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고른 와인의 마개가 스크루 캡(Screwcap) 이라 “싸구려 와인 아니야?” 라고 말했다면, 오히려 “공부하세요!” 란 말을 듣기 십상입니다. 코르크와 스크루 캡… 그 찬반의 논쟁은 변함없이 거세고 치열합니다.
1970년대 호주에서 스크루 캡이 등장하기 전까지 ‘와인=코르크’ 라고 할 정도로 코르크는 와인 마개의 표준이자 고급 와인산업을 발전시킨 역군입니다.
코르크는 참나무 껍질을 벗겨내 말리고 난 후 끓는 물에 삶아 만들어진 천연소재로 18세기 프랑스의 수도사, 돔 페리뇽(Dom Perignon)이 처음 사용해 지금도 절찬리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불량 코르크는 와인 변질의 큰 주범으로 알려져 있고 전체 유통되고 있는 와인의 5~10%가 변질된 코르크에 의한 곰팡이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이렇게 부패한 코르크에서 생긴 곰팡이로 인해 상한(TCA 오염, trichloroanisole) 와인은 곰팡이 냄새와 과일의 썩은 맛, 젖은 마분지 냄새 등이 강하게 납니다.
합성 코르크나 스크루 캡(따는 방법에서 이름을 따 Twist-off 라고도 한다.)은 초기에 주로 슈퍼마켓이나 할인매장에 유통되는 와인을 중심으로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와인 시장을 세분화해서 생산하는 저렴한 와인에 주로 사용한 것이지요. 현재에도 여전히 천연 코르크는 $20 이상의 와인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는데, 이례적으로 스크루 캡은 고가 와인에도 적용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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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루 캡을 사용하는 펜폴즈의 Koonunga Hill 시리즈] |
호주와 뉴질랜드의 와이너리 중심으로 스크루 캡을 적극 수용했고 스크루 캡을 사용한 와인들이 국제 대회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며 신뢰성을 얻었습니다. 관련 단체들은 전세계적인 홍보활동을 통해 스크루 캡의 우수성과 안전성을 알리는데 많은 투자를 했습니다.
그 결과일까요… 세계적인 와인 전문지,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에서 독자들을 대상으로 2001년에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스크쿠 캡의 찬성률은 불과 5%였지만 2003년에는 20%로 늘었습니다. 호주의 펜폴즈(Penfold)社와 뉴질랜드의 클라우디 베이(Cloudy Bay) 등 2004년 호주에서 생산되는 60~70% 와인과 뉴질랜드에서 생산되는 84%가 스크루 캡을 사용했습니다.
프랑스를 포함한 유럽의 와이너리들도 받아들이기 시작했는데, 조르쥬 뒤뵈프(Georges Duboeuf), 미구엘 또레스(Miguel Torres), 미쉘 라로슈(Michel Laroche)가 대표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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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의 클라우디 베이] |
보르도의 앙드레 뤼통(André Lurton)의 샤또 라 루비에르(Château La Louvière), 샤또 보네(Château Bonnet)의 화이트 와인에 스크루 캡을 우선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보르도의 1등급 샤또인 마고(Margaux)에서 세컨드 와인인 Pavillon Rouge 2002 두 케이스를 코르크 마개와 스크루 캡을 함께 사용하는 실험에 들어갔다는 발표를 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스크루 캡의 장점은 어떤 것일까요? 스크루 캡에 대한 또 다른 반론은 무엇일까요? 다음 편에서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