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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광표

끝나지 않는 코르크 마개와 스크루 캡의 논쟁 -한국 스크루캡 심포지엄을 다녀와서…


“스크루캡은… 세계 와인의 대다수의 표준이 될 것이다.”

2004년 10월 로버트 파커(Robert Parker)는 코르크 마개가 와인 업계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코르크 마개를 대신할 것이 스크루캡(screwcap) 이며 빈티지로부터 3~4년 안에 소비될 모든 와인은 이 스크루캡을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지난 7월 20, 21일에 열렸던 한국 스크루캡 심포지엄(주한 호주 대사관 무역 대표부, 뉴질랜드 무역산업진흥청, Wine Review 주최)에서는 뜨거운 여름의 열기처럼 스크루캡에 대한 열띤 논쟁이 벌어졌다. 이 심포지엄은 Red & White International의 Managing Director인 Nicolas Thornton-Olivery씨와 Marketing Manager Asia인 David Andrews씨의 설명으로 진행되었다.

효과적인 포도밭 관리와 포도 나무 재배, 양조기술의 발전과 보관방법에 대한 다양한 연구 등 와인생산업체들은 보다 우수한 품질의 와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데에 반해 코르크 마개는 언제나 제자리이다. 18세기 프랑스의 수도사, 돔 페리뇽(Dom Perignon)이 처음 사용했던 때부터…

코르크는 코르크 참나무 껍질을 벗겨내 말리고 난 후 끓는 물에 삶아 만들어진 천연 소재이다. 어찌 보면 천연 소재가 상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약점이라 할 지 모르겠지만 판매되는 와인 중 5~10% 정도가 이 상한 코르크로 인해 오염되었다고 한다면 이건 그냥 넘어갈 문제는 아닐 것이다. 부패한 코르크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TCA (Trichloranisole) 오염을 일으켜 와인을 상하게 만드는 것이다. TCA로 인해 상한 와인은 곰팡이 냄새와 과일의 썩은 맛, 젖은 마분지 냄새 등이 강하게 난다. 이 문제 에 대해 지금까지 이렇다 할 해결방법은 없었다는 것 또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스크루캡이 해답인가…

1970년대 호주에서 시작된 스크루캡은 스텔빈(Stelvin) 스크루캡으로 프랑스 포장 회사인 뻬쉬네(Pechiney)로부터 받은 라이센스 하에 생산되었다. 그 당시 스크루캡은 상업적으로 실패를 했는데, 코르크의 피해에 대해 널리 알려지지 않았고 대부분 스크루캡이 저가의 테이블 화이트 와인과 비행기의 이코노미 클래스에서 서빙되는 와인에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스크루캡을 사용한 와인은 저가라는 것과 코르크를 사용한 와인에 비해 맛 또한 떨어진다는 편견을 가지게 했다.

스크루캡은 위와 옆 부분이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다. 윗부분 안쪽은 특별 처리된 알루미늄 박(호일)으로 싸인 폴리에틸렌이고 와인에 따라 다른 라이너(안감)을 사용한다. 이 스크루캡은 100% 산소를 차단하여 와인의 산화를 방지할 수 있다. 그리고 와인의 신선한 아로마와 맛을 보호하며 코르크 마개보다 3배 정도 강하기 때문에 와인이 흐를 염려가 없다. 와인이 일정하게 숙성되고 따기 쉬우며 다시 막기도 쉽다.

스크루캡은 2000년 그 해의 호주 와인메이커(Australian Winemaker of the Year)이자 국제적인 그 해의 리슬링 와인 메이커(International Riesling Winemaker of the Year)인 제프리 그로셋(Jeffrey Grosset)에 의해 부활되었다.

이후 2003년 아델레이드 와인쇼(2003 Adelaide Wine Show)에서 베스트 쉬라즈 트로피(Trophy for Best Shiraz)는 스크루캡을 사용한 울프 블라스 2001 플래티넘 레이블 쉬라즈(Wolf Blass 2001 Platinum Label Shiraz)에게 돌아갔고 2004년부터는 대다수 와이너리들이 생산 와인의 60~70%에 스크루캡을 사용하게 되었다.

2001년 뉴질랜드 와이너리들도 2000년 11월 에어 뉴질랜드 와인 쇼 (Nov 2000 Air New Zealand Wine Show)에서 리슬링의 32%가 코르크 때문에 부패된 것으로 여겨져 스크루캡으로 바꾸기 시작하였고 2004년도에는 84%가 스크루캡을 사용하였다.

