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이태리 톱 와인들을 소개해 많은 호응을 받았던 감베로 로쏘(Gambero Rosso)의 ‘이태리 와인 로드쇼’가 올해에도 어김없이 열렸다. 감베로 로쏘는 이태리의 음식과 와인을 다루는 미디어 회사로 1987년부터 유명한 이태리 와인 평가서 ‘이태리 와인(Wines of Italy)’을 발행하여 약 2만 여종의 와인들을 소개해왔다.
<감베로 로쏘>가 개최하는 ‘이태리 와인 로드 쇼’는 또한 이태리의 우수한 와인들을 전세계에 알리기 위해 열리는 세계적인 행사로 올해로 6회째를 맞이한다. 이태리의 정상급 와이너리 50곳의 200종이 넘는 와인이 참여하는 ‘2012 이태리 와인 로드 쇼’는 전세계 6개 도시를 돌며 이태리의 최고급 와인들을 선보이고 있다.
서울, 오사카, 방콕, 싱가폴을 거쳐 남미의 리오 데 자네이로와 상파울로를 마지막으로 막을 내리는 이번 행사는 자유로운 시음과 워크샵, 마스터 클래스로 섹션을 나누어 진행된다. 마스터 클래스 진행을 위해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이자 비니 이탈리아(Vini d'Italia)의 시니어 와인 에디터인 마르코 사벨리코(Marco Sabellico)가 방한해 국내 와인 전문가들을 만났다.
작년 처음으로 와인 수출량이 자국의 소비량을 뛰어넘은 이태리는 올해 전세계 와인 신흥 시장을 방문하여 이태리 와인의 우수성에 대해 알릴 계획이다. ‘이태리 와인 로드쇼’의 관계자는 “실제로 아시아 지역에서 수입 와인의 소비량은 2015년까지 58%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한국은 2006년과 2010년 사이 이탈리아 와인 수입량이 65%나 증가한 시장으로 이번 투어의 가장 중요한 방문지 중 한 곳”이라고 밝혔다.
마스터 클래스, 빡빡하지만 많은 와인을 경험할 수 있어…
오전 오후로 나눠서 진행된 마스터 클래스는 오전에 피에몬테 등 이태리 북부의 와인을, 오후엔 토스카나를 비롯한 중남부 와인을 시음했다.
워낙 인기가 많아 신청인원이 너무 몰려서 에디터 또한 오후 시간에만 참석할 수 있었다. 총 30가지의 와인들이 준비되어 있었는데, 생산지도 다양했다. 로마 주변인 Lazio를 비롯해 Marche, Sicilia, Sardegna, Emilia Romagna, Abruzzo, Molise, Puglia, Calabria 와인들을 만났다.
토스카나를 선두로 이들 지역은 90년대 국제 품종의 광풍이 밀려온 곳이기도 하다. 너나 할 것 없이 국제 품종들을 심고 와인을 만들기 바빴다. 그 중 대박을 터트린 와이너리도 있겠지만 큰 소득을 내지 못한 곳도 있었을 것이다.
최근 다시 토착품종으로 돌아오고 있다. 다양한 실험을 통해 얻은 결과랄까. 확실한 정체성이야말로 세계 시장에서 승부수를 띄울 수 있는 최대 장점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마스터 클래스에 선보인 와인들은 이런 토착품종의 다양한 개성을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백포도 품종인 베르디키오(Verdicchio)를 단순하고 경쾌한 느낌(Monte Schiavo Verdicchio dei Castelli di Jesi Cl. Sup. Pallio di S. Floriano 2011) 혹은 리치하고 복합적인 느낌(Terre Cortesi Moncaro Verdicchio dei Castelli di Jesi Cl. V. Novali Ris. 2009 / Casalfarneto Verdicchio dei Castelli di Jesi Cl. Crisio Ris. 2010)으로 만든 두 가지 스타일의 와인을 비교함으로써 품종의 특징과 발전 가능성을짐작할 수 있었다.
지중해 일대에서 흔히 볼 수 있다지만 우리에겐 다소 낯선 백포도 품종 베르멘티노(Vermentino)으로 만든 와인도 있지만 샤르도네처럼 익숙한 품종의 와인을 함께 비교할 수 있어 좋았다.
비티스 비니페라종이 아닌 비티스 람브루스카종인 람브루스코(Lambrusco)로 만든 와인은 에밀리아 로마냐에서 많이 생산되는데, 마치 보졸레 빌라쥐 같이 가볍고 달콤한 뉘앙스를 가진다. 부담없이 마시기 좋을듯 하다.
아브루쪼의 몬테풀치아노(Montepulciano)는 총 5개 와이너리의 와인이 소개되었는데, 신선하고 마시기 쉬운 스타일에서 구조감이 좋고 부드러운 스타일까지 닮은 듯 서로 다른 몬테풀치아노 와인들을 경험할 수 있었다.
감베로 로쏘 뿐만 아니라 와인 스펙테이터나 로버트 파커에게도 90점의 고득점을 받고 있는 Falesco Montiano 2009는 마시기 좋고 밸런스도 잘 맞아서 쉽게 어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태리의 남동부에 해당하는 풀리아(Puglia)는 장화 모양의 이태리 지도상 뒤축에 해당되는 곳이다. 총 6가지 와인들을 시음했는데, 가벼운 느낌의 에브리데이 와인에서 진한 오크 향과 무게감을 가진 와인들을 두루 경험할 수 있었다.
