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 전 입맛을 돋구기 위해 마시는 식전주를 불어로는 아뻬리띠프(aperitif)라고 하며 식후주는 간단히 디저트 와인(dessert wine) 또는 스위트 와인이라 합니다.
잘 고른 식전주는 식사 뿐만 아니라 분위기까지도 집중시키며 본 식사 메뉴에 대한 기대를 하게 해줍니다. 적절한 식후주 또한 즐거운 포만감과 아쉬움을 남기며 기억에 오래 남는 식사를 만들기에 메인 와인을 선택하는 만큼 중요합니다.
프랑스에서 아뻬리띠프의 기원이라 할 수 있는 끼르(Kir)는 까시스 열매 원액인 크램 드 까시스(Crème de Cassis)와 화이트 와인을 섞은 것인데, 어떤 와인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부르는 이름이 달라집니다.
[◀끼르 뱅 루즈]
예를 들어 샴페인과 섞으면 끼르 로얄(Kir Royale), 라즈베리 시럽, 레드 와인과 섞으면 끼르 뱅 루즈(Kir Vin Rouge)가 됩니다.
식전주로 이용할 와인은 가볍고 드라이한 화이트 와인이 적당한데, 과도한 오크 풍미가 나거나 알코올이 높은 와인을 식전에 마시기에는 부담되기 때문이죠. 스페인의 드라이 타입의 쉐리(Sherry), 알자스의 화이트 와인, 무스까데(Muscadet), 샤블리(Chablis) 등에서 선택하면 됩니다.
그 중에서 식전주로 가장 많이 선택되는 스파클링 와인은 지역마다 스타일이 다르고 그 이름도 각기 다르죠. 가장 유명한 것이 프랑스 샹파뉴(Champagne) 지방에서 생산되는 샴페인, 다른 프랑스 지역에서는 크레망(Crémant) 혹은 뱅 무쓰(Vin Mousse), 이태리의 스푸만테(Spumante), 독일의 젝트(Sekt), 스페인의 까바(Cava)가 있습니다.
스페인의 쉐리는 영국인들이 식전주로 많이 애용하는 와인으로 스페인의 헤레즈(Jerez)지방에서 생산됩니다. 쉐리 와인은 팔로미노(Palomino), 뻬드로 히메네스(Pedro Ximenez), 모스카델(Moscatel) 3가지 품종으로 만들어지며, 솔레라(Solera)시스템이란 독특한 블렌딩 과정을 통해 매해 동일한 맛과 향기, 성격을 가지게 합니다.
보통 쉐리 와인은 비교적 드라이 타입의 휘노(Fino), 풍부하고 달콤한 맛이 나는 올로로쏘(Oloroso) 그리고 위 두 가지 특징을 고루 가진 팔로 코르따도(Palo Cortado)로 나눠져 기호에 따라 고를 수 있는데, 식전주로는 드라이 타입의 휘노를 선택하는 것이 무난합니다.
달콤한 디저트로 식사를 마무리할 때 함께 마시는 와인도 달콤해야 잘 어울립니다. 스위트(sweet, 영어), 두(doux, 불어), 돌체(dolce, 이태리어) 등의 단어가 레이블에 있으면 달콤하다는 뜻이니 주저말고 디저트 와인으로 고르세요. 포르투갈의 포트(Port)처럼 발효 중에 알코올을 첨가해 발효를 중지시키면 당분이 모두 알코올로 변해 단 맛과 높은 알코올 도수를 갖게 되는 강화와인을 빼면, 스위트 와인은 화이트 와인 계열이고 높은 당도를 가진 포도로 만들어집니다.
천연적으로 당도 높은 포도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은 몇 가지 있는데, 늦수확(Late Harvest), 곰팡이(보트리티스 시네리아-Botrytis Cinerea)균을 이용하거나 포도알을 얼리는 방법 세가지가 있습니다. 정상적인 수확보다 늦게 수확하면 포도의 수분이 마르면서 당분과 산도 수치는 높아지죠.
이런 포도로 만드는 것이 늦수확 와인인데, 신대륙의 레이트 하베스트(Late Harvest), 알자스의 방당주 따디브(Vendange Tardive), 르와르의 부브레(Vouvray), 론의 뱅 드 나뚜렐(Vin Doux Naturel), 독일의 스페트레제(Spatlese)와 아우스레제(Auslese), 베렌아우스레제(Beerenauslese), 이태리의 빈 산토(Vin Santo)가 대표적입니다.
가장 극단적인 방법은 곰팡이균인 보트리티스 시네리아를 활용한 것입니다. 일명 노블 와인(noble wine)이라고 불리는 이 와인은 보르도의 소테른, 독일의 트로켄베렌아우스레제(Trokenbeerenauslese) 그리고 헝가리의 토카이(Tokay)가 유명하지요. 이중 가장 역사가 오래된 것은 헝가리의 토카이 와인입니다.
[noble rot, www.hugel.com]
포도의 수분을 모두 얼려 꿀같이 진한 당도를 얻는 아이스 와인은 당도 뿐만 아니라 높은 산도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포도알이 꽁꽁 얼어야 하기 때문에 보통 12월에서 1월, 심지어 2월까지 수확하지 않고 두었다가 포도가 얼면 수확합니다.
기온이 영하 8도 가 되어야 당도가 35 Brix, 1ha당 150-180톤(ton)을 수확할 수 있어 경제성과 품질을 얻을 수 있습니다.(보통의 테이블 와인은 1ha당 700-750톤을 수확합니다.) 그리고 얼어 있는 상태의 포도를 수확하기 위해 아침 5-8시에 수확을 합니다.
그래서 375ml의 아이스 와인이 750ml 괜찮은 와인보다 휠씬 비쌀 수밖에 없습니다. 세계적으로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아이스바인(Eiswein)과 캐나다의 아이스 와인(Ice wine)이 가장 유명합니다.
얼은 상태의 포도이기 때문에 곰팡이가 핀 포도로 만든 와인과는 사뭇 다릅니다. 귀부 와인이 묵직한 복합미가 난다면, 아이스 와인은 상큼한 산미가 살아있는 싱싱한 복합미가 느껴진다고 할까요.
[아이스 와인과 디저트, 독일와인협회 제공▶]
그래서 같은 스위트 와인이라도 귀부 와인과는 블루치즈나 과일 타르트, 다크 초코렛 케이크 등 약간 무게감이 있는 디저트가 적당하고 아이스 와인은 과일 아이스크림이나 신선한 과일 같은 디저트와 잘 어울립니다. 디저트 와인도 서빙할 때는 화이트 와인이나 스파클링 와인들처럼 좀 차게 해서 내놓는 것이 좋습니다.
사진 제공: 소펙사, 독일와인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