프랑스를 포함한 유럽의 와이너리들도 스크루캡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보졸레(Beaujolais)의 죠르쥬 뒤뵈프(Georges Duboeuf), 보르도(Bordeaux)의 두르뜨(Dourthe)와 앤드류 뤼르똥(Andrew Lurton), 미쉘 라로슈(Michel Laroche) : 샤블리 그랑 크뤼를 포함한 부르고뉴 와인, 알자스(Alsace)의 뽈 블랑끄(Paul Blanck), 스페인의 미겔 또레스(Miguel Torres)등 이며 영국의 가장 큰 와인 소매업사인 테스코(Tesco)에서도 와인 6병 중 한 병은 스크루캡을 사용한 와인이 판매되고 있다. 이는 세계 와인생산업계가 코르크 마개로 인한 와인의 코르키화를 더 이상 묵과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장기숙성 와인과 스크루캡의 관계

스크루캡을 사용한 와인이 와인 메이커의 의도대로 신선한 맛과 향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하나, 장기숙성이 필요한 와인에 사용했을 때 어떨까… 이는 유럽의 많은 와이너리들이 스크루캡의 선택을 두고 고민하는 문제 중 하나이기도 하다.

와인의 숙성은 자연적인 화학적 특성이기 때문에 스크루캡이던 코르크마개를 사용하던지 상관없다고 한다. 그러나 스크루캡은 매우 정밀하여 와인에 바깥 공기가 더 많이 혹은 더 적게 들어가게 할 수 있도록 마개의 견고함을 조절할 수 있다. 반면 코르크 마개는 와인 메이커의 의도대로 조절할 수 없고 코르크 부패라는 위험을 떠안을 수 밖에 없다.

코르크마개는 수명이 있다. 그래서 일부 와이너리에서는 약 25년 정도 지나면 코르크마개를 새 것으로 교체를 한다. 이 과정에서 산소가 들어갈 위험도 있고 코르크마개의 찌꺼기도 확실하게 제거하기 힘들 수 있다. 그럴 필요가 없는 스크루캡은 와인이 가진 고유의 부케와 맛을 보존한다. 호주의 와이너리들은 스크루캡으로 봉인한 리슬링 10병으로 실험을 했는데, 시간이 지나도 모든 병들의 와인이 신선하고 생생했다고 전했다.

확실히 화이트 와인의 경우, 코르크 마개보다 스크루캡이 장기숙성에도 월등하다는 결과가 많이 나오고 있다. 미국 오레곤 주에서는 천연 코르크, 합성 코르크, 스크류캡을 사용한 와인을 블라인드 테이스팅한 결과 대부분 사람들이 큰 차이점을 느끼지 못했다고 대답했으나 같은 와인을 오픈 테이스팅한 사람들은 코르크마개를 사용한 와인이 훨씬 맛이 좋았다고 하였다.

심포지엄에서 코르크마개와 스크루캡을 사용한 와인의 테이스팅이 있었는데, 워낙 빈티지가 최근이어서인지, 별 차이를 느낄 수는 없었다. 그러나 숙성이 시작된 레드 와인의 경우 코르크 쪽이 스크쿠캡에 비해 빛깔도 진하고 맛과 향 또한 진한 느낌이 들었다. 코르크마개를 사용한 와인이 숙성의 속도가 빠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스크류캡은 현대적인 기술이자 새로운 패러다임

대부분 와인업계 종사자들은 판매되는 와인 중 5~10% 정도가 코르키화 되었음을 인정하고 있다. 선구적인 와이너리를 중심으로 스크루캡을 사용하고 있는데, 2005년 빈티지부터는 호주와 뉴질랜드 와인 100%가 스크루캡을 사용할 것으로 예상한다. 프랑스 뿐만 아니라 스페인, 독일, 이태리에서도 스크루캡의 사용을 시도하고 있다.(이태리의 경우, DOCG 급 와인에는 스크루캡 사용을 정부에서 금하고 있음)

많은 와인 애호가들은 더 이상 러시안 룰렛 하듯이 와인을 고르고 싶지 않을 것이다. 와인을 완벽하게 보존하는 일, 와인을 만드는 일만큼 중요하다. 와인의 낭만은 “펑” 하며 열리는 코르크에 있는 것이 아니라 병에 담겨진 와인에 있는 것이 아닐까…


(스크루캡에 관해 더 자세한 것은 웹사이트 ‘
http://www.screwcap.co.nz’를 참조하기 바람)

*베스트와인에서 만날 수 있는 관련 글
1. 세계 와인산업과 와인문화의 회고와 전망(Ⅲ) - 프랑스 와인산업의 위기와 코르크 마개의 퇴출
2. 와인의 이상 징후, 그 진단과 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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