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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광표


와인을 만들 때 블렌딩이란 과정은 마치 와인 메이커를 연금술사로 만드는 것 같습니다. 물론 부르고뉴나 바롤로 등 단일 품종으로 만드는 와인이 있긴 하지만 많은 생산지에서 품종별 혹은 빈티지별 와인 메이커의 의도에 맞게 블렌딩해서 와인을 만들고 있습니다.

블렌드와인

매년 와인 메이커 혹은 여러 명의 와인 생산 관계자들이 모여 블렌딩 컨셉트, 예를 들어 “보다 신선하고 대중적인 화이트 와인” 과 같은 컨셉트에 맞게 블렌딩하기 위해 발효가 끝난 와인을 테이스팅하고 평가합니다. 원하는 컨셉트에 가까운 와인을 만들기 위해 이상적인 조합을 찾습니다.

와인 메이커들은 블렌딩하기 전에 다음의 사항들을 고려한답니다.

품종
가장 중요한 것으로 서로 다른 품종들의 고유 풍미를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소비뇽 블랑은 아로마가 강한 품종이고 샤르도네는 좀더 바디감이 있습니다. 피노 누아는 껍질이 얇아서 타닌이 강하지 않지만 카베르네 소비뇽은 그 반대의 성격을 가진 품종이지요.

빈티지
포도밭의 날씨는 포도의 풍미와 관련 있습니다. 서늘했던 해의 포도는 산도가 높은 경향이 있고 따뜻한 해의 포도는 잘 익은 과실의 풍미가 풍부합니다.

포도밭
기온과 동시에 어떤 포도밭의 경우, 특별한 토양의 성격이 포도의 맛에 그대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포도밭의 위치, 고도, 주변 환경 등이 포도에 영향을 끼치기도 합니다.

기계 수확 혹은 손 수확
기계의 경우, 한꺼번에 일제히 수확할 수 있기 때문에 수확시기에 큰 구애를 받지 않습니다. 그래서 생산자들은 포도의 숙성시간을 더 길게 가짐으로써 당분이 많이 생성되고 푹 익은 포도를 얻을 수 있습니다. ‘과일 폭탄’이라고 할 정도의 진한 과일 풍미를 가진 와인이 되는 겁니다.

반대로 손 수확을 하는 포도의 경우, 숙성시기를 앞당겨 수확하기 때문에 진한 과일 풍미는 적고 “earthy” 라고 하는 풍미를 띠게 됩니다.

새 오크 혹은 사용했던 오크
와인 생산자들은 와인을 오크에서 숙성시킬 때 시간에 따라 다른 효과를 가져온다고 합니다. 오크 속에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와인에서 오크 풍미는 더욱 강해지고 새 오크일수록 그 영향력이 큽니다.


블렌딩 와인의 매력이 제대로 드러나는 와인이라면 보르도 와인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아시다시피 보르도는 포도 재배와 와인 생산의 긴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요. 긴 세월 동안 보르도 품종과 테르와의 이상적인 균형을 찾아 블렌딩한 결과들이 축적되면서 최적의 조합을 찾아냈습니다.

보르도에서는 일반적으로 두, 세가지 품종을 블렌딩하는데, 레드 와인에서는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카베르네 프랑이 그 주인공들입니다. 여기에 프티 베르도가 소량 추가되기도 합니다. 아르헨티나에서 물 만난 말벡이나 칠레의 까르미네르 또한 원래 보르도 품종이지만, 현재의 보르도 기후조건과 맞지 않아서 재배하지 않고 있습니다.

화이트 와인의 경우, 세미용과 소비뇽 블랑을 블렌딩합니다. 왠만한 생산지에서 늘 볼 수 있는 샤르도네가 빠져 있는 것이 의왼데요. 그래서 소믈리에 필기 시험 문제 중 하나랍니다.

보르도의 품종 블렌딩 공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카베르네 소비뇽타닌의 구조를 강화시키고 메를로의 장기 보관 잠재력을 높여준다.
메를로 카베르네 소비뇽에 유연함을 부여한다.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카베르네 프랑

카베르네 프랑 추가 아로마가 풍부해지고 섬세한 와인이 된다.

세미용 소비뇽 블랑

세미용 입 안에 유질감과 꽉 차는 느낌을 제공
소비뇽 블랑높은 산도가 상쾌함과 다양한 아로마를 준다.


샴페인 또한 블렌딩의 묘미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논 빈티지 샴페인의 경우, 포도 품종은 물론 포도밭, 빈티지를 감안하여 블렌딩하기 때문에 샴페인 하우스만의 시그니쳐 스타일을 만들 수 있습니다.

보통 논 빈티지 샴페인은 세 가지 품종을 블렌딩합니다. 피노 누아는 샴페인의 구조와 견고함을 제공합니다. 그리고 무게감과 깊이도 담당하죠. 피노 뮈니에는 빨리 숙성되는 성향과 과실풍미를 제공합니다. 샤르도네는 샴페인의 살집을 구성합니다. 샴페인에서 나는 흰 꽃, 사과와 배 향의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또한 논 빈티지 샴페인에는 리저브 와인을 블렌딩 하는데, 몇 년 된 리저브 와인을 얼마나 넣는 지도 스타일 결정에 큰 역할을 합니다.

블렌딩은 개성 넘치는 와인의 시그니처 스타일을 완성하는데 톡톡히 한몫을 합니다. 이 시그니처 스타일에는 철학과 개성을 담고 있으며 다른 와인들과의 차별점으로 셀링 포인트가 됩니다.


참고자료
Why blending in winemaking matters., The Wall Street Journal, 2011.03.24
보르도 와인의 블렌딩 세계, 보르도 와인 협회(CIVB), 프랑스 농식품 진흥공사(SOPEXA)
4000 Champagnes., Richard Juhlin, Flammarion,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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