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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광표

칠레가 포도 재배의 파라다이스인 이유

몇 해 전에 영국 글래스고우 대학 연구팀이 칠레 까베르네 소비뇽이 프랑스의 까베르네 소비뇽보다 암예방 등건강에 더 이롭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와인생산의 기술이야 프랑스가 한 수 위에 있겠지만 포도의 질이 칠레가 더 낫다는 의학적 해석이 가능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칠레는 북으론 아따까마 사막, 남으론 남극에 인접한 도서와 협만, 동으론 해발 7000m의 준봉들이 솟아있는 안데스 산맥 그리고 서쪽으론 남태평양과 경계를 이루는 해안선이 있어 필록세라의 침투로부터 온존할 수 있을 만큼 격리된 지리조건을 갖추고 있다.

와인생산은 대부분 남위 32도에서 38도 사이의 지대에서 이루어진다. 그러나 칠레는 북반구의 해당 위도 지역과 달리 태평양의 해류, 특히 훔볼트 한류의 영향과 밤이 되면 안데스 산맥의 영향으로 기온이 내려가 포도재배에 유리한 기후조건을 갖추고 있다.


와인의 주산지인 센트럴 밸리(Central Valley)를 중심으로 하는 지역의 기후는 지중해성 기후로 겨울에 비가 내리며 여름은 다소 건조하고 일조량이 많은 가운데 포도 성장기간에 거의 비가 오지 않아 개화 시기로부터 수확기까지 약 150일 정도의 일조가 가능한 시간(hang time)을 유지시켜 줌으로써 균질하고 완숙한 포도를 수확할 수 있게 해준다.


이와같이 이상적인 기후 덕택에 칠레는 다른 나라 보다도 환경친화적인 포도 재배가 가능하다.

기후조건과 관련하여 빈티지를 따져 볼 때 칠레는 매년 굴곡이 심하거나 큰 편차를 나타내기 보다는 비교적 고른 수준의 빈티지 평가가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1998년의 경우 지구 온난화에 영향을 받은 엘 니뇨 빈티지로 불리지만 그 차이가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그래도 상대적인 관점에서 우수한 빈티지를 꼽는다면 최근의 경우 1997년, 1999년, 2000년(특히 Cabernet Sauvignon), 2001년(Maipo, Rapel), 2003년을 주목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칠레의 포도원은 계곡 하부의 비옥한 점토질 토양으로 구성된 평원지역에서 경작되어 물공급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방식(flood irrigation)에 의존하게 됨으로써 와인의 개성과 농축도가 취약한 문제점을 드러냈다.
그러나 현재는 관개를 제한적으로 조절가능한 방식(drip irrigation)이 채택되어 토양을 보존하고 양질의 포도를 재배할 수 있도록 관리하고 있다.

칠레의 포도재배 지역은 다양한 토양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꽁까구아(Aconcagua) 지역은 충적토가 주류이며, 마이뽀(Maipo) 남부 지역도 충적토가 많이 있지만 산기슭엔 화강암 토양, 계곡지대에선 옥토와 점토질의 토양도 혼재한다. 까사블랑까 지역은 해안가 쪽으로 모래가 주토양이며 잦은 차가운 안개와 훔볼트 한류의 영향으로 가장 서늘한 지역에 해당된다. 마이뽀 및 라뻴(Rapel) 북부의 까차뽀알(Cachapoal) 지역은 옥토, 점토, 모래가 섞여있는 토양이며 꾸리꼬(Curico) 남부와 비오비오(Bio-Bio) 지역은 화산성 토양이 주조를 이룬다.

와인산지 분포와 포도 품종

1995년 5월 농산물에 관한 법령 464호가 공포되어 와인산지 표준화, 레이블링 가이드라인 등 와인생산 선진화에 필요한 제도적 뒷받침이 마련됐다.

포도재배 지역은 Region→Subregion→Zone→Area로 세분화되는데 Zone 구분은 Rapel, Curico, Maule 3개 하부지역(Subregion)에만 적용된다.


다섯 군데의 대지역(region) 가운데 아꽁까구아 및 센트럴 밸리가 중요한 산지이며 이들의 하부지역에서 칠레의 대표적 고급와인들이 주로 생산되고 있다.

근래 들어 가장 주목을 받는 레드 와인 산지는 라뻴 밸리 산하에 Zone으로 분류된 꼴차구아 밸리다. 보르도로 치면 최고의 그랑 크뤼 산지에 비견된다고 볼 수 있다.
상당수 포도원들이 경사진 언덕(hillside vineyards)에 위치한 것도 이 지역의 특징이다.

비냐 몽그라(Vina MontGras)의 최고급 까베르네 소비뇽 와인 '닌껜(Ninquen)'은 2000년 빈티지가 <와인 스펙테이터>로부터 92점을 받았는데 이름 자체가 원주민어로 '고지대 산 언덕'을 뜻한다.

이 밖에도 지역산 대표적 와인으로 고지대 포도밭의 시라 와인으로 유명한 Montes Folly와 같은 회사의 Montes Alpha M, 까사 라뽀스똘의 Clos Apalta, 비우 마넨트(Viu Manent)에서 말벡 품종으로 만든 Viu 1, 까사 실바(Casa Silva)에서 보르도 스타일의 블렌딩을 한 Altura(스페인어로 고도, 고지대를 의미) 와인 등이 있는데 모두가 와인 전문지로부터 90점 이상의 평점을 받은 칠레의 명품 와인들이다.

2003년 칠레에서 발행된 통계 자료를 기준으로 주요 포도 품종을 재배면적 순으로 보면 레드 와인은 까베르네 소비뇽(38,227 ha), 메를로(12,887 ha), 까르메네르(5,407 ha), 시라(2,197 ha), 삐노 누와(1,450 ha), 말벡(933 ha) 순이고, 화이트 와인은 샤르도네(7,567 ha), 소비뇽 블랑(6,673 ha), 세미용(1,860 ha), 리슬링(286 ha) 순이다. 레드 와인에 비해 화이트 품종은 다소 질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나 서늘한 기후지역의 포도원 개발과 함께 그 질이 점차 향상되고 있다.

레드 품종은 시라와 까르메네르가 칠레의 다크 호스로 주목받고 있다.
시라는 재배 경험이 일천하긴 하지만(* 1996년에 단지 19 ha만이 재배됨) 칠레의 야심적인 와인메이커들이 공을 들이고 있는 품종으로 Aconcagua, Colchagua 등지에서 많이 재배되고 있다.

몬테스가 내놓은 'Folly' 와인의 탁월한 품질은 최고급 시라 와인 생산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
까르메네르는 과거 1994년까지 메를로 품종으로 오인되어 왔던 품종으로 현재 Maipo, Rapel 등지에서 주로 재배되고 있는데 최적의 재배지를 찾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단일 품종의 와인으로도 생산되며 블렌드 와인으로도 점차 활용되고 있다.


2001년 빈티지의 'Actual'은 까르메네르 40%, 까베르네 소비뇽 35%, 시라 25%의 독특한 블렌딩으로 만든 고급 와인인데 까르메네르를 기반으로 창의적인 블렌딩이 가능함을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한편 스페인에서 들여온 오래된 저급 품종인 빠이스(Pais)는 재배 면적(15,000 ha)이 줄어들긴 했으나 아직도 까베르네 소비뇽 다음으로 많이 재배되고 있다.


- MBC 부장 & 와인컬럼니스트 / 이세용 -


1. 칠레 와인의 세계 1
2. 칠레 와인의 세계 2
3. 칠레 와인의 세계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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