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페인의 훌륭한 대체품을 찾기 위해 프랑스를 떠나 다른 국가로 가보겠습니다. 이 넒고넒은 세계 와인 생산지에서 눈에 띄는 스파클링 와인이 없겠습니까?
독일 - 젝트(Sekt)
리슬링의 왕국, 독일의 스파클링 와인이 젝트입니다. 본래 독일은 세계적으로 규모 있는 스파클링 와인 시장으로 젝트의 생산량 또한 연간 2백만이 넘을 정도랍니다. 이 젝트의 95% 정도는 탱크 발효 방식으로 만들어 대중적이고 특별한 규제 사항이 없으며 가격 또한 저렴합니다.
간혹 레이블에 'Deutscher Sekt'라 쓰려 있다면 독일 품종으로 만든 고급 젝트를 뜻합니다. 2차 발효를 탱크가 아닌 병에서 하는 전통방식을 따릅니다. 또한 Sekt b.A(bestimmter Anbaugebiete)는 지정된 독일의 13개 지역에서 생산된 포도로 만들었다는 의미입니다.
Deutscher Sekt는 주로 드라이 또는 엑스트라 드라이 두 가지 타입으로 만듭니다. 생산 방법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스파클링 와인 스타일을 따른다고 볼 수 있지요. 품종 제한도 있어 독일에서 생산되는 리슬링, 피노 블랑, 비노 누아 그리고 피노 그리만 허용합니다.
전통적인 스파클링 와인 시장에서 Deutscher Sekt는 우아한 스파클링 와인으로 1980년대에 급성장합니다. 좋은 산도와 향을 가진 리슬링으로 세련된 스파클링 와인을 만들었고 피노 계열의 포도로 만든 Deutscher Sekt는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대부분의 큰 젝트 하우스들은 1800년대에 설립되었습니다. 독일 시장에서 50% 이상 차지하고 있는 대규모 젝트 하우스는 Rotkaeppchen-Mumm Group입니다. 작지만 주목할만한 젝트 하우스는 Kessler, Raumland, Schloss Veux, Wilhelmshof을 꼽을 수 있습니다.
스페인 - 까바(Cava)
태양과 축구의 나라, 스페인의 스파클링 와인은 까바입니다. 정말 외우기 쉬운 이름이 아닐 수 없지요. 이 까바는 카탈루냐에서 셀러(cellar)란 뜻으로 쓰입니다. 가족 경영 회사인 코도르니유(Cordorniu)의 호세 라벤토스(Jose Raventos)가 프랑스를 다녀온 후 1972년에 전통적인 방식으로 스페인 최초의 스파클링 와인을 만들었습니다.
그 후 까바 산업은 일대 전환기를 맞이하는데, 바로 필록세라 때문입니다. 이 몹쓸 것이 1880년대 카탈루냐 포도밭 일대에 퍼지자 기존의 적포도 나무들을 뿌리 채 뽑고 마카베오(Macabeo), 파랄레다(Parellada) 그리고 아렐로(Xarello)를 대신 심었습니다. 까바를 만드는데 사용하는 품종이었고 자연스레 까바의 전성시대를 맞이하게 된 겁니다.
1889년에 스페인 최초 까바를 생산했던 코도르니유와 프레시넷(Freixenet)가 합해지면서 세계적인 스파클링 와인 생산자로 등극합니다. 생각해보면 몇 해 전 처음 마셨던 까바가 바로 코도르니유의 까바였는데요, 실질적으로 전 세계 스파클링 와인시장에서 매출 1위는 이 프레시넷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스페인 전역에서 까바를 생산하지만 까바의 95%는 카탈루냐 지방에서 생산되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세 가지 품종, 파랄레다, 아렐로, 마카베오로 전통적인 방식을 통해 만듭니다. 1986년에 샤르도네도 공식적으로 인정받아, 샤르도네로 만든 까바도 종종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코도르니유와 프레스넷 같이 거대한 까바 브랜드 외에도 개성 넘치고 수준있는 까바들이 많아 선택의 즐거움을 만끽 할 수 있습니다. 까바는 오래 묵히는 것보다 빈티지가 어릴 때 마시는 것이 좋다고 권합니다.
이태리 - 스푸만테(Spumante)
스파클링 와인을 뜻하는 스푸만테는 동사 'spumare'에서 왔습니다. 이태리 전 지역에서 스푸만테를 생산하지만 가장 유명한 생산지는 피에몬테의 아스티, 룸바르디의 프란치아코르타, 에밀리아의 람브루스코, 베네토의 프로세코 그리고 트렌토(Trento)를 꼽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가장 대중적인 스푸만테는 아스티와 프로세코입니다.
동네 편의점 진열대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는 아스티 스푸만테(Asti Spumante)는 그냥 아스티라고 부릅니다. 1870년에 프랑스에서 전통적인 샴페인 제조방식을 공부했던 카를로 간치아(Carlo Gancia)가 최초의 아스티를 만든 사람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초기엔 샴페인과 같이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들었습니다.
