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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광표

2. 회에 곁들여 와인 마시기 !

생선회에는 일반적으로 신맛이 강하고 과일향이 풍부한 화이트 와인이 어울린다고 합니다. 광어, 농어 등 맛이 섬세한 생선에는 특히 더 우아한 화이트 와인을 매치시키는 것이 중요하죠. 이 때 가장 무난하게 곁들일 수 있는 와인으로 프랑스 샤블리 지역의 샤르도네 와인을 꼽습니다.

그러나 생선이라도 기름기가 많고 맛이 진한 참치에는 오히려 부드러운 레드 와인이 낫습니다. 레드 와인의 타닌(tannin) 성분이 입안에 낀 기름기를 제거해 깔끔한 입맛으로 다음 참치회를 느낄 수 있게 해 주거든요. 실제로 일본에서는 간장에 레드 와인을 한두 방울 섞어 참치회를 찍어 먹기도 한다고 하네요.

[흰 살 생선, 너를 무엇과 함께 먹어야 하느냐~]

& Riesling 알자스 리슬링

미네랄, 과일향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리슬링은 식탁 위 아페리티프로 즐겁게 혀를 잠깨우는 와인이다. 특히 생선, 조개류와 함께 하는 리슬링은 단점을 찾아볼 수 없는 완벽한 매치다. - Cuisine et Vins de France

알자스 리슬링 2001년 빈티지는 특히 리슬링이 보여줄 수 있는 최상의 샘플이라고 할 정도입니다. 알자스 포도원들이 가장 사랑하는 포도 품종 중 하나인 이 리슬링은 알자스 테루아를 그대로 필터링하고 있는 와인이라고 하죠.

첫 맛은 그 산도에 있어 인상적이지만 너무 지나치지 않고, 이어지는 풍부한 과일향은 세심한 도미살과 조화를 이루는 데 손색이 없지요. 특히 혀 끝에 길게 남는 리슬링의 여운이 생선의 뒷맛과 어우러지는 데는 가히 최고입니다. 리슬링의 상큼함은 굴, 조개등의 해산물과도 훌륭하게 어울리는 와인입니다.

Hauller 2001

상큼하고 매력적인 와인. 배, 꿀, 초록 레몬향이 한 데 어우러져 있으며, 적당한 산도가 식욕을 돋군다. 식전주로 단독으로 마시기에도 손색이 없으며, 특히 조리하지 않은 해산물 전채 요리에 잘 어울린다. - John Esbeck, Sommelier

& Riesling Halbtrocken 리슬링 할프트로켄(독일)

[Paulinshof - Riesling Halbtrocken Qualitätswein 2000](좌측)

독일 리슬링 와인도 빠질 수 없죠. 할프트로켄(halbtrocken)은 프랑스에서는 드미 섹(demi-sec)이라고 합니다. 중감미 와인에 해당하죠. 프랑스 리슬링과 흰 살 생선을 매치시켰더니 그래도 영 비린 맛이 더해지는 것 같은 분들은 리슬링 할프트로켄을 시도해 보셔도 좋을 법 합니다. 산도가 조금 덜 하고, 알자스 리슬링보다는 부드럽게 둥그런 맛으로 흰 살 생선을 잘 감싸줄 수 있다고 하거든요.

특히 상대적 감미(甘味) 와인으로 인정받은 모젤-자르-루버(Mosel-Saar-Ruwer) 지역의 할프트로켄이라면 후회는 없겠지요?

& Sauvignon Blanc 소비뇽 블랑

소비뇽을 사용하는 와인들 중 빼 놓을 수 없는 것 두 가지는 바로 쌍쎄르(Sancerre)와 뿌이이 퓌메(Pouilly-Fume)입니다. 프랑스의 루아르(Loire) 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쌍둥이 AOC 들이죠.

블랙커런트의 새 순 향(고양이 오줌 냄새라고도 해요. ^^ )을 소비뇽의 전형적인 품종 향이라고 하는데, 석회질의 최고급 떼루아에서 생산된 쌍쎄르와 뿌이이 퓌메는 여기에 은근한 부싯돌(Silex) 향취가 덧씌여집니다. 거의 복합미의 완성이라고 볼 수 있죠.

