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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광표

포도로 와인을 만들고 보리로 맥주를 만듭니다. 그러나 이런 정형성에서 완전히 벗어난 예를 종종 볼 수 있는데요, 포도가 아닌 과일로 와인을 만들어 또 다른 가능성의 문을 연 와인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지난번에 고군분투하고 있는 한국 와인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드렸습니다. 포도 주산지를 중심으로 생산되고 있는 한국 와인은 외국산 와인과의 경쟁구도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자국 와인에 대한 관심, 와인 문화와 기술, 노하우의 부재 등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재료인 포도에 있습니다.

아무리 기를 써봐도 좋지 않은 포도로 좋은 와인을 만들 순 없습니다. 그렇다면 포도 말고 다른 과일로 와인을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포도 외에도 사과, 배, 감등 맛있는 과일은 넘칩니다. 그래서 만들기 시작한 감 와인, 토마토 와인, 키위 와인, 석류 와인, 사과 와인, 복분자 와인 등은 과실주로 사랑 받고 있습니다.

여러 와인들 중에서 현재 주목받고 있는 몇 가지 와인들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감 와인 - 감그린

"포도로 와인을 생산해서는 외국 제품과 경쟁이 어렵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입니다. 지역을 대표하는 특산물, 한국인의 정서가 담긴 과일 그리고 영양분이 많은 과일 등의 여건을 충족할 수 있는 대표적인 과일이 "감" 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고 감그린의 하상오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감 와인의 개발 동기를 밝혔습니다.

이런 배경 속에서 세계 유일의 감 와인, 청도의 대표 농산물인 청도반시로 만든 와인이 탄생한 것입니다. 다들 알다시피 청도반시는 씨가 없고 떫은 맛이 강한데, 와인에서도 타닌의 맛과 달콤하고 신 맛이 잘 조화를 이룬다고 한다. 화이트 와인이지만 레드 와인에 부럽지 않을 타닌을 함유하고 있어 건강적인 면 또한 자부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럼 와인 애호라가면 제조과정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겠지요. 감을 수확하면 압착을 시킵니다. 이를 10~15도를 유지하며 발효탱크에서 한달 동안 발효를 시킵니다. 그 후 같은 온도로 약1년 동안 1차 숙성을 시킵니다.

이후 여과과정을 거치고 와인터널에 마련된 저장고에서 약 2년 이상 2차 숙성을 가집니다. 다시 정밀 여과를 거친 후 병입을 하고 와인터널에서 6개월에서 ~ 1년 정도의 병 숙성 과정을 거쳐 시장에 내놓습니다.

상품화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생각보다 긴 편입니다. 그리고 옛 경부선 터널을 개조하여 만든 와인터널은 연중 15도, 습도 60%를 유지하는 와인 셀러의 역할을 하기도 하며 시음이나 양조체험 등 각종 이벤트 공간으로도 변신이 가능합니다.

감 와인의 맛은 꽤 좋은 편입니다. 달콤하면서도 산뜻한 산미가 느껴져서 무난하게 마시기 좋다는 의견입니다. 감 특유의 숙취해소 효과 때문에 마신 뒤에도 뒷맛이 깔끔하다고 하는데, 직접 경헙을 해보진 못했습니다.

총 3종류 와인을 생산하는데, 라이트한 바디의 산뜻한 레귤러, 미디엄 바디의 스페셜, 그리고 풀 바디의 묵직함과 달콤한 감과 벌꿀향을 느낄 수 있는 아이스와인이 있습니다.

감 와인은 다양한 정부 주최 행사에서 건배주로 선정되어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2005년 부산APEC 정상회담, 제87회 전국 체전(김천), 2007년 "Korea, Sparkling in New York 2007", 2008년 제17대 대통령 취임식 등의 만찬주 혹은 건배주로 선정되어 감 와인의 홍보에도 한 몫을 했습니다.

복분자 와인

'요강을 뒤집는다'란 뜻을 가진 복분자 딸기로 만든 와인은 우리나라 주류 시장에 썰물처럼 밀려들어왔다가 다시 밀려나간 술입니다. 와인 열풍에 힘입어 한때 복분자 와인의 인기는 상당했습니다. 여기저기에서 앞다투어 생산했고 소비 또한 활발해 단순히 지방 특산물이 아닌 와인이란 카테고리에서 제 자리를 잡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복분자 와인의 인기는 쉽게 식었고 그 많던 복분자 와인들도 하나 둘씩 어디론가 사라졌습니다. 너무나 안타까운 현실이지요. 그 중에서도 일부 복분자 와인들이 간신히 명맥을 잇고 있을 뿐입니다.

복분자는 남도의 특산물이라 전북 고창과 함평, 신안, 순창 등에서 생산되고 있습니다. 장미과에 속하는 야생나무딸기인 복분자는 5~6월에 흰색 꽃이 피고 7~8월에 검은 열매를 맺습니다. 열매의 맛은 달고 성질이 평이합니다.

▶ 순창복분자영농조합법인의 복분자 와인

복분자에는 폴리페놀과 몸에 이로운 색소, 유기산이 풍부합니다. 면역증진 효과, 항염, 항산화, 살균효과 등 건강에 도움을 준다는 점은 복분자 와인의 변함없는 인기 비결입니다. 복분자 와인은 달콤하고 진한 과일 맛이 풍부해서 우리 음식 중에서도 진한 국물 요리와 잘 어울립니다.

2005년 APEC 정상회담에 공신 만찬주로 복분자술(보해 복분자)가 선정되면서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어 2007년 남북정상회담 공식 만찬주로도 복분자술이 선정되었습니다. 공식 만찬주로 선정되면 언론 노출에 의한 자연스러운 홍보가 가능합니다.

많은 복분자 와인들이 있지만 그 중 복분제국, 레드 스캔들, 레드 마운틴, 순창복분자영농조합법인의 복분자 와인이 꾸준하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지금 복분자 와인은 단순한 지역 특산물에서 대중적인 주류 브랜드로 도약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제품의 경쟁력뿐만 아니라 스토리, 마케팅 등 복분자 와인의 갈 길은 쉽지 않지만 포기할 수 없는 길이기도 합니다.

▶ 다음 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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