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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광표

『 사랑의 묘약, 초콜릿 』

영화 'Chocolate'에서 사랑의 전도사로 등장하는 '비안느'. 보수적이고 조용하기만 한 마을에서 그녀가 사랑을 전파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초콜릿'이란 매개체를 통해서 입니다. 금욕과 위선, 그리고 편견으로 가득했던 마을 사람들은 비안느가 만드는 초콜릿을 맛보면서 화해를 청하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사랑과 정열에 빠져들기 시작하죠.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이 달콤쌉싸름한 초콜릿은 영화 속에서 뿐만 아니라 우리 실생활에서도 '사랑의 묘약'으로 통해 오고 있습니다.

달콤한 부드러움이 입안을 점령하는 순간 사람들은 긴장을 풀고 유순해지기 시작합니다. 일단 그 유혹에 빠지면 헤어 나오기 또한 쉽지 않습니다. 초콜릿의 어떠한 마력 때문에 사람들은 그 검은 유혹에 빠져 들 수 밖에 없는 것일까요?

초콜릿의 원료, 카카오빈의 원산 지는 남아메리카의 아마존강 유역과 베네수엘라의 오리노코강 유역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콜롬부스 원정 때 처음 유럽에 반입되기 시작한 카카오 빈은 당시 중앙아메리카에서는 '갈색금'으로 불리 우면서 화폐의 수단으로 통용될 만큼 귀중한 것이었다고 하는데, 그건 바로 피로회복제, 강장영양제로서의 뛰어난 효용가치를 인정 받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초콜릿 속의 '카페인'은 지친 심신에 활력과 에너지를 제공하고 초콜릿의 '페닐에틸아민'이라는 성분은 사람이 사랑에 빠졌을 때 뇌가 분비하는 화학물질과 동일하여 몸의 에너지 수위를 높이고 심장 박동을 높여서 살짝 꿈꾸는 듯한 행복감을 준다고 합니다.

게다가 우리의 눈을 현란하게 하는 초콜릿의 각가지 데코레이션은 카카오빈의 마약과 같은 성분이 아니더라도 우리를 유혹하기에 충분합니다. 최근 레스토랑 디저트 메뉴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부드럽고 환상적인 초콜릿 디저트들.. 생각만으로도 입안 가득 침이 고이는 것 같지 않으세요?

『 초콜릿이 와인을 만나다 』

초콜릿이 와인과 유사한 점이 많다는 사실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까요? 포도와 마찬가지로 전혀 다른 성질의 카카오빈은 전혀 다른 맛을 갖는다고 합니다. 포도처럼 도 떼루아르의 영향을 받으며 어떤 초콜릿들은 싱글 에스테이트에서 오기도하고 또 어떤 것들은 블랜딩되기도 한다고 하니 참 신기하고도 재미있는 사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감각파 음식, 초콜릿과 와인. 그렇다면 이 두 가지를 한데 묶어 놓았을 때 이 들의 궁합은 어떠할까요? 우리가 일반적으로 와인과 음식을 매치 시킬 때 부르고뉴 레드와인과는 사냥감 고기요리를, 샤블리와는 굴요리를 짝지어 놓는 반면 초콜릿은 와인과 쌍을 이루기에 비교적 어려운 아이템으로 생각합니다. 초콜릿의 독특한 향과 맛이 일단 입과 코를 뒤 덥게 되면 그 아무리 최고의 그레이트 와인이라 한들 그만 초콜릿의 강한 기에 눌려 버리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정말로 초콜릿과 환상적인 조합을 이룰만한 와인은 없는 것일까요? 그렇다면 꿩대신 닭이라고 와인을 포기하고 대신 커피로만 초콜릿 디저트와 짝을 맞추어야 할까요? 천만에 말씀!! 초콜릿과 가장 잘 어울리는 와인들을 찾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고 전문가들은 전합니다.

