현하는 방식 (2)


: 코로 마시는 와인 - 향기(Aroma & Bouquet)

후각적 시험은 와인 시음에서 아주 중요한 요소이다. 이 시험을 통해 와인의 나이를 가름할 수 있고 포도 품종, 때에 따라서는 재배 지역까지 알아낼 수 있으며 그에 따라 와인의 유형적 특징을 판단 할 수 있다. 그 밖에도 냄새는 맛으로는 아직 느끼지 못했지만 상한 와인을 알아낼 수 있게 해준다.

후각

와인을 마실 때의 즐거움은 상당 부분 아로마(Aroma)와 부케(Bouquet)에서 나오지만 그 냄새를 자세히 묘사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후각은 이미 수 백만년 전부터 동물들의 의사소통으로 이용했던 원시적 감각기능이라는 것에 그 원인이 있다. 비강 내부의 수 없이 많은 촉수들은 다른 감각기능과는 달리 뇌의 앞부분과 연결되어 있다. 그 때문에 후각은 우선 감성적이고 지성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감각이다. 어떤 냄새를 묘사하려고 할 때 마다 "이 냄새는 마치…"라고 말하고는 거기서 말문이 막혀버리게 된다.

그러나 이 후각의 또 다른 특성은 어떤 냄새에 반응을 하고 나면 스스로를 폐쇄해버려 무감각해지게 된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아무리 지독한 냄새라도 그 냄새를 계속 맡고 있으면 잠시 후 더 이상 그 냄새를 지각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와인 시음자는 냄새를 맡았을 때의 첫 느낌을 신속하게 기억하고 기록해야 한다. 또한 후각은 감성적인 감각이기 때문에 와인 애호가는 지적 만족과 더불어 감각적인 만족까지 누리게 된다. 그렇지만 와인은 결국 마시려고 있는 것이지 냄새만 맡아보고 마는 것이 아니다. 특히 너무 오래 숙성 시킨 레드 와인은 근사한 부케향을 풍기지만 맛은 떨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로마의 단계

그러면 와인의 냄새를 만들어 내는 것은 무엇일까? 포도품종, 재배 조건, 발효에 이용되는 효모의 종류, 압착 방법, 숙성 형태 및 시간 등이 와인의 냄새를 형성하고 결정한다. 이때 냄새를 만들어내는 물질은 포도 자체에 이미 들어 있던 것일 수도 있고 발효 기간 생성된 것일 수도 있으며 아니면 오크 통 속이나 특히 병 속에서 오랜 숙성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것 일 수도 있다. 갓 빚은 와인의 경우 대개 향이 미숙한 단계여서 화이트 와인은 향이 아주 약하고 레드 와인은 본래의 포도향만 느껴진다. 이런 경우를 일컬어 '와인이 아직 폐쇄되어 있다'라고 한다. 그러므로 와인의 초기 단계에는 색과 맛이 품질 감별에서 더 중요하다. 반면에 오랜 숙성기간을 거친 와인은 그 반대의 의미로 '개방된' 부케향이 나며 냄새가 중요한 감별 요소가 된다. 이런 이유에서 와인에 냄새를 유발하는 물질이 생기는 것처럼 '아로마'도 아래와 같이 3단계로 구분된다.

1차적 아로마는 이미 포도 자체에 함유되어 있으며 주로 포도 껍질 안쪽에 붙어있는 냄새 물질에 의해 생긴다. 이 아로마는 포도 품종에 따라 전형적인 향을 발산하며 때때로 여러 가지 포도를 1차적 아로마에 따라 구분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프랑스에는 '까르메네(Carmenets)'그룹이 있는데 소비뇽 블랑, 까베르네 소비뇽, 까베르네 프랑, 쎄미용, 멜로 품종이 이에 속한다. 보르도와 루아르 지방이 원산지인 이 포도 그룹의 특징은 검은 까치밥나무 열매와 으깬 잎사귀나 약초, 혹은 피망의 향이 난다는 것이다. 또, 프랑스의 동북부에는 피노 누아, 갸메, 샤도네이, 삐노 그리 그리고 삐노 블랑이 속하는 '느와리엥(Noiriens)'라는 그룹이 있다. 1차적 아로마가 없으면 나중에 복합적인 부케향이 형성되지 못하므로 1차적 아로마가 와인에게 중요한 것은 당연하지만 단순히 그런 포도향만을 지닌 와인이라면 너무 평범하게 된다.

