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S

은광표

와인이 대중화되면서 각종 모임에서 와인이 빠지지 않는 감초가 되고 있습니다. 행사와 모임이 많아지는 요즘, 안목과 감각이 돋보이는 와인 파티를 준비해 볼까요?

먼저 파티에 참석할 인원과 함께 디너 파티인지 뷔페 스타일의 파티인지를 결정하면 자연스럽게 메뉴 결정도 할 수 있습니다. 파티 메뉴는 와인과 음식이 물과 기름처럼 되지 않기 위해서도 와인을 고려해 선택하는 것이 좋고 와인을 고를 때는 요리뿐만 아니라 손님들의 전반적인 취향(와인을 마시는 수준이나 선호하는 와인 타입 등)을 고려해야 수준에 맞는 와인을 대접할 수 있습니다. 극단적이지만 와인을 처음 마시는 사람들에게 보르도 특등급 와인을 내놓거나 와인 애호가들에게 벌크 와인을 대접하는 것은 손님들의 취향이나 수준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증거입니다.

보통 와인 구성은 다음과 같은데, (디너파티 기준) 식전주로 스파클링 와인을 선택하면 특별한 안주 없이도 분위기와 식욕을 돋궈 줍니다. 샴페인이나 스푸만테 같은 스파클링 와인은 1종류면 충분하고 에피타이저와 즐길 수 있는 화이트 와인을 1-2종류 고르면 좋습니다. 약간 맛이 풍성하고 무거운 타입의 에피타이저라면 캘리포니아 샤도네이나 알자스, 독일의 리슬링을, 담백하고 신선한 해산물이라면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이나 프랑스 샤블리, 보르도 드라이 화이트 와인 등을 맞출 수 있지요. 특히 품종별로 나눠 2종류를 준비하면 맛의 비교도 할 수 있습니다.

메인 요리에는 보통 레드 와인 2종류 정도를 준비하는데, 붉은 색깔의고기 요리에는 풀 보디 레드 와인이 가장 안전합니다. 취향에 따라 유럽 대륙이나 신대륙의 레드 와인을 준비해도 좋겠죠. 마지막으로 디저트와 함께할 스위트 와인은 아이스바인, 소테른의 귀부 와인, 레이트 하베스트, 스페인의 쉐리, 포르투갈의 포트 와인 그리고 헝가리의 토카이 중에서 고르면 된다. 스위트 와인은 진하고 달기 때문에 다른 와인량보다 적게 서브해도 충분합니다.

보통 와인 1병이 750ml로 레드 와인은 7-8잔, 화이트 와인은 8-9잔 정도가 나오기 때문에 와인수량은 평균 1병 당 8잔을 기준으로 준비하면 됩니다. 다른 방법으로 1인 당 평균 반 병정도 마신다고 가정해 계산할 수도 있습니다. 파티 인원이 10명이라면 총 5병, 스파클링 와인 1병, 화이트 와인 2병, 레드 와인 2병을 준비하면 됩니다.

메뉴와 와인 리스트를 다 짰으면 와인 종류에 따른 와인 글라스와 디켄팅이 필요한 와인이 있다면 디켄터, 스파클링 와인이나 화이트 와인을 차갑게 하기 위한 아이스 버킷 등을 준비합니다. 참고로 화이트 와인은 아이스 버킷에 물과 얼음을 2:1로, 스파클링 와인은 5:5 비율로 맞춰 넣어두어야 화이트 와인은 7-8도, 스파클링 와인은 4-5도로 서빙하기 적당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겨울이냐 여름이냐, 실내인지 실외인지에 따라 서빙 온도는 달라지지만, 대개 와인을 글라스에 따랐을 때, 섭씨 2도 정도 올라가기 때문에 이를 감안해서 맞추면 됩니다.

레드 와인의 서빙 온도는 와인의 성격에 따라 약간씩 달라집니다. 라이트하고 과일 맛이 풍부한 와인은 약간 낮게, 풀 보디 레드 와인들은 온도가 낮을수록 타닌 성분이 강해져 떫은 맛만 드러나기 때문에 일부러 온도를 낮출 필요가 없습니다. 그래서 보르도 특등급 레드 와인들은 16-17도, 부르고뉴 그랑크뤼 와인들은 15-16도, 완전하게 숙성되지 않은 고급 레드 와인들은 14도, 일반적인 레드 와인은 9도 정도로 맞추는 것이 무난합니다. 위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일반적인 화이트 와인은 7-8도가 적당하지만 숙성이 된 최고급 화이트 와인들은 12-13도로 약간 높은 온도에서 마셔야 제 맛과 향을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 너무 차가워지면 향과 맛이 피어나지 않고 중간에 죽어버리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죠. 세계적으로 유명한 몽라쉐(Montrachet) 화이트 와인이나 론(Rhone) 지역의 고급 화이트 와인 등이 대표적입니다.

