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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광표

세계에는 와인과 관련한 행사들이 많이 있습니다. 고대의 와인관련 행사들이 종교적인 축제의 성향이 강했다면 근래의 와인 행사들은 와인을 홍보하기 위한 와인 마케팅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경향이 큰 것 같습니다.

세계적인 와인 행사들이 많이 있지만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와인 페스티발은 단연코 프랑스의 빈 엑스포(Vinexpo)가 아닐까 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와인 페스티발의 하나로 포도주의 명산지인 프랑스 보르도에서 2년에 한번씩 개최되는 빈 엑스포는 세계 포도주 산업의 흐름을 한눈에 파악하고 미래를 점칠 수 있는 중요한 와인 비지니스의 장으로 유명합니다. 와인애호가라면 누구든 한번쯤은 빈 엑스포와 같은 와인 행사에 참가해보고 싶어할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 빈 엑스포와 같은 와인 행사는 요원하기만 한 걸까요? 비록 와인 문화의 역사는 매우 짧긴 하지만 그에 비해 최근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우리의 와인산업을 볼 때 와인과 관련한 빅(big) 행사가 하나쯤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닐 듯싶습니다. 그렇습니다.

프랑스에 빈 엑스포가 있다면, 우리에겐 '서울 와인엑스포'가 있습니다!

* 우리에겐 '서울 와인 엑스포'가 있다!

'대~한민국 짝짝짝 짝짝' 붉은 악마들의 우렁찬 응원의 함성이 전국을 강타하던 지난해, 독일과의 4강전이 있던 2002년 6월 22일 저는 '2002 세계와인페스티발' 의 현장 속에 있었습니다.

거기서 뭐했냐 구요? 님도 보고 뽕도 따고.. 와인도 마시고 응원도 하고~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그날의 감흥이 아직도 생생한 듯 합니다. '2002 세계와인페스티발' 은 세계 각국의 수준 높은 와인을 국내에 소개하고, 생산자와 국내수입상에겐 교역의 장을 제공하였다는 점에서 국내 와인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지난해 이어 올해도 경향신문과 베스트와인 주최 하에 한국 와인 문화의 새로운 비전을 소개하는 `2003 서울 와인 엑스포'가 3월 27-28일 양일간 힐튼호텔 컨벤션센터에서 열려 대성황을 이루었습니다. 작년에 비해 훨씬 풍성하고 유익한 이벤트를 통해 우리 와인 애호가들은 전세계 다양한 양질의 와인을 한자리에서 접할 수 있었던 명실공히 와인 엑스포의 현장임을 확인하였습니다.

그날 참석하지 못한 분들을 위해 제가 이곳 저곳을 좀 안내해 드릴 테니 따라오세요~

* '2003 서울와인엑스포' 현장 이모저모

각국 대사와 저명 인사들의 테잎커팅을 시작으로 '2003서울와인엑스포'가 개막되고 주최측에서 제공한 와인잔을 들고 어디를 어떻게 시작해야 좋을 지 몰라 한참을 망설이고 있다가 우선 객장을 한번 둘러본 후 순서를 정하기로 하였습니다.

40여 개 업체의 100여 부스에는 미국, 프랑스. 이태리, 뉴질랜드, 호주, 칠레, 남아공 등 15개국 3000여 가지의 와인이 마련되어 있다고는 하나 그 모든 것을 한번에 시음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습니까. 한 바퀴를 돌고 나니 참 신기한 것들이 많았습니다.

주최측 및 각 부스에서 마련한 각종 시음과 이벤트는 양적, 질적인 면에서 지난해보다 훨씬 다양하고 풍성해진 것 같고요, 그 외 와인과 관련한 각종 액세서리, 글라스, 와인셀러, 국내외 와인 서적, 레이블 등이 전시되어 그야말로 와인엑스포의 현장임을 실감케 하였습니다. 관람객들로부터 가장 큰 호평을 받은 것 중에 하나가 와인세미나였습니다. 이틀간 총 6회에 걸쳐 진행된 와인 세미나는 매회 전 좌석을 메우는 등 기대 이상의 높은 관심을 끌었답니다.

우선 이번 행사에는 평소 쉽게 접해 볼 수 있는 프랑스, 이태리, 미국 와인 이외에 다양한 국가의 와인을 접해 볼 수 있었다는 게 좋았습니다. 특히 알제리, 모로코, 튀니지 등의 와인들은 평소 쉽게 시음할 수 없던 것으로 와인 애호가들에겐 매우 색다른 경험이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남아공의 경우엔 다양한 와인을 선보인 것은 물론이요 자국의 관광 여행 상품까지 준비하여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모습이 이채로웠습니다.