2차적 아로마는 발효시 효모의 작용에 의하여 생긴다. 화학적으로는 알데히드, 아세탈, 에스테르, 디아세틸과 같은 물질로 이루어져 있다. 효모는 이미 말했듯 당분에서 알코올과 탄산가스를 만들면서 수없이 많은 부산물을 만들어 내는데 그 중에는 앞에서 언급한 향 물질과 호박산, 초산과 같이 맛으로 지각할 수 있는 물질도 있다. 갓 빚은 와인의 복합적인 부케향은 근본적으로 여러 종류의 효모의 다양한 작용에 의해 생기는 것이다. 안타까운 일 이지만 요즘은 더 이상 포도 껍질에 함유된 천연 효모가 아니라 실험실에서 배양한 효모로 와인을 발효시키고 있어 깔끔하기는 하지만 단순하고 평범한 아로마를 지니게 된다.

1차적 그리고 2차적 아로마는 숙성 초기에는 와인의 매력을 더해 주지만 몇 달 안가서 벌써 강도가 떨어진다. 만일 와인이 적합한 숙성과정을 통해 본래의 숙성 부케향인 3차적 아로마를 생성하지 못한다면 1차적 아로마와 2차적 아로마는 완전히 사라져 버리게 된다. 3차적 아로마는 주로 버섯, 가죽, 모피, 타르 혹은 석유냄새 등을 연상시키게 한다. 이 아로마는 오크통 속에 저장될 때 생기기도 하지만 주로 병 속에서 형성된다. 즉 병 속에서 특정한 화학 물질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공기와 차단된 상태 하에 차츰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다. 공기 차단이 완벽할수록 화학물질의 변화는 더 크므로 흔히 이 과정에서 붉은 탄닌의 맛을 내는 물질에서 향을 내는 물질로 변하게 되는 것이다.

코르크 냄새와 곰팡이내

이 세가지 아로마는 와인의 아니 및 발전과정을 평가하는 데 중요하므로 와인 시음시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당연한데 이와 더불어 냄새의 결점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런 결점은 와인에 이상이 생겼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이런 냄새로는 먼저 코르크 냄새가 있는데 냄새가 역해서 맡자마자 와인을 버리고 싶게 되는데 이런 경우 영어로 '코키(Corky)'하다고 말한다. 또 확인하기 까다로운 냄새로 곰팡내가 있는데 주로 오래되고 불결한 포도주통 때문에 생기며 코르크 냄새와 혼동할 수도 있다. 그에 반해 상한 포도로 인해 생기는 썩은 냄새와 생물학적 산제거가 잘못되어 생기는 상한 치즈 및 약초냄새는 쉽게 찾아낼 수 있다.

유황 냄새

후각적 시음에서 가장 나쁜 냄새는 유황 냄새이다. 이 냄새는 썩은 계란 냄새와 비슷하며 화학적 성분이 황화수소라는 것인데 특히 완벽하게 공기가 차단된 곳에서 화이트 와인을 숙성시킬 때 유황 첨가량을 잘못 맞추면 이런 냄새가 난다. 물론 이런 냄새가 약간 난다고 해서 그 즉시 와인을 쏟아 버릴 필요는 없다. 와인을 다른 유리병에 따르거나 와인 병을 잠시 열어두거나 아니면 잔아 따라서 여러 번 흔드는 방법으로 환기를 시켜주면 어느 정도 냄새를 없앨 수 있다.

그밖의 냄새들

그리고 와인에는 다른 냄새들이 많이 있다. 까치밥나무 열매라던가 마늘 혹은 가죽 냄새가 난다고 해서 와인에 그런 아로마를 인위적으로 첨가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와인에는 진짜 아로마, 즉 새 참나무통의 에칠 바닐라 성분에 의해 생기는 바닐라향과 같이 열매나 꽃이 저마다 지니고 있는 아로마 물질이 실제로 들어 있기도 하지마 그와 함께 연상에 의한 아로마도 있는데 시음자가 지각하는 향의 대부분은 후자에 속한다. 연상에 의한 아로마는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성격을 띨 수 밖에 없으며 말로 표현하기가 매우 어렵다.


