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에 얘기한 " 디저트와 와인 " 글을 읽어보신 분들 중에는 분명 이렇게 생각한 분이 계셨을 겁니다.
'디저트의 꽃, 디저트의 정수, 쾌락 중의 쾌락, 초콜렛을 빼 놓고 어떻게 디저트와 와인을 모두 논했다고 하는 걸까 ?' 개인적으로 100프로 동의하는 말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초콜렛과 와인의 만남을 주선해볼까 합니다.
& 우리를 그저 '초콜렛'이라고 부르지 말아 주세요~
초콜렛들은 아마도 이렇게 항변할 겁니다. 초콜렛은 그저 '가나 초콜렛'이 최고라 믿고, 조금 변화를 준 것은 '아몬드 초콜렛', 아이들을 위한 'M&Ms', 발렌타인 데이에 쓰는 'Kissess' 정도면 꽤 초콜렛에 대해서 많이 안다고 느끼는 사람들을 보면 말이죠.
하지만 초콜렛에도 원산지가 있고, 카카오 함유량이 얼마냐에 따라 맛이 달라집니다. 또 제조 과정에서 식물성 기름을 썼는지 카카오 버터를 썼는지에 따라 와인만큼이나 다양한 종을 자랑하는 것이 바로 이 앙큼한 초콜렛이지요.
그러니까 '음~ 초콜렛은 아무래도 단 음식이니까 그 단 맛을 죽이지 않으려면, 스위트 와인을 매치시켜야 하겠죠 ?' 라는 논리는 조금은 '초콜렛을 무시하는' 발언이 될 수도 있습니다. ^^
[ 그리뇨띤, 미네레 로랑, 오랑제뜨, 떵드레쓰 블랑,누와제틴, 프랄리네 ]
프랑스의 유명 초콜렛 샵 체인 "La Maison du Chocolat" 의 창립자 Robert Linxe는 초콜렛과 와인이야말로 최고의 궁합을 자랑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숙련된 공인이 손으로 만든 최고의 초콜렛'일 경우에 한한다는 주석을 잊지 않았죠.
실제로 " La Maison du Chocolat " 창립 당시 파리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던 와인샵을 이어받아 함께 운영하기도 했던 그의 말에 따르면, 초콜렛을 와인과 매치시킬 때에는 초콜렛의 종류에 따라 크게 아래와 같이 분류를 해야 한답니다.
베네주엘라 & 적도 :
이 지역 산(産) 초콜렛은 풍미가 강하고 진한 맛이 있어, 올드 빈티지의 Porto 혹은 Grand Cru Banyuls 이 적당하다.
캐리비안 해협, Trinidad :
카카오 향이 짙은 초콜렛이므로 알코올이 묵직한 Porto 가 어울림.
인도양, 마다가스카르 혹은 수마트라 지역 :
신선함이 장점이며 미묘한 산미가 느껴지는 초콜렛이므로 fruity 한 와인이 적격. 부르고뉴 레드, 특히 Vosne Romanée 가 좋다.
아프리카 대륙, 특히 가나 :
이 곳의 초콜렛은 그 어떤 와인도 모나지 않게 받쳐줄 수 있다.
위의 분류는 초콜렛의 원산지에 따른 것입니다.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초콜렛은 와인과 달라서 "베네주엘라" 라고 표기가 되어있다 하더라도 100% 베네주엘라 산(産)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아무리 적은 양이라 하더라도 반드시 다른 지역의 초콜렛이 섞이는 식인데요, 요리를 할 때 맛을 돋구기 위해 소금 조금, 후추 조금을 넣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라고 하네요.
혹은, 카카오 함유량에 따라 초콜렛을 분류하여 와인을 매치시키기도 합니다.
밀크 초콜렛 :
스위트 화이트 와인이나 드라이 레드 와인. 탄닌이 도드라지지 않는 Saint Emilion 추천.
밀크 초콜렛이야말로 porto 나 Maury 같은 스위트 레드 와인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다크 초콜렛 (카카오 60%) :
가장 쉽게 매치할 수 있는 초콜렛. 스위트 레드 와인이라면 어느 종이든 무난하게 어울린다. 혹은 Sauternes 같은 화이트 와인도 나쁘지 않다.
쓴 맛이 날 정도의 다크 초콜렛 :
스위트 레드 와인과 더불어, 꼬냑과의 매치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주의할 점은 절대 샴페인과는 시도하지 말 것.
그러나 위의 초콜렛들이 타블렛이 아닌 디저트를 만드는 베이스, 혹은 중간과정의 원료로 쓰였다면, 이 때는 곁들여지는 재료들에 따라서 와인 매치를 달리 해야 합니다.
일례로, 럼주에 절인 포도를 넣은 초콜렛을 먹을 때는 초콜렛 뿐만 아니라, 포도와 함께 섞이는 맛과 향까지 고려를 해야 합니다. 이 경우에 Château Latour 나 Puligny-Montrachet 를 함께 하는 것은 매우 훌륭한 선택이 될 수 있지요.
요즘에는 " 새로운 결합 " 이라고 해서, 신세계 와인을 초콜렛과 매치시키는 시도도 늘고 있습다. 그렇게 떠오른 신인이 캘리포니아의 까베르네 소비뇽이지요.
또 흔하지는 않지만 Grand-roussillon 도 잘 어울리는 와인으로 꼽힙니다. 지금은 많이 Porto 에 밀린 기세지만, muscat, grenache, syrah 등을 섞어 만든 이 와인은 초콜렛 밀푀이유 *1와 최상의 콤비를 보입니다.
[ 초콜렛 밀푀이유 와 Grand Roussillon(좌), Grand Roussillon Domaine Puig-Parahy(우) ]
초콜렛을 이렇게 분류해서 와인을 마셔보면 어떤 조화가 이루어질 지, 벌써부터 궁금함 때문에 엉덩이가 들썩들썩합니다. 여러분은 어떠세요 ? 열 번 읽은 와인 지식도 한 번 맛 본 혀 앞에서는 못 당하는 법. 당장 초콜렛과 와인을 사러 나가야 될 것 같네요 !
1.클라푸티 : 촉촉한 빵 안에 과일이 박혀 있는 프랑스 제과의 일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