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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광표

프라하에서 Mucha를 만나다.

제가 프라하에 갈 때만 해도, 뮈샤를 만나리라는 생각은
순간도 해 본적이 없었습니다. 그 때 저에게 프라하가 뜻하는 건, 밀란 쿤데라였거든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부르짖던 네 주인공을 만나보고 싶어 갔던 프라하에서 저를 반긴 건 뜻밖에도 뮈샤였습니다. 그것도 거창한 장소도 아닌 평범한 가게에 있는 평범한 광고 잡지 속에서였죠. 알퐁스 뮈샤 (Alphonse Mucha), 제가 그를 처음 알게 된 '역사적인' 순간이었습니다.


Alphonse Mucha (1860-1939)

[뮈샤를 처음 만나게 한 그림. 미국 담배 JOB 광고에 쓰인 그림이라고 해요.]

체코에서 태어나 많은 시간을 파리에서 보낸 뮈샤, 그는 화가이자 그래픽 아티스트였으며, 건축, 보석 디자인과 인테리어 장식, 조각에도 관심을 가진 타고난 예술가였습니다. 묘하게 일본 게이샤의 냄새가 나는 이 작품 [Job]도 사실은 그의 모국인 체코의 디자인과 파리의 스타일, 비잔틴과 켈트의 전통 장식, 그리고 그 당시 유럽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일본의 회화 우키요에 浮世え(에도江戶시대에 성행한 유녀(游女)나 연극을 다룬 풍속화) 화풍 모두의 영향을 받은 '뮈샤 스타일' 중 하나입니다. 이 '뮈샤 스타일'은 그 시대에 가장 널리 퍼진 회화 모티브로서, 한때는 아르 누보 스타일 전체와 동일시 되기도 했습니다.

뮈샤는 '예술은 가능한 많은 사람과 함께 나누어야 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입니다. 그래서 그는 포스터를 그리고, 장식 판넬을 만들었으며, 잡지 표지나, 삽화를 비롯해 달력에 그림을 그려넣는 등 예술가로서의 자존심보다는 공유하는 예술의 즐거움을 택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잠시 그가 그렸던 광고 작품들을 볼까요.

[Lefevre-Utile Biscuits
Champagne 비스켓 광고] [Choloat Masson 초콜렛 광고] [Cognac Bisquit]

[여명 Dawn] [황혼 Dusk]

뮈샤의 그림을 더 감상하고 싶으시면 이 곳으로.


http://www.mucha-museum.co.jp/index.html


http://www.ocaiw.com/mucha.htm

그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꿈을 꾸는 기분이 들어요. 몽롱한 기분에 취하는 느낌이요. 무엇보다도, 그 기분을 만끽할 수 있는 장소가 미술관이라는 공간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슈퍼에 가면 볼 수 있는 과자, 초콜렛, 기호 식품 담배.. 이런 일상도 포함된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죠. 삶이 즐겁잖아요.

그러고선 한참 동안 뮈샤를 잊고 살았답니다. 굳이 변명하자면, 꼭 그가 아니더라도 '삶을 즐겁게 해 주는' 예술가들은 많았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 '아~ 그래도 뮈샤구나!' 하고 감탄하는 일이 일어납니다.

& Mucha, 와인 병에 내리다.

때는 올해 6월, 장소는 German World 행사가 열리던 코엑스 전시관. 독일 와인 시음회 참가를 위해 그 곳에 들를 때까지만 해도, 독일 와인에 대한 고정 이미지가 있었음을 고백합니다. '독일 와인' 네 글자가 제게 주던 느낌은 정확함,올바름, 딱딱함, 묵직함, 고지식함, 강건함.. 등등으로 대변되는 '독일 사람' 의 이미지였거든요.

별도로 마련된 시음회에서 독일 와인에 대한 이런저런 설명을 듣고 편견이 많이 상쇄된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역시 독일스럽구나…'를 미처 떨쳐버리지 못하고 행사장 부쓰를 돌아보던 저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대로 멈춰 서 버린거죠. 저를 얼어붙게 했던 그 장본인, 아니 장본병(!)은 이들이었습니다.

'어?! 어?!' 싶으신 분들을 위해서, 원본을 여기 실어드립니다.


[Spring][Summer] [Autumn] [Winter]

와인병에 뮈샤가 있는 걸 보는 순간, 독일 와인 전체가 모두 아름답게 보이는 기현상이 벌어졌습니다. (제가 단순한 탓도 크긴 하지만요.^^) 안타까운 건, 뮈샤를 반가워 하느라고, 또 디카로 사진을 찍어놨다는 안도감에 레이블을 제대로 적어오지 못해서, 지금까지도 저 두 와인이 무엇인지 정확히 모른다는 거죠. 왼쪽은 Sylvaner Spatlese, 오른쪽은 Riesling Auslese인 것만 간신히 파악했구요, 독일 상공 회의소에 문의해 봤더니, 파란 병은 Weinkellerei Friz Windisch KG 일 거라고 하시네요. 와인 초보님들~ 명심 또 명심하셔야 할 것! 세상은 넓고 와인은 많으니, 디카 믿지 마시고, 꼬옥 연필로 종이에 적으세요. 기본 자세입니다. ^^ (두 와인의 정체를 아시는 분은 서로 정보를 공유하면 더 좋겠죠?) 자, 이제 별다른 설명 없어도 제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 다 아시겠지요. 오늘은 <독일 와인 알고 마시기> 입니다.

