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ngo! Gotan Project! 1
1913년에 이미 지하철이 다녔던 곳. 1930년대 이미 대학까지 의무교육을 실시하면서 '남미의 파리'라고 불렸던 수도가 있던 나라. 현재보다 과거가 화려했던 그 곳에는 "땅~고! "가 있습니다.
어느 날 오후, 파리에 살고 있는 한 아르헨티나 남자는 이런 생각을 합니다. "세상에 탱고를 들려주어야겠다. 그러나 나의 탱고는 새로울 것이다. 매여있지 않은 음악, 뒤집어서 생각할 수 있는 자유. 내 탱고 계획을 실현할 이 그룹의 이름은 그래서 GOTAN (TANGO를 뒤집었죠.) PROJECT 다!"
이후 불과 2년 남짓 지난 2001년, GOTAN PROJECT 는 일렉트로닉 탱고 라는 색다른 장르로 유럽을 장악합니다. 1880년대 유럽 이민자들이 만들었던 도시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이렇게 2001년 다시 유럽으로 역수입 된 거죠.
지난 달, 아직까지 서울에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그룹 "고탄 프로젝트"를 그 '비유명세 덕분에' 굉장히 가까이서 보게 되는 행운을 갖게 됐습니다. 그들의 모습은 이랬습니다.
공연 중반까지 무대 앞면에는 무대 전체를 덮는 얇은 명주 천이 덮여 있었는데요, 그 위에서는 한 여자와 한 남자가 번갈아 탱고를 추는 모습이 비쳐졌습니다. 남자가 탱고로 이야기를 걸고, 또 여자가 탱고로 답하고.. 그건 두 사람이 몸으로 나누는 대화였습니다.
그 자리에 있던 내가 꼭 그 둘의 대화를 엿보고 있었던 기분이었거든요.
뿐인가요, 끊어질 듯 흐느끼던 바이올린 음은 묘하게 듣는 사람의 신경을 긁는 듯 하면서도, 또 어찌나 애절하게 호소를 하던지요. 절망적인 고음의 현이 다시 묵직한 저음으로 바뀌며 읊조리던 때의 안타까움을 어떻게 글로 다 표현할까요.. 그 위로 묘하게 어울리며 덮여오던 전자음은 어떻구요..
그래서인지 제가 그 날 느낀 땅고 (아르헨티나 아저씨들 GOTAN 이 이렇게 발음하더라구요. 그거 아주 묘하게 매력적이던 걸요? 땅~고!)는 아주 쓴 춤이자 저미는 음악이었습니다. 실제로도 땅고는 이렇게 탄생했대요..
[19세기 말에서 제1차 세계대전까지 유럽으로부터 엄청난 수의 이민자들이 탱고의 고향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몰려들었다. 이 당시 4명 중 3명은 유럽에서 온 이민과 그 자손이었다 한다. 즉 유럽에서 그대로 옮겨온 도시였던 것이다.
보카는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동남쪽에 위치한 지저분한 항구를 이르는 말이다. 보카는 부두와 공업지구에 접해 있고, 주로 이탈리아 남부 지방에서 이민 온 저소득층 이탈리아 계 주민들이 모여 사는 곳이어서 오랜 세월의 퇴적이 한 눈에 보인다. 갖가지 색으로 화려하게 칠한 퇴색한 낡은 목조 가옥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으며 카바레·바·레스토랑·카페에는 보헤미안풍의 항만 노동자와 도살장의 백정들, 뱃사람들, 밀수꾼과 여인들이 법석 거리고, 그러기에 이곳에는 쪼들린 삶과 그에 지친 인간들의 권태감과 고독감이 넘쳐 흐른다.]
네에~ 그렇습니다. 이렇게 멋진 가(歌)와 무(舞)를 듣고 보았는데, "음주(飮酒)"가 빠질 순 없지 않겠어요? ^^
그래서 오늘은 아르헨티나 와인을 마셔볼까 합니다. 참 다행스러운 건요, 저 보카의 이민자들이, 아르헨티나에 땅고만 만들어낸 게 아니라, 포도들도 갖고 들어왔다는 사실입니다. 저희들이야말로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는' 일이죠!
자~ 아르헨티나로 출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