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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광표

크리스마스를 앞둔 3일전, 어느 때보다 날쌘 손놀림만 봐도 얼마나 바쁜지를 스스로 실감하는 요즘입니다. 하루에도 수없이 들어오는 메일들 중에서 눈에 띠는 메일이 있었습니다. 보르도 와인과 크리스마스 디너의 매칭에 관련된 메일이더군요. 시즌에 맞는 흥미로운 주제라는 생각에 소개하겠습니다.

ㆍStartersㆍ

프랑스에서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식탁에 꼭 오르는 요리 중 하나가 프와그라(foie gras)로 시장이나 가게에서 쉽게 볼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선 좀 어려운 요리죠. 이 프와그라와 최고의 매칭을 이루는 와인은 소테른(Sauternes)이 가장 유명한 스위트 화이트 와인입니다. 단맛과 과일의 훌륭한 산도가 조화를 이뤄 근사한 매칭을 이룬다며 강추합니다.

하지만 우리 실정에 맞는 에피타이저라면 요즘 제철을 맞은 석화나 굴이 딱입니다. 신선하기 그지없고 섬세한 텍스춰를 느낄 수 있는 굴은 엉트르 드 메르(Entre-Deux-Mers), 그라브(Graves) 그리고 뻬싹 레오냥(Pessac-Léognan)의 드라이 화이트 와인이나 뉴질랜드 말보로(Marlborough)의 소비뇽 블랑이 잘 어울립니다.

샤르도네로 만든 샤블리 와인도 빠질 수 없겠죠. 뭐니 뭐니 해도 샴페인과 같은 각종 스파클링 와인 또한 빠질 수 없는 주역입니다. 스파클링 와인은 분위기를 돋궈줄 뿐 아니라 이밖에 다른 에피타이저들이 환영하는 와인이기도 합니다.

오키하고 바닐라 향이 짙은 편인 신세계 샤르도네나 풍미가 강한 화이트 와인은 굴이 가진 신선함을 죽일 수 있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밖에도 멜론을 감싼 프로쉬트(Prosciutto), 연어 샐러드 등도 위의 화이트 와인들과 잘 어울리는 에피타이저입니다.

ㆍMainsㆍ

유럽이나 아메리카의 전통적인 크리스마스 디너의 메인은 닭이나 오리, 칠면조 통구이(roast)나 햄 구이(baked ham)입니다. 이런 요리들에는 실키한 타닌과 미디엄 바디를 가지는 카베르네 소비뇽과 메를로를 블랜딩한 와인이 잘 어울립니다.

보르도 와인이라면 우안의 우아한 스타일 와인으로 쌩떼밀리옹, 포므롤, 프롱싹 와인들이죠. 카베르네 소비뇽 100%나 시라 100%의 풍미와 타닌이 강한 와인은 담백하고 부드러운 육류와는 매칭이 어렵습니다.

칠면조나 오리 등 가금류 통구이보다 우리가 응용하기 좋은 메인 요리는 아무래도 스테이크나 립 종류겠지요. 구조감과 바디감이 꽉 찬 카베르네 소비뇽으로 만드는 와인, 보르도 좌안에 해당되는 메독, 오메독, 뽀이약, 쌩쥘리앙, 쌩테스테프, 그라브와 뻬싹 레오냥의 레드 와인들이 굿 매칭입니다.

이외에 신세계의 카베르네 소비뇽, 호주 쉬라즈, 이태리의 바롤로, 바르바레스코 등 웬만한 레드 와인들이 무난하게 맞지만, 영한 피노 누아나 이태리 키안티는 다소 무리가 있습니다.

ㆍAftersㆍ

와인을 즐기는 파티에서 후식은 당연히 치즈 모듬입니다. 치즈는 와인과 최고의 매칭을 자랑하기 때문이죠. 갖가지 치즈가 있지만, 제각각 특징이 천차만별이어서 잘 맞는 와인들도 좀 각각입니다. 그래도 화이트 와인은 거의 많은 종류의 치즈들과 무난하게 어울리기 때문에 기억해두면 좋습니다.

브리(Brie), 까망베르(Camembert), 먼스터(Munster), 에프와스(Epoisses)는 물론 이 치즈들보다 더 딱딱한 치즈라 해도 쌩테스테프, 쌩쥘리앙 그리고 마고 같은 보르도 와인들과 환상적인 매칭을 보여줍니다.

요즘 치즈 전문점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신선한 염소 치즈인 크로땡 샤비뇰(Crottin de Chavignol)은 그라브와 뻬싹 레오냥의 클래식한 화이트 와인이 최고라 합니다.