와인을 마시는 순서는 보통 라이트한 와인에서 진한 와인으로, 숙성이 덜 된 와인에서 올드 빈티지 와인 순으로 잡으면 됩니다. 또 와인을 서빙하기 전에 호스트는 와인들을 미리 테이스팅 해서 와인의 상태를 가늠해 두는 것도 빼놓을 수 없겠지요.

언뜻 봐도 와인 하나를 즐기기 위한 준비가 너무 많아서 머리 아플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와인 파티를 위한 완벽한 준비는 무엇보다 와인을 즐기려는 마음입니다. 값비싼 와인이나 매끈하고 우아한 와인 글라스를 과시하는 태도는 상대방에게 거부감만 줄뿐이죠. 그리고 너무 격식에 얽매이게 되면 와인의 진정한 즐거움을 잊어버릴 수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준비물들은 와인을 최상의 상태로 즐기기 위한 소품이지 전부가 될 수 없습니다. 이점을 명심해야 와인의 허영에 빠지지 않게 될 것입니다.


- 저작권자ⓒ WineOK.com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1. 메독 와인 다시보기 - 2007 메독 와인 세미나

    먹거리가 풍성해지는 가을은 미식의 계절이며 여름 내내 멀리했던 레드 와인에 저절로 손이 가는 계절이다. 특히 보르도 메독의 와인은 고가의 그랑크뤼 등급 와인부터 가격대비 가치 있는 와인까지 다양한 와인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10월 18일에 메독와인협...
    Date2007.10.26
    Read More
  2. 향기로운 와인 파티를 준비해보자!

    와인이 대중화되면서 각종 모임에서 와인이 빠지지 않는 감초가 되고 있습니다. 행사와 모임이 많아지는 요즘, 안목과 감각이 돋보이는 와인 파티를 준비해 볼까요? 먼저 파티에 참석할 인원과 함께 디너 파티인지 뷔페 스타일의 파티인지를 결정하면 자연스럽...
    Date2007.10.24
    Read More
  3. wineok

    캘리포니아 Central Coast의 와이너리 여행기 [7]

    스타일리쉬한 보르도 품종의 와인을 만나다 - Justin Winery Passo Robles의 서쪽, 바다와 가깝게 위치한 Justin Winery의 큰 대문을 통과해보니, 컬러풀한 건물들과 잘 정비된 아스팔트길, 주위를 둘러싼 포도밭과 나무들이 지금까지 가봤던 와이너리들과는 ...
    Date2007.10.18
    Read More
  4. wineok

    캘리포니아 Central Coast의 와이너리 여행기 [6]

    Paso Robles에서 찾은 와인 메이커의 꿈 어느새 여행은 중반에 들어서 시차적응도 끝나고 서먹했던 일행들과도 친밀해져 일과가 끝나면 와인 ?記騈?나눌 수 있게 되었다. Paso Robles에서의 둘째 날, 본격적인 Paso Robles의 와이너리 방문을 도와주기 위해 ...
    Date2007.10.11
    Read More
  5. wineok

    제66차 와인 아카데미: 피에몬테의 쌍벽, Barolo VS Barbaresco

    새벽 안개처럼 서서히 사로잡는 네비올로의 참 맛! 제66차 와인 아카데미에서는 어깨를 나란히 하는 피에몬테의 대표적인 와인이자 숙명적인 라이벌인 바롤로(Barolo)와 바르바레스꼬(Barbaresco) 와인을 비교 테이스팅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피에몬테는 이태...
    Date2007.10.04
    Read More
  6. wineok

    캘리포니아 Central Coast의 와이너리 여행기 [5]

    와인의 순수한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는 Wild Horse Monterey를 출발한 지 1시간을 달려 Paso Robles에 도착했다. Paso Robles… 이름에서부터 스페인의 느낌이 났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 지역은 예전에 멕시코 땅이었다고 한다. 그 당시 이름은 El Paso de Rob...
    Date2007.09.12
    Read More
  7. wineok

    캘리포니아 Central Coast의 와이너리 여행기 [4]

    Monterey에서 광대한 포도밭을 보여준 DFV Wines 이른 아침을 먹고 Monterey의 마지막 방문지, DFV Wines을 향했다. DFV Wines는 우리나라에 소개되었던 Delicato Vineyards의 새로운 이름이며 1988년에 구입한 Monterey 포도밭을 찾아가는 것이다. 한참을 달...
    Date2007.09.11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40 41 42 43 44 ... 107 Next
/ 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