그건 초콜릿 디저트보다 더 스위트한 와인을 찾으면 되는 것입니다. 뛰어난 스위트 와인과 함께 훌륭한 초콜릿 디저트를 일단 시식해보면 그 어느 때보다도 초콜릿 디저트의 맛을 살려주는 와인과의 절묘한 조화에 탄복해 마지 않을 거라고 합니다.

이 시점에서 다시 한번 침이 꼴깍~

『 디저트 와인을 아시나요? 』

초콜릿이 코스 요리에서 피날레를 장식하는 디저트 코스에 자리하고 있는 만큼 이와 같은 선상에 있는 스위트한 디저트 와인들을 떠올리는 건 어쩜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디저트 와인들은 일반 와인에 비해 그 풍미가 매우 독특하고 매혹적이긴 하지만 보통은 마실 기회가 매우 드물어 자주 간과되기 쉽상 입니다. 또한 가격도 비싼 편이 구요.

가격이 비싼 이유는 이 와인들이 만들어지는 독특한 생산 기술과 황홀한 맛에서 오는 특별함 때문일 것입니다. 양조하기에 매우 어려운 와인이지만 일단 성공을 거두게 되면 각종 와인잡지의 전문가들로부터 최고의 점수를 독차지하는 게 바로 이 스위트 와인이랍니다.

일반적으로 디저트 코스에 많이 이용되는 스위트와인들에는 보르도의 Sautern, 헝가리의 Tokay, 독일의 Beerenauslesen 나 Trockenbeerenauslesen 또는 Ice wine 그리고 이태리의 Recioto della Valpolicella, 포르투갈의 Port, Madeira나 스페인의 Sherry 등이 있습니다.

이 중 프랑스의 Sauternes, 독일의 Beerenauslesen 나 Trockenbeerenauslesen 급 와인, 헝가리의 Tokay는 모두 Botrytis cinerea 라는 곰팡이의 귀부현상 덕에 당도가 높아진 포도로 만든 천연 스위트 와인들입니다. 이태리의 Recioto della Valpolicella 나 Vin santo는 포도를 수확 후 건조 시키는 방법으로 당도를 높여 유사한 효과를 얻은 경우이며, 독일이나 캐나다의 Ice wine은 얼은 포도를 수확하여 압착함으로써 높은 당도의 주스로 만든 스위트 와인입니다.

천연 스위트 와인을 만드는 데는 고도의 노동력과 기술, 시간, 그리고 많은 위험 부담을 요합니다. 그리고 그에 비해 생산되는 양은 극히 미약하기 때문에 와인가격은 비쌀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천연스위트 와인과는 달리 포르투갈의 Port, Madeira나 스페인의 Sherry 등은 발효 과정에서 브랜디 같은 고알코올을 첨가하여 잔당을 확보함으로써 스위트 와인을 만드는 경우입니다.

적절한 타이밍과 첨가되는 알코올 농도에 따라 강화와인의 최종 당도가 결정되는데, 프랑스의 Vin doux naturel은 발효초반에 Port는 발효중간에 Sherry는 발효 후에 알코올을 첨가하게 됩니다.

이렇듯 스위트 와인에도 다양한 스타일이 있으며 이 와인들과 진하고 깊은 초콜릿의 만남은 예외 없이 환상적인 맛이라는 성공적인 결과를 낳게 됩니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특히 헝가리의 Tokay나 솔레라 시스템을 거치는 스페인의 Sherry가 더더욱 초콜릿 디저트와 잘 어울린다고 합니다. Sherry의 경우 솔레라 시스템을 거치면서 발전된 특유의 커피 및 견과류의 향과 맛, 복합미가 초콜릿의 달콤쌉싸름함과 유난히 잘 어울리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초콜릿이 와인을 만남으로 해서 어떤 변신을 꾀하는지 정말 궁금해지는군요. 여러분도 이번 발렌타인데이에 받은 초콜릿을 더욱 의미 있게 먹고 싶다면 당장 디저트 와인을 한 병 구입해서 함께 맛 보는 건 어떠세요? 발렌타인데이의 행복했던 순간의 finish가 오래 오래 입안에 머물 수 있도록 말이에요.[_마침표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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