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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광표

지난 2006년 9월 부르고뉴의 名 와인 메이커, Henri Jayer가 세상을 떠나고 그의 이름으로 생산된 와인 Cros Parentoux 1999년의 가격이 2배 이상 뛰었습니다. 씁쓸한 생각이 들더군요. 수확량도 적고 품질도 뛰어나며 게다가 유명세도 있어 그의 와인은 근접하기가 힘든 가격이었는데, 그 희소성이 더욱 커졌으니 평생 마시기 힘든 와인이 되어버렸으니까요.

굳이 Henri Jayer를 예로 들 필요 없이 세계적인 고급 와인들의 가격은 한치의 양보 없이 매년 상승세입니다.

2007년 4월 와인 스펙테이터에 따르면 올해 Guigal의 La-La-La 와인(La Mouline, La Landonne, La Turque)은 $800 선을 돌파해 보르도의 일등급 와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와인 인구가 증가하면서 명성 높은 와인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2007년 2월, 빈 엑스포(Vinexpo, 국제 와인과 주류 엑스포의 주최기관)의 발표에 의하면 전체 와인 소비가 증가할 것이며 특히 “고급 와인”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하여 이 같은 경향을 뒷받침해주고 있지요.

매일은 아니더라도 매번 마실 때마다 병 당 10만원이 넘는 고급 와인을 마실 순 없는 노릇입니다. 그리고 10만원이 넘는 와인이 항상 10만원의 값어치 혹은 만족을 줄 수 있는가도 생각해보게 됩니다. 와인은 본인이 느끼는 만족에 따라 가격에 대한 거부감이 커지거나 적어지는 면이 많아요.

요즘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선 가격대비 뛰어난 와인, 그 가격에 맞는 품질을 가진 와인 등 합리적인 선택을 하려고 합니다. 이런 경향을 반영하듯이 국내에서도 ‘부담 없이 즐기는 보르도 와인 100선’ 같은 시음회가 열리고 세계적인 와인 전문지 ‘Wine Spectator’나 ‘Decanter’ 에서도 저렴한 와인들을 뽑아 공개하는 등 보다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경험에서 봐도 부담 없이 마시기 좋은 와인은 구대륙보다 신대륙 쪽이 더 많아서 선택하기도 즐겁습니다. 신대륙의 와인들은 레벨별로 여러 브랜드로 나눠져 생산되기 때문에 예산에 맞춰 와인을 고를 수 있습니다.

보통 Premium > Reserve > Varietal 로 수준을 나누는데, 어떤 와이너리는 프랑스나 독일처럼 포도밭 같은 小구역의 이름까지 표기함으로써 고급 와인을 관리하거나 전혀 다른 브랜드로 만들기도 합니다. 미국의 캘리포니아주와 워싱턴주, 호주의 남 호주, 아르헨티나와 칠레, 남아공 와인들은 언제나 균일한 와인의 품질을 제공합니다.

구대륙은 어떨까요? 세계적인 고급 와인들이 생산되는 프랑스에도 찾아보면 마시기 편한 와인들이 매우 많습니다. 최근 보르도의 샤또에서도 신대륙처럼 저렴한 브랜드 와인을 많이 생산하고 있습니다. Chateau Mouton Rothschild의 세컨드 와인으로 출발했던 Mouton Cadet가 대표적인 보르도 샤또의 브랜드 와인이라 할 수 있어요.

프랑스의 정원이라 불리는 Loire valley와 남부 Rhone, Languedoc Roussillon, 프랑스 남서부의 Cahors, Gaillac 같은 곳의 와인들도 큰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습니다. 특히 요즘 한창 붐인 부르고뉴 와인들 중에서는 Marsannay, Fixin, Saint-Aubin, Bouzeron 등의 와인이나 부르고뉴 지방 와인을 선택하면 좋습니다. 스페인의 Rioja, Ribera del Duero 뿐만 아니라 최근 각광 받는 새로운 생산지인 Toro, Jumilla, Luada 등에서 생산되는 와인들은 품질과 가격 두 가지 면에서 만족을 안겨줄 것입니다.

와인의 큰 매력이라면 다양성 일겁니다. 빈티지, 지역, 생산자 등에 따라 각양각색의 모습을 가진 와인은 새로운 발견의 기쁨을 느끼게 합니다. 가격에 상관없이 말입니다. 손에 잘 닿지 않는 꽃을 못 가져 울기 보다 주위를 둘러보면 수없이 많은 꽃들이 피어있음을 깨닫게 되는 것처럼 일상의 와인이 주는 즐거움에 눈을 뜨세요. 와인 가격이 슬프게 할지라도, 그 대안은 항상 우리 주위에 있다는 것을 잊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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