그래서인지, 회와 와인을 함께 해 본 대부분의 와인 애호가들이 빼놓지 않고 손꼽았던 화이트 와인들이 쌍쎄르와 뿌이이 퓌메였습니다.

[Cuvee Edmond 2000 d'Alphonse Mellot]

& Champagne 샹파뉴

응? 샹파뉴랑 회를요? 가능할까요? 네, 이것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회'에는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Mr. Hanni 가 밝힌 바에 따르면, 크리미한 샤르도네나 샹파뉴는 우마미를 가장 많이 느낄 수 있는 와인이라고 합니다.

'자꾸만 손이 가는' 모 회사의 과자처럼, 우마미가 있는 생선과 샹파뉴를 한 데 매치시키면 '자꾸만 입이 가게 될 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특히, 마츠히사 노부(세계적으로 유명한 일본인 스타 쉐프입니다. 일식의 퓨전화를 정착시킨 장본인이죠.) 스타일의 새로운 퓨전 회라면 가능할 수도 있지요.

[노부의 뉴 스타일 생선회](좌측)

흰 살 생선회를 거부한 손님에게 끝까지 자신의 요리를 먹이고 싶었던 노부가 개발한 요리입니다. 흰 살 생선회에 간장과 유자즙을 뿌린 다음, 먹기 직전에 뜨겁게 데운 뉴 스타일 오일을 부어 내는 방식의 새로운 회죠. 흰 살 생선회, 간장, 샹파뉴. 우마미의 향연이군요. 특히나 오일이 가미된 생선회라면, 적당한 산도와 신선미, 스파클링을 느낄 수 있는 샹파뉴가 어울릴 법도 합니다.

[우리도 회로 먹을 수 있소 ! 우리는 뉘와 함께 어울려야 하오?! (참치와 연어)]

물론입니다. 특히 참치 대뱃살이나 연어는 특유의 묵직함 때문에 웬만한 화이트 와인의 향과 풍미를 먹어버릴 위험이 있지요. 이럴 때는 차라리 눈을 돌려 가벼운 레드 와인을 매치시키는 것이 현명한 방법입니다.

& Beaujolais 보졸레

알고 계시죠? 보졸레 와인이라고 해서 모두 같은 보졸레는 아니라는 거요. 보졸레 와인에도 등급이 있어 총 3등급으로 나뉩니다. 보졸레 혹은 '보졸레 쉬뻬리외르 (Superieur : 쉬뻬리외르라고 해서 질이 월등히 낫다는 말이 아니라 알코올 성분이 약간 더 있다는 의미이므로 혼돈하지 마십시오)'가 있고 이보다 상급인 '보졸레 빌라지(Villages)', 그리고 가장 좋은 보졸레로서 10개의 지역에서만 생산되는 '보졸레 크뤼(Cru)'가 있습니다.
누가 있는지 한 번 볼까요?

St-Amour, Julienas, Chenas, Moulin-a-Vent, Fleurie, Chiroubles, Morgon, Regnie, Brouilly, Cote de Brouilly

이 10개의 보졸레 크뤼 와 참치 타르타르를 한 입! 으음~


[참치회 타르타르]

이 외에도, 루아르 지방의 쌍쎄르 레드 와인이나 꼬뜨 뒤 론의 가벼운 레드 와인도 많은 추천을 받고 있습니다.

슬슬 입이 고파오지 않나요 ? 지금까지 제가 예로 들어드린 것은 어디까지나 예일뿐입니다. 지금도 수많은 와인 애호가들은 생선회와 마셔본 수 없이 많은 와인을 리스트 업 시켜가고 있으니까요.

독일 - 타펠, 크발리테츠바인과 대부분의 카비네트
프랑스 - 투렌 지역의 소비뇽, 2~3년 숙성된 부르고뉴 화이트, 뮈스카데
이탈리아 - 소아베 클라시코, 피노 그리지오, 오르비에토
오스트레일리아 - 세미용, 쿤나와라 리슬링,
미국 캘리포니아 - 슈넹 블랑, 프렌치 콜롬바드

이상이 곳곳에 숨어있는 우리의 와인 친구들이 뽑은 생선회와 어울리는 와인입니다. 하나씩 시도해 보고 싶어서 몸과 마음과 입이 삼위일체로 근질거리시지 않나요 ? 여러분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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