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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광표

아내가 정성스레 포도 나무를 키워 수확한 포도로 남편은 와인을 만든다. 매년 다른 빈티지를 즐기거나 도전하면서 자연에게 배우고 경험을 쌓는다. 그들의 와인 중 라 막달레나(La Magdalena 2007)은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에게 97점이란 높은 점수를 받았다.

부부는 일명 나파의 ‘파워 커플’이라 불린다. 최근까지 부부는 캘리포니아 컬트 와인의 전설, 스크리밍 이글(Screaming Eagle)의 수석 포도 재배자와 수석 와인 메이커였다. 주인공인 파비아 와인(Favia Wines)의 애니 파비아(Annie Favia)와 앤디 에릭슨(Andy Erickson) 부부가 수입사 씨에스알(CSR) 와인의 초청으로 2월 14일에 한국을 방문했다.

결혼한 지 13년이 된다는 에릭슨 부부는 2006년에 스크리밍 이글에서 일하기 시작했지만 와인과의 인연은 훨씬 전부터 시작된다. 코네티컷의 작은 농장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애니 파비아는 무엇보다 식물을 키우는 일을 좋아했다.

와인과 맛있는 음식을 즐기는 분위기 또한 그녀를 와인의 길로 인도하는데 한몫을 했다. 대학 졸업 후 그녀는 유명한 컬트 와이너리 콩스가르드(Kongsgaard)의 존 콩스가르드(John Kongsgaard)를 만나 뉴톤 빈야드(Newton Vineyard)에서 포도 재배자의 경력을 시작했다. 이후 캐시 코리슨(Cathy Corison), 데이비드 아브르 빈야드(David Abreu Vineyard)를 거쳐 2003년에 에릭슨과 함께 파비아 와인을 설립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앤디 애릭슨 또한 스스로 무엇인가 손으로 만들었을 때 만족감이 컸다. 프랑스에 갔을 때 고급 와이너리임에도 격식 없이 편안하게 와인과 식사를 즐기는 등 소박한 생활과 문화에 반했다. 그리고 25세가 되었을 때 와인 메이커가 되기로 정했던 그는 캘리포니아, 칠레, 아르헨티나에서 와인 메이킹 경력을 쌓았다.

1994년 평가 높은 컬트 와이너리인 할란 에스테이트(Harlan Estate)에서 시작하여 이후 스태그린 (Staglin Family Vineyard), 스팟스우드(Spottswood), 스택스 립 (Stag’s Leep Wine Cellars), 뉴톤 빈야드(Newton Vineyard)에서 경험을 쌓았다.

2011년에 스크리밍 이글을 떠난 그는 좀더 파비아 와인에 집중하며 현재 달라 베일(Dalla Valle), 아리에타(Arietta), 오비드(Ovid) 그리고 댄싱 헤어스(Dancing Hares)에서 와인 메이킹을 담당하고 있다.

땅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에릭슨은 “땅이 가진 특별한 에센스를 최대한 끌어내어 와인으로 만드는 것”이라며 와인 메이킹 철학을 밝혔다. 그들은 단순한 와인 메이킹을 추구하는데, 모든 와인에 배양효모와 첨가물을 절대 넣지 않고 정제와 여과도 하지 않는다.

“좋은 와인을 만들기 위해 좋은 환경을 가진 땅이 필요하다. 땅이 가진 힘과 에센스가 포도에 전해지고 이를 최대한 뽑아내어 와인으로 표현하는 것이 와인 메이커의 임무”라고 애니 파비아가 덧붙였다. 사실 테르와보다 만드는 이의 역할이 크게 부각되는 신대륙의 와인 생산 문화 속에서도 유럽의 영향을 많이 받았음을 알 수 있다.


[각종 풀들이 가득한 파비아의 포도밭, 친환경적으로 재배되고 있다.]

좋은 포도를 얻기 위해 남다른 비결이 있는 지 물어봤다. 정확한 수확시기를 정하기 위해 포도의 산도와 당도를 측정하는데 포도 껍질, 주스 색깔, 씨앗의 상태 등을 확인한다. 이렇게 매년 반복해 얻어진 데이터들을 분석하여 기본 자료를 가지고 수확시기를 예상한다. 품종별, 포도밭의 위치에 따라 숙성시기가 다른 점 또한 감안한다고.

에릭슨은 즙이 많고 탄력 있으며 향미가 풍부한 상태를 잘 익은 상태라고 하며 포도가 너무 익으면 와인도 jammy(잼처럼 달고 진한 수준)해지기 때문에 산도가 적정한 수준일 때 수확한다고 한다.

부부는 닮는 것 같다. 두 사람은 똑같이 카베르네 프랑을 좋아해 특별히 좋아하는 와인으로 샤토 오존(Ch. Ausone)을 꼽았다. 파비아의 플래그쉽 와인인 Cerro Sur에 카베르네 프랑의 블랜딩 비율이 매년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도 알 수 있다.

애니 파비아도 동의했듯이 나파 밸리는 카베르네 프랑을 키우기에 적당한 곳이 아니다. “카베르네프랑은 줄기가 얇기 때문에 세심한 그늘 조절이 필요하고 숙성 시기의 포인트를 잡아내기가 매우 어렵다. 그러나 재미있고 도전할 만 하다”라며 미소 지었다.

파비아 와인의 포트 폴리오를 보면 보르도 품종으로 구성된 다른 나파 와이너리의 포트 폴리오와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에릭슨은 열린 마음을 가지고 다른 품종의 구성을 실험한다고 했다. “자연스레 다른 와이너리들과 차별점을 갖게 되고 우리들은 그 품종들을 다루는 기술을 배우며 경험을 쌓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인터뷰 내내 감지한 도전을 즐기는 두 사람의 성향이 그대로 맞아 떨어진다.

나파밸리의 2011 빈티지에 대해 에릭슨은 한마디로 도전 정신이 필요했다고 한다. 수확시기인 10월에 비가 왔고 서늘한 기후가 지속되어 포도밭에서 할 일이 많아졌다. 수확량은 감소했고 산도는 높아졌지만 결과는 좋았다. 전통적인 나파 스타일이 아닌 유럽 스타일에 더 가까운 와인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1시간 가깝게 이야기 하면서 톱 와인을 만드는 사람들답지 않게 솔직하고 넓은 포용력도 느낄 수 있었다. 같은 꿈을 꾸면서 함께 일하는 부부가 서로 닮듯이 와인 또한 두 사람을 닮은 것 같았다. 그들은 극소량의 모든 파비아 와인을 수입사 씨에스알 와인을 통해 전세계에서 처음으로 선보이게 될 것이라고 했다.

실크로드를 통해 전해진 것은 비단만이 아니었다. 동서간 종교와 문화의 활발한 교류가 있었다. 씨에스알 와인은 와인을 수입, 판매하기 보다 음식과 와인 문화가 서로 통하는 창구역할을 하고자, 2012년 첫 손님으로 에릭슨 부부를 초대했다고 밝혔다. 앞으로도 해외 유명 와이너리의 와인 메이커들과 와인을 매개체로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 계획 중이다.

사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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