& 독일 와인 알고 마시기

독일은 프랑스에 비해 생산량은 적으나 주로 품질이 좋은 화이트 화인을 많이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부분의 포도 재배지가 북쪽에 위치한 관계로 적색 색소 생성이 곤란한 이유로 생산 와인의 약 85%가 화이트 와인이며 알코올 도수도 평균 7.5%~ 10%로 다른 나라의 와인보다 알코올 도수가 낮은 것이 특징이죠. 독일 와인의 생산량이 전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약3%에 불과하지만, 독일 와인의 역사는 프랑스와 같이 Rome인의 정복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그 후 기독교가 유입되면서 포도 재배 면적이 확장되어, 한 때는 현재보다 더 넓은 포도 경작지를 갖고 있기도 했었으나, 1618년 30년 전쟁을 거치면서 국토가 황폐해져 거의 전멸상태에 이르게 됩니다. 이시기에 북부 독일, 동부 독일, 바바리아 지방은 와인재배를 단념하게 되었으나, 18세기 이후 라인가우나 요하네스버그를 중심으로 생산기술의 향상에 심혈을 기울인 결과, 오늘 날 독일 와인의 지위를 얻게 됩니다.

그렇다면, 독일 와인의 등급은 어떻게 나뉠까요?

1. 독일 와인 등급 분류

독일 와인은 프랑스 와인과 달리 수확기의 당도를 기준으로 3개 등급으로 분류합니다.

Deutscher Tafelwein (도이쳐 타펠바인)
생상지역은 대개 4개 Region(지역)으로 구분되며 주로 그 지역에서 소비 됩니다. 값이 싼 일상 식탁용 와인으로 프랑스로 치면 Vin de Table (뱅 드 따블) 정도 됩니다

Deutscher Landwein (도이쳐 란트바인)
Tafelwein보다 포도의 숙성도가 높으며 약간 드라이한 와인입니다. 17개의 Landwein지역에서 생산되며 그 지역의 이름을 사용한다.

Q.b.A(Qualitatswein bestimmter Anbaugebiete)
(크발리타츠바인 베슈팀터 안바우거비터)
지방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당도 약 15 도 이상의 포도로 제조됩니다. 이 와인은 현재13개로 지정된 와인 산지(동부의 2개 포함) 에서 생산되며 각 지역에서 생산된 포도만으로 제조되기 때문에 개성이 명확히 나타납니다. 정부 공식 기관의 검사에 합격한 제품만이 판매되기 때문에 라벨에는 그 합격 번호인 AP.Nr가 명시되죠. 전체적으로 34개 Bereich(재배지구), 약 150개의 Grosslage(포도밭의 집합) 내지 2,500개 이상의 Einzellage(단일 포도밭)등 4개로 분류 됩니다.

Q.m.P(Qualitatswein mit Pradikat) (크발리타츠바인 미트 프라디카트)
역시 지역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당도가 17.5도 이상으로 높고, 법적으로 당분 첨가가 일절 금지되어 있으며 재배지구내의 포도에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개성이 Q.b.A보다 명확 합니다. Q.m.P중에서도 당분 함유량에 따라 전통적으로 6 단계의 등급으로 나뉘어 지는데 이러한 등급은 또한 가격의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 Q.m.P 6 등급

Kabinett(까비넷)
Spatlese(스페트레제)
Auslese(아우스레제)
Beerenauslese(비엘렌아우스레제)
Eiswein(아이스바인)
Trockenbeerenauslese(트로켄비엘엔아우스레제)

'아.. 그런 거였군요.. 그런데요, 이 정도 상식을 알아도 레이블을 못 읽으면 만사 꽝이잖아요' 싶으신 우리 와인 새내기 분들을 위해 와인 레이블 읽기도 알아볼까요 ?

& 독일 와인 레이블 읽기

1. 사자상
2. 1794년에 설립되었음을 의미
3. 회사 Logo
4. 다인하르트 리슬링 드라이 : 리슬링 포도를 원료로 한 드라이한 와인
5. 포도수확년도: 1990년
6. 등급표시: Q.b.A Wine(Qualiatswein bestimmter Anbadgebiete)
7. A. P. NO.: 공적검사 인가 번호
8. 독일 라인모젤지역 코볼렌쯔에 위치한 다인하트사에서 병입
9. 지정재배 지역명: 라인 헤센

어떠세요, 아주 조금은 독일 와인이 어떤 시스템으로 돌아가고 있는지 감이 잡히셨나요? 머리 아프신 건 아니죠? 지금까지 따라오기 조금 벅차셨다 싶으시면, 여기서 멈추시고요, 언제나처럼 나가셔서 간단한 독일 와인 한 병을 사세요. 그리고는 뮈샤부터 다시 시작하는거에요. 머리도 마음도 싹~ 비우구요, 그림 보고 한 모금, 독일 화이트 와인의 향을 가득히 느끼고 또 한 모금.

그래서 마음이 뿌듯함으로 가득 차오르시거든, 그 기세를 몰아 조금 더 공부하는거에요. 아셨죠?

여러분, 오늘도 행복하게 와인 드세요~!

p.s. 여러분을 위한 보너쓰 - 뮈샤가 그린 Moet et Chandon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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