시음 기회가 좀처럼 쉽지 않은 사르데냐 와인들을 시음할 수 있었는데, 수퍼 투스칸의 전설, 자코모 타키스(Giacomo Tachis)가 은퇴 후 컨설팅 했다는 와인 Argiolas Turriga 2007은 복합성과 풍부함을 가지며 타닌은 강한 편이나 거부감은 없었다. 와인 어드버킷(Wine Advocate) 사이트의 안토니오 갤로니(Antonio Galloni)는 이 와인을 사르네냐의 아이콘 와인으로 꼽으며 90점 이상의 고득점을 주기에 망설이지 않았다.
주요 품종은 Cannonau 라는 사르데냐의 그르나슈가 85% 이상, Bovale Sardo, Carignano 그리고Malvasia Nera가 보조적으로 쓰이고 있다.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는 와인이란 생각이 들었다.
시실리아의 와인들도 대거 선보였는데, Cusumano Sagana와 Firriato Harmonium 같이 국내에도 잘 알려진 와인뿐만 아니라 지역적인 특성 속에서 새롭게 태어난 와인이 있었다.
Carlo Pellegrino Passito di Pantelleria Nes 2009로 Pantelleria는 대양 가운데 위치한 화산섬인데, 그 곳에서 생산된 모스카토로 만든 스위트 와인이다.
파시토(Passito)는 베네토 지방에서 와인을 만들 때 사용하는데 포도를 서늘한 곳에서 천천히 말려 당도를 높이는 방법이다. 이 지역에서는 바위 위에 놓고 강한 햇빛에 껍질이 쪼그라들 때까지 말린다고 한다.
이 와인의 비밀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모스카토가 전혀 다른 풍미를 가졌다는 것이다. 화이트 와인인데도 여러 가지 허브의 향이 풍부하다(이 또한 지역적 특성 때문). 마른 과일의 향도 함께 나고 단 맛이 강하게 끝까지 이어진다.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한다면 품종을 맞출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마지막 와인은 사르데냐의 마르살라이다. Cantine Rallo Marsala Vergine Soleras Ris. 20 anni 1990로 스페인의 쉐리를 만드는 솔레라 시스템으로 만드는 와인이다. 품종은 그릴로 까타라토(Grillo Catarratto) 이고 알코올은 17% 정도다. 카라멜과 견과류 향이 은은하게 나며 단 맛은 그리 강하지 않고 알코올 느낌이 확실하게 느껴진다.
이번 마스터클래스는 이태리 토착품종의 다양성과 함께 지역과 결합하여 어떻게 재 탄생되는 지 또한 잘 보여주었다. 90년대 국제 품종으로 이태리 와인의 도약을 이룰 때 토착품종인 산지오베제로 초대형 수퍼 토스카나를 만들었던 것처럼 다양하고 개성이 강한 이태리 토착품종의 약진을 기대해본다.
- [ 시음와인 ]
- 1. Poggio Le Volpi, Frascati Sup. Epos 2011
- 2. Monte Schiavo, Verdicchio dei Castelli di Jesi Cl. Sup. Pallio di S. Floriano 2011
- 3. Terre Cortesi Moncaro Verdicchio dei Castelli di Jesi Cl. V. Novali Ris. 2009
- 4. Casalfarneto Verdicchio dei Castelli di Jesi Cl. Crisio Ris. 2010
- 5. Planeta, Chardonnay 2009
- 6. Tenute Sella & Mosca, Vermentino di Gallura Sup. Monteoro 2011
- 7. Vigne Surrau, Vermentino di Gallura Sciala V.T. 2011
- 8. Capichera Vermentino di Gallura Vigna’ngena 2011
- 9. Cavicchioli U. & Figli, Lambrusco Grasparossa di Castelvetro Tre Medaglie 2011
- 10. Medici Ermete & Figli, Lambrusco Reggiano Secco Concerto 2011
- 11. Valle Reale, Montepulciano d’Abruzzo Lupi Reali Organic 2011
- 12. Villa Medoro, Montepulciano d’Abruzzo Adridno DOCG 2008
- 13. Cantina Tollo, Montepulciano d’Abruzzo Cagiòlo Ris. 2008
- 14. Castorani, Montepulciano d’Abruzzo Podere Castorani 2008
- 15. Masciarelli, Montepulciano d’Abruzzo Villa Gemma 2006
- 16. Falesco, Montiano 2009
- 17. Velenosi, Rosso Riceno Sup. Roggio del Filare 2008
- 18. Di Majo Norante, Molise Aglianico Contado Ris. 2009
- 19. Torrevento, Castel del Monte Vigna Redale Ris. 2008
- 20. Leone de Castris, Salice Salentino Rosso 50a Vendemmia Ris. 2008
- 21. Cantine Due Palme, Salice Salentino Rosso Selvarossa Ris.
- 22. Conti Zecca, Nero
- 23. Vigne & Vini, 12 e Mezzo Primitivo del Salento 2010
- 24. Tenute Rubino, Punta Aquila 2010
- 25. Igreco, Masino 2010
- 26. Argiolas, Turriga 2007
- 27. Cusumano, Sagana 2009
- 28. Firriato, Harmonium 2009
- 29. Carlo Pellegrino Passito di Pantelleria Nes 2009
- 30. Cantine Rallo Marsala Vergine Soleras Ris. 20 anni 1990
일부 사진 제공: 와인 21 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