2차 세계대전 후 미국과 영국에서 스푸만테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생산자들은 수요를 따라 잡기 위해 탱크 방식으로 바꿔 벌트 단위의 와인을 만들었습니다. 탱크 발효 방식으로 바꿔 벌크 단위의 와인을 만들었습니다. 탱크 발효 방식은 전통방식에 비해 비용과 시간, 노력을 상당히 줄일 수 있습니다.
1993년에 아스티 스푸만테는 DOCG로 지정되면서 예전에 달달하고 가볍기만 했던 스타일이 드라이하고 좀 더 과일 느낌이 풍부해졌습니다. 또한 100% 모스카토 비앙코로 만들어야 하고 7~9.5% 정도의 알코올을 가져야 합니다. 아스티 스푸만테로 유명한 생산자는 Cinzano, Gancia, Contratto, Fontanafredda, Martini & Rossi, Riccadonna입니다.
스푸만테는 '가난한 자의 샴페인'이란 불명이 있듯이 가격대비 품질이 매우 훌륭합니다. 까바처럼 어릴 때 마셔야 신선함과 꽃 향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무겁고 진해집니다.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아스티나 프로세코 외에 주목해야 할 곳은 롬바르디(Lombady)의 프란치아코르타(Franciacorta)입니다. DOCG로 지정된 생산지로 샴페인과 똑같은 방식으로 스푸만테를 만들며 샴페인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품종 또한 모스카토 비앙코가 아닌 샤르도네, 피노 누아, 피노 블랑을 블랜딩하여 만듭니다. 대부분 프란치아코르타는 브뤼(brut) 스타일로 우아하고 풍부한 느낌을 줍니다. 이태리에서 스푸만테가 스파클링 와인을 통합하는 단어라면 프란치아코르타는 고품질의 스푸만테는 뜻하는 고유 명사로 보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크레망과 샹파뉴의 관계처럼요.
Ca del Bosco나 Bellavista는 이미 국내에 소개된 우수한 프란치아코르타 생산자입니다. 이외에도 Villa, Castellino, Cavalleri, Gatti 등을 주목할만한 생산자로 꼽습니다.
이외에도 포르투갈, 헝가리, 루마니아 그리고 영국에서도 스파클링 와인을 활발하게 생산하고 있습니다. 유럽에서 신대륙으로 넘어오면 미국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스파클링 와인 역사는 1892년 Korbel 형제가 샴페인과 동일한 전통적인 방식으로 소노마 밸리에서 스파클링 와인을 만들면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초기에는 리슬링, 무스카텔, 트라미너, 사슬라 같은 품종으로 만들었는데, 전통적인 샤르도네, 피노 누아, 피노 뮈니에를 받아들이면서 발전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캘리포니아 스파클링 와인을 주목하는 것은 Moet et Chandon의 Domaine Chandon, Louis Roederer의 Roederer Estate 그리고 Taittinger의 Domaine Carneros 등 유명 샴페인 하우스들이 캘리포니아에 투자를 아끼지 않으면서 캘리포니아 스파클링 와인의 전성기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Schramsberg, J Vineyards, Gloria Ferrer 등 미국 토종 브랜드도 등장해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주로 전통적인 방식으로 좋은 날씨 속에서 매 빈티지마다 와인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캘리포니아 스파클링 와인의 큰 장점입니다. 이외에도 뉴욕 주(리슬링으로 만듬)와 오레곤 등지에서 소량이지만 꽤 괜찮은 스파클링 와인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신대륙에서는 미국뿐만 아니라 여러 와인 생산지에서 스파클링 와인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샤르도네, 피노 누아, 피노 뮈니에 같은 전형적인 포도 품종뿐만 아니라 그 지역의 주력 포도 품종으로 만들어 색다른 스파클링을 내놓고 있습니다.
호주에서 쉬라즈로 레드 스파클링 와인을 만들어간 남아공에서 슈냉 블랑과 소비뇽 블랑으로, 뉴질랜드에서 소비뇽 블랑으로 만드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스파클링 와인은 샴페인보다 저렴하지만 즐기기에 모자라지 않은 대안 와인의 역할을 충분히 해 주기 때문에 인기가 높습니다. 가끔 색다른 매력을 주기도 합니다. 샴페인이 아니더라도 크레망, 젝트, 까바, 스푸만테 등 각 지역의 전통적인 테르와와 하나가 되어 사랑을 받고 있지 않습니까? 샴페인과 비교하지 말고 그대로의 풍미와 개성을 즐기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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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수입되고 있는 5만원 이하 스파클링 와인의 평가 결과
[참고문헌]
J. Robinson. The Oxford Companion to Wine Third Edition, Oxford University Press, 2006
Burton Anderson. Wines of Italy, Octopus Publishing Group Ltd. 2004
Hugh Johnson. Pocket Wine Book 2012, Octopus Publishing Group Ltd. 20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