스틸턴(Stilton, 영국)과 골곤졸라(Gorgonzola, 이태리) 같은 블루 치즈들은 스위트 화이트 와인과 잘 어울립니다. 과일 케이크, 치즈 케이크 등을 디저트로 준비했다면 바르싹(Barsac), 소테른(Sauternes), 독일의 아이스바인(Eiswein), 레이트 하베스트(Late Harvest) 같은 스위트 화이트 와인들 중에서 고르면 파티를 근사하게 끝낼 수 있겠지요.

보르도 와인을 선물할 때…

마지막으로 연말연시 선물 고르는데, 골치 아프신 분들을 위한 몇 가지 팁(tip)을 드리겠습니다. 보르도 와인은 와인을 즐기시는 분들을 위해 한해동안 감사를 전하는 좋은 선물이 될 수 있습니다. 다른 지역의 와인들도 많지만, 여기서는 보르도 와인으로 한정하겠습니다.

1. 직장상사에게
선물을 고를 때 가장 신경 쓰이는 상대가 아닐 수 없습니다. 와인을 즐기는 상사라면 꼭 그랑 크뤼급이 아니더라도 보르도 생산지역 중 가장 작은 단위의 마을에서 생산하는 와인이 적당하리라 보입니다.

ㆍ레드 와인 : 좌안의 쌩테스테프(Saint-Estèphe), 뽀이약(Pauillac), 쌩쥘리앙(Saint-Julien), 마고(Margaux), 우안의 뽀므롤(Pomerol), 쌩테밀리옹(Saint-Emilion) 지역의 와인이 적당합니다. 받으시는 분이 평소 진하고 센 타입을 좋아한다면 좌안, 부드럽고 우아한 타입을 좋아한다면 우안의 와인을 선택하십시오.

ㆍ화이트 와인 : 뻬싹 레오냥(Pessac-Léognan)의 드라이 화이트 와인을 추천합니다. 회나 해산물 요리와 잘 어울리는 와인이란 것도 알려드리면 좋겠죠.

ㆍ디저트 와인 : 단 맛을 즐기는 상사에게 소테른(Sauternes)의 와인을 선물한다면, 당신의 센스에 감탄할 것입니다.

2. 동료에게
함께 일하는 직장 동료나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만난 동료 등 큰 부담 없이 챙겨주고 싶은 사람이라면 가격대비 품질이 좋은 와인을 고르십시오.

ㆍ레드 와인 : 좌안의 메독(Médoc), 오메독(Haut-Médoc), 물리스(Moulis), 그라브(Graves), 뻬싹 레오낭(Pessac-Léognan), 우안의 프롱싹(Fronsac), 까농 프롱싹 (Canon-Fronsac)에서 생산되는 와인들로 저렴한 가격이지만 믿을 만한 품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ㆍ화이트 와인 : 그라브(Graves), 엉트르 드 메르(Entre-Deux-Mers)의 화이트 와인은 뻬싹 레오냥 보다 저렴하지만, 부담 없이 마시기 좋습니다.

3. 가족 친지나 친한 친구에게
너무 가까워서 빼놓기 쉬운 가족이나 친한 친구에겐 거하진 않지만 실속 있는 와인이 좋습니다. 마음의 표시니까요.

ㆍ레드 와인 : 좌안의 오메독(Haut-Médoc), 뻬싹 레오냥(Pessac-Léognan), 그라브(Graves), 우안의 프롱싹(Fronsac), 라랑드 포므롤(Lalande de Pomerol)과 뤼싹 쌩테밀리옹(Lussac-Saint-Emilion) 와인들을 추천합니다.

ㆍ디저트 와인 : 의외로 단 맛을 좋아하시는 어른들이 많은데, 그 분들께 바르삭(Barsac), 소테른(Sauternes)의 와인이 단연 최고겠지요.

4. 파티에 초대 받았을 때
초대에 감사하는 선물로는 부담이 되지 않도록 보통 수준에서 고르는 것이 좋습니다.

ㆍ레드 와인 : 보르도 쉬뻬리외르(Bordeaux Supérieur), 메독(Médoc), 프롱싹(Fronsac), 쌩테밀리옹과 그 위성지역의 와인

5. 평소 존경하는 분에게
존경하고 사랑하는 마음 그대로 전해줄 수 있는 선물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우아한 풍미를 느낄 수 있는 와인은 어떨까요. 가격이 좀 높더라도 좋을 것 같습니다.

ㆍ레드와인 : 좌안의 마고(Margaux)나 우안의 뽀므롤(Pomerol) 와인으로 추천합니다.

ㆍ디저트 와인 : 소중한 분께 장기숙성이 가능한 소테른(Sauternes) 와인을 선물한다면, 오랫동안 당신을 기억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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