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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광표

"나는 내 와인들에 대해서 무엇을 말할 지 미리 생각해 놓지 않습니다. 그때그때 경청자들의 분위기에 맞추어 우리 가족의 와인 역사부터 시작해서 각 와인의 특성까지 모든 것을 적절하게 풀어놓죠."

많이 봐 주어도 30대 중반을 넘겼을 것 같지 않은 이 젊은 와인 메이커, Guido Martinetti의 자신감은 이랬다. 프랑스에서 와인 양조 교육을 받은 후 보르도의 Ch. Margaux에서 몇 년간 와인 메이커로서 있었다는 이력에, 어렸을 때부터 봐 오던 아버지의 와인 양조 작업들이 삶의 일부로 더해진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여유이리라.

강의 방식 역시 새로웠다.


통상적으로 와인에 대한 설명이 있고 나서 해당 와인을 테이스팅 할 시간을 주는 것과 달리, Guido Martinetti는 참석자들이 와인 테이스팅을 하는 동안 강의를 진행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와인에 대한 지식과 오감이 느낀 감각이 상승 효과를 일으키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그가 강의 내내 강조했던 것은 떼루아. 오늘 날 인간이 이룩해 놓은 과학 기술의 발전 덕분에 인간의 힘으로 이루지 못 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단 한가지는 어쩔 수 없으니, 그게 바로 와인 양조라는 것이다. 그 중요성에 있어서 떼루아를 빼 놓을 수는 당연히 없는 일이고. 그가 Ch. Margaux에 있을 때 함께 했던 수석 와인 메이커는 이런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Ch. Margaux를 Margaux로 만드는 건 내가 아니야. 바로 이 땅이지!"

그의 와인 철학은 이랬다. 떼루아를 충분히 반영하는 와인을 만들 것. 그러나 사람들이 와인을 마시기 전에 와인에 대한 정의를 내려 주지 말 것. 와인이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것이므로 테이스팅 노트를 미리 나누어 주면 그 안에 사람들의 상상력이 갇힌다는 이유다.

와인을 마시는 것 자체에 대해서도 한마디 덧붙였다. 예전에 한창 "Every day a New Face" 를 부르짖었던 어느 화장품 광고처럼 Guido Martinetti는 "Every day an Easy Wine"을 선호한다고 했다. 이탈리아에서 와인 시음 경험이란 일반인으로서 맛보기 힘든 최고급 와인을 맛보는 것보다는 일상에서 어려움 없이 식사와 함께 마시는 것이라 했다. 그래서인지 그는 각각의 시음 와인의 설명 끝에는 꼭 함께 어울릴만한 음식을 추천해 주었다. Minaia는 바닷가재 요리와 함께, Sulbric은 뭉근하게 조리한 고기요리를 추천하는 식이다.

그리고 그가 마지막에 덧붙인 비유.
와인은 여자와 같아, 그 겉 모습에 속으면 큰일난다는 것. ^^

"파멜라 앤더슨 같은 와인보다는 재클린 케네디 같은 와인을 드십시오."

와인에 대한 열정, 체계적 교육으로 뒷받침된 지식, 피에몬테에 대한 자긍심, 그리고 건전한 와인 철학에 유머까지 겸비한 이 젊은 와인 메이커의 와이너리, Franco Martinetti의 앞날이 사뭇 기대된다.

[ Piedmont ]

▶ Piedmont 지도

"산자락" 이라는 뜻을 가진 이탈리아의 피에몬테(Piedmont)는 프랑스에서 이탈리아로 가는 길목, 프랑스와 스위스 국경 알프스 산맥 밑에 위치하고 있다. 여름에는 덥고 가을에는 선선한 날씨 탓에 포도재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300만 헥토리터의 와인을 생산하는데, 이 중 절반 이상이 DOC, DOCG의 품질을 자랑한다. 이 중 특히 알려진 7개의 DOCG가 피에몬테 지역 출신이다. : Asti(혹은 Moscato d'Asti), Barolo, Barbaresco, Brachetto d'Acqui(혹은 Acqui), Gattinara, Ghemme 그리고 1998년 이후 Gavi가 더해졌다. Gavi는 피에몬테 지역에서 DOCG 등급을 획득한 최초의 화이트 와인이기도 하다.

이 곳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포도 품종은 바르베라(Barbera)와 돌체토(Dolcetto)이며, 돌체토는 주로 DOC 등급 와인에 사용된다. 순위상으로는 세 번째지만 그 품질에 있어서 최고라 할 수 있는 포도 품종으로 네비올로(Nebbiolo)가 있다.