- 저작권자ⓒ WineOK.com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1. wineok

    와인 시음 - 3. 와인의 맛을 표현하는 방식 (3)

    3. 와인의 맛을 표현하는 방식 (3) :혀로 느끼는 와인- 맛(미각) 와인의 다양성은 미각에 의해 비로소 제대로 밝혀진다. 맛으로 감별되는 것은 와인의 신선함, 밀도, 복합성, 농도, 섬세함, 조화, 알코올 함유량, 당도 등이다. 우리의 입은 단맛, 신맛, 짠맛,...
    Date2004.10.01
    Read More
  2. wineok

    와인 시음 - 3. 와인의 맛을 표현하는 방식 (2)

    3. 와인의 맛을 표현하는 방식 (2) : 코로 마시는 와인 - 향기(Aroma & Bouquet) 후각적 시험은 와인 시음에서 아주 중요한 요소이다. 이 시험을 통해 와인의 나이를 가름할 수 있고 포도 품종, 때에 따라서는 재배 지역까지 알아낼 수 있으며 그에 따라 와인...
    Date2004.10.01
    Read More
  3. wineok

    와인 시음 - 3. 와인의 맛을 표현하는 방식 (1)

    3. 와인의 맛을 표현하는 방식 (1) : 눈으로 보는 와인 - 색 와인의 색은 대부분 포도 껍질에서 나온다. 레드 와인의 경우 색의 특징이 매우 강하므로 색 관찰이 화이트 와인의 경우보다 훨씬 중요하다. 레드 와인은 포도즙과 파쇄된 껍질을 같이 발효시킨 후...
    Date2004.10.01
    Read More
  4. 위기를 모르는 와인. 샤또 뒤크뤼 보카이유(Ch. Ducru-Beaucaillou)

    한 기자가 샤또 뒤크뤼 보카이유(Ch. Ducru-Beaucaillou)의 프랑소아 하비에 보리(Francois Xavier Borie)씨에게 가족 대대로 내려오는 샤또의 운영에 대해서 말해 줄 수 있냐고 물었을 때, 그는 멸종 위기의 종족에 대해 조사를 왜 하냐고 되물었다고 한다. ...
    Date2004.09.21
    Read More
  5. 대자연의 맛으로 공략하는 뉴질랜드 와인

    제 34차 와인 아카데미 뉴질랜드 화이트 와인 시음회에 즈음하여 최근 세계 와인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뉴질랜드 와인을 알아보기로 하자. 재작년이었던가… 누군가가 저녁 식사에 마셔보라고 준 Villa Maria Sauvignon Blanc에 깜짝 놀란 기억이 있다. Cle...
    Date2004.09.17
    Read More
  6. wineok

    제34차 Wine Academy : 대자연의 풍미를 담은 뉴질랜드와인 시음회

    날짜/시간 : 2004-09-18 오후 3시~ 오후 5시 장소 : CASA del VINO 강사 : David Taylor (주한 뉴질랜드 대사 / Andrew French 상무관) 회비 : 1만 5천원 참석가능수 : 30 신청안내 : * 은행:국민은행 / 계좌번호:383-21-0123-295 / 이름:베스트와인(은광표) *...
    Date2004.09.08
    Read More
  7. 땅으로 내려온 디오니소스의 와인, 그리스 와인

    지난 8월 30일에 막을 내린 아테네 올림픽을 계기로 베일에 가려졌던 그리스의 문화, 요리 그리고 와인의 세계까지 활짝 열렸다. 그리스 와인은 국내 와인 애호가들에게도 생소했기 때문에 많은 관심을 받았고, 아테네 올림픽에 맞춰 수입되어 활발한 마케팅...
    Date2004.09.06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60 61 62 63 64 ... 107 Next
/ 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