국내 한 와인 수입업체에서는 향 샘플 체험관과 상한 와인 체험관을 두어 와인에서 맡을 수 있는 여러 향들을 직접 눈과 코를 통해 느낄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또한 다양한 상품을 걸고 와인퀴즈와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개최하는 등 실용적이면서도 재미있는 이벤트를 마련하여 눈길을 끌었습니다.

작년에는 세계 와인 생산 현장의 다양한 모습들을 촬영한 디디에 장띠옴의 작품들이 전시되었는데 올해는 베스트와인의 이석기 고문이 소장하고 있는 와인레이블 4백여 점이 전시되어 와인엑스포의 또 다른 별미를 제공하였습니다.

국내는 물론이요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레이블들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해준 이석기고문은 와인을 이해하고 와인의 지식을 쌓는 데는 레이블 콜렉션이 필수라고 전합니다.

행사장 한 켠에 마련된 조그만 부스.. 그냥 지나칠뻔했다가 '8.15와인 독립만세'란 플래카드가 눈에 띄어 잠시 발길을 멈춘 곳은 재미교포 Ken Kim의 와인을 만날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안성에 와인 양조 시설을 갖추고 국제 수준의 와인을 양조하고자 불철주야 애쓰시는 우리의 주인공 Ken Kim, 파이팅~~, 815와인 파이팅!

와인 이외에 요즘 뜨거운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와인셀라! 와인 보관의 최상의 조건인 무진동, 항습, 항온 기능으로 와인애호가라면 한번쯤 소장을 꿈꾸고 있는 와인관련 최고의 아이템으로 이번 행사에도 많은 이들의 이목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혹시 'My Cellar'라는 와인숙성기를 듣거나 보신적이 있으세요? 와인 한 병이 들어가도록 제작된 와인랙에 이상적인 습도를 유지해주는 분말을 넣은 후 와인을 보관 및 숙성시키는 것입니다. 한참을 신기해 하면서 제품 구경을 하였습니다. 고가의 와인셀라가 부담스러운 분들에게 대안 책으로 권해 드리고 싶네요. 그 외 와인시계 등 그 동안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다양한 와인 액세서리들이 많이 전시가 되어 아주 재미있었습니다.

햄, 제과 등도 참여하여 시음하는 와인과 곁들여 먹는 재미도 만만치 않았는데요, 역시나 올해도 햄코너 부근은 인산인해를 이루어 한참 동안 줄을 서야 했습니다. 그러나 기다린 보람도 뿌듯하게 쫄깃하고 고소한 햄들은 시음하는 와인들의 안주로 그 역할을 다 하고 있었으니.. 대만족이었습니다.

이밖에 이틀간 총 여섯번의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보르도의 와인등급 분류, 이태리 와인의 세계, 스페인 와인의 이해 등이었는데, 그 중 특히 미국농업무역관 주최로 열린 캘리포니아 와인 세미나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미국 나파밸리에 위치한 Merryvale Vineyards의 와인메이커로 있는 Mr. Peter K.Huwiler가 직접 강사로 나와 캘리포니아의 포도재배 및 와인생산 그리고 와인산업의 특징과 최근 동향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해주어 뉴월드 와인비지니스의 메커니즘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답니다.

그리고 지난 해 이어 올해도 서울옥션 주관하의 와인경매가 있었습니다. 와인옥션을 통해 좋은 와인을 저렴한 값에 구입하는 것도 와인이 주는 또 하나의 재미가 아닐까 싶은데, 이번 기회를 통해 앞으로 와인경매가 더욱 활성화 될 것으로 전망하고 계시더군요. 이 외에도 일반인이 참여하는 블라인드 테이스팅, 행운권 추첨 등 다양한 이벤트와 경품은 만원의 입장료가 전혀 아깝지 않았답니다.

* '서울 와인엑스포', 세계문화교류의 장으로

자.. 저를 따라 다니시면서 와인의 향기에 흠뻑 취하셨나요? 비록 아직 부족한 점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 아쉬움은 후년에 더 나은 행사를 위한 여지로 남겨두고 싶습니다.

이번 행사를 계기로 더욱 성숙된 한국의 와인문화를 기대해보며 앞으로 연례 행사로 열리게 될 '서울와인엑스포'가 세계각국의 와인과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세계문화교류의 장으로써의 역할을 톡톡히 하면서 실질적인 와인교역 또한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비즈니스의 장이 될 수 있는, 한국을 대표하는 국제 와인 엑스포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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