네비올로는 배합품종으로 쓰이거나 단일 품종으로 쓰여 Barolo, Barbaresco, Ghemme, Gattinara, Nebbiolo d'Alba 등을 만든다.

바롤로는 최소 알코올 함유량이 13%이상이 되어야 하며, 3년 이상 숙성시켜야 출하가 허용될 정도로 까다로운 와인이다. 그보다 조금 더 상등급인 리세르바(riserva)는 5년 이상 숙성을 시킨다.

▶ Nebbiolo

[ 토양과 기후, 포도 재배 환경 ]

피에몬테 지역은 춥고 긴 겨울과 덥고 습한 여름의 대륙성 기후를 보인다. 포도나무가 광활한 지역에 걸쳐 재배되나, 가장 재배가 활발한 곳은 Ligurian 접경 지역을 아우르는 남쪽의 언덕 지형이다.

진흙과 석회질이 포함된 토양이 포도 재배를 가능하게 했으며, 포도 수확은 9월 말부터 시작하여(돌체토, 샤르도네, 모스카토) 10월 말까지 계속된다.(네비올로)

근래 들어 헥타르당 낮은 포도나무 3,000 ~ 3,500그루 정도를 촘촘하게 심는 경작 방식을 실험해 보고 있으나, Langhe와 Asti지역의 가파른 언덕들 때문에 그다지 긍정적인 결과는 얻지 못 하고 있다.


[ Tasting Note ] : 이석기 (베스트와인 고문)

Franco Martinetti Gavi DOCG 2001

Gavi 는 코르테제(Cortese) 포도 품종으로 양조한 식전주로 복합성의 향은 미미하지만 무더운 여름에 마시기 좋은 미네랄과 레몬 특성의 중질감 와인이다.
이 날 지도적 시음회(Tutored Tasting)를 주관한 Franco Martinetti의 아들, Guido Martinetti 는 Minaia Gavi보다 오히려 산도가 더 강한 Gavi를 선호한다고 했지만 필자는 오히려 Minaia가 더 호감이 가는 것은 나이 탓이 아닐까.
(주 : 지난 8월 타계한 故 정몽헌 회장이 여름 한 때 즐겨 마시던 와인이기도 하다. - 똑같은 레이블은 아니지만)



Franco Martinetti Minaia Gavi DOCG 2000

열대 과일, 꿀향의 특성과 적당한 풍미의 오크향과 함께 중질감의 감칠맛과 뒷맛이 부드러운 와인이다.



Franco Martinetti Bric dei Banditi Barbera d'Asti DOC 2001

Bric dei Banditi는 "의적들의 언덕" 이라는 뜻의 피에몬테 방언.
옛날 이 지역 언덕에 의적들이 살면서 돈을 나누어 주었다는 이야기에 착안하여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수령이 젊은 포도나무의 포도로 양조한 바닐라와 홍차 내음이 가볍고 상큼한 와인이다.



Franco Martinetti Montruc Barbera d'Asti DOC 1999

Montruc은 프랑스어로 "나의 것" 이라는 뜻. Martinetti의 노하우가 담긴 와인이라고 봐도 좋을 듯하다. 프랑스와 접경 지역에 위치한 특성상, 와인 작명에 프랑스어를 도입하게 되었다.
흙내음과 석쇠에 구운 듯한 고기내음과 더불어 스텐리스 통에서 숙성시킨 탄닌은 와인의 좋은 골격을 이루었고, 중간 정도의 산도가 와인의 여운을 길게 한다.



Franco Martinetti Sulbric Monferatto DOC 1999

까베르네 소비뇽과 바르베라 포도 품종의 배합 와인으로 모카와 자두향의 맛좋은 미디엄 바디가 인상적이다.
나무통에서 숙성시킨 순한 탄닌과 상쾌한 뒷맛이 있는 와인이다.


Franco Martinetti Marasco Barolo DOCG 1999

Marasca는 이탈리아어로 체리를 의미한다. 이 와인의 아로마가 이 마라스카(체리)를 연상시키면서도 남성적인 풍미를 가진데 착안하여, 남성형 종결어미인 "o"를 붙여 Marasco라는 이름을 붙이게 되었다.
딸기와 꽃의 세련된 향인 비바올로 포도 품종의 바롤로 와인이다. 씹히는 듯한 입자의 훌륭한 탄닌과 매끄러운 뒷맛의 조화가 훌륭한 풀바디 와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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