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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광표

와인을 접하면서 가장 문제가 되는 점 중 하나는 와인의 이름에 관한 것일 겁니다. 제가 그랬거든요. 와인을 고를 때도 가장 먼저 보는 것이 이름이고 와인을 하나 사려고 해도 알아야 하는 것이 바로 이 이름!!

특정 와인이 좋다는 소리를 듣고 갔어도 "이거 주세요"하면 "아 저거요." 하고 다른 이름을 데거나, "잘 모르겠는데요. 저희 샵에는 없는 와인인거 같은데 다른 이것으 은 어때세요?" 하는 경우가 종종 있으니, 같은 돈을 주고 사는 데도 혹시 전혀 다른 것인데 사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일 때도 생기는 것도 여러 번.

다른 비슷한 것으로 사려고 해도 와인의 이름만으로는 비슷한 건지 알 수 없고. 게다가 레이블에 사용되는 언어가 각 생산국가 마다 다르고 레이블에 쓰이는 여러 이름들 중 어떤 것이 와인의 이름인지 알쏭달쏭한 경우도 많구요.

게다가 판매를 하시는 분들이 때에 따라서는 와인의 이름을 줄여서도 부르고 하니 내가 사려고 갔던 와인이 저 분이 내어 주는 와인이 맞는지도 모르겠는 경우도 있겠구요. 또, 발음까지 어려우니, "아! 와인 마시기 정말 어렵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그러나 이 복잡하고 어려운 이름에 원칙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각 생산지에서 사용하고 있는 작명법을 익히면 와인 마시기 어렵다는 생각이 싸악~ 가실 겁니다.

와인 명은 와인 생산지역이나 국가가 정하는 법칙을 따릅니다. 어떤 곳에서는 지역 명을 사용하고, 어떤 곳에서는 포도 품종의 이름을 와인 명으로 쓰기도 합니다. 때에 따라서는 이 둘을 혼합하여 쓰기도 하고 아니면 전혀 다르게 소비자들의 호기심이나 소비 심리를 자극할 수 있는 멋스러운 이름을 쓰기도 합니다.

자, 그럼 신흥 와인 생산지를 시작으로 와인의 운명이 결정될 수도 있는 이름이 결정되는 방법을 알아볼까요?

* 와인 이름 알기 첫번째 산- New World Wine

1. 성도 몰라요~ 이름도 몰라요~

미국과 대부분의 신흥 와인 생산국에서는 각 와인의 레이블에 명시할 수 있는 포도 품종의 퍼센트를 법으로 규정해 놓고 이처럼 명시된 포도 품종 명을

와인의 이름으로 사용합니다. 그래서 와인의 레이블에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이라고 쓰여져 있음 그게 그 와인의 이름이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와 같이 포도 품종만 명시된 경우는 아버지도 모르고 고향도 모르고 생년월일도 모르는 거의 무명에 가까운 포도주 "A"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자신을 "나는 박家요~" 하고 소개하거나 " 나는 강원도 무주 사람이요." 하고 소개하여 알리려고 하기 보다는 그냥 군중 속에 묻혀 있고 싶은 사람과 같은 와인이 될 겁니다. 왜냐구요? 연간 미국에서만 생산되는 까베르네 소비뇽 품종이 38만 톤에 이르니까(자료. 캘리포니아 와인 협회),

그냥 "까베르네 소비뇽" 이라고 불리는 이 와인은 이 세상에서 가장 흔한 이름을 가진 사람에 비교할 수 있겠죠. (가장 흔한 이름을 가진 사람 중에서 가장 훌륭한 일을 해내는 분들도 있고 와인에서도 마찬가지니까, '물'로 보시지는 마세요. ^^)

하지만 와인 생산자들을 자신들이 공들여 만든 와인이 그냥 슈퍼나 와인샵 선반에서 먼지만 싸이면서 묻혀 버리는 것을 원치 않겠죠? 그래서 별도의 구분을 해주는 이름을 더 붙이죠. 사람에 비교하면, 1975년에 영동에서 태어난 김소비양! 생년월일은 포도주에서는 빈티지, 출생지는 생산지역 그리고 성은 생산자명!!

2. 실전 연습!

그리고 출생년도(빈티지)는 1997. 어디 출신이냐구요?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네요. 작은 글씨로 "Napa Valley" 라고 쓰인 것 보이시죠? ^^ V

그럼, 이 와인도 어렵게 이름을 알아보실 수 있겠죠? (글씨가 조금 작지만)

화이트 포도 품종인 "샤도네이"가 이름이고 성(생산회사명)이 Turning Leaf.. 그리고 출생지는 "캘리포니아". 빈티지는 왼쪽 코너에 빨간 글씨로 나와있군요!

이처럼 와인 레이블을 하나하나 해독해 낼 수 있다면 그 와인의 이름을 물론 다른 정보까지 한꺼번에 알아낼 수 있습니다.

와인명을 알고 간 경우나 와인 샵에서 직접 진열된 와인을 보면서 고르는 경우 모두 쉽게 원하시는 와인을 구매하실 수 있겠죠?

3. 이름 판독! 레벨 업(Level Up)!!

* 브랜드 이미지

옷을 살 때나 자동차를 살 때 브랜드를 보고 사는 경우가 많죠? 브랜드를 보고 산다는 것을 그 브랜드로 생산되는 제품들의 수준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있다는 의미이고 생산자는 특정 브랜드 이미지를 통해서 소비자들의 구매를 촉진 시키려고 합니다. 와인에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한 생산회사에서 다양한 브랜드의 와인을 시장에 내놓는 경우가 많고 이때 각각의 브랜드는 다양한 스타일과 가격대를 나타내게 됩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와인 이름은 분명이 "로버트 몬다비社의 까베르네 소비뇽 2000"이지만, 브랜드까지 꼼꼼히 챙겨서 기억하시지 않으면 전혀 다른 와인을 사게 될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로버트 몬다비社는 십여개를 다른 브랜드 명으로 와인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죠.

캘리포니아의 불특정 지역에서 재배한 포도로 만든 와인은 "샤도네이 2000"이라면, 캘리포니아의 세부 지역 중에 하나인 해안 지역 즉, Coastal 지역에서 생산된 것은 "Coastal 샤도네이 2000" 이구요. 이것은 또 다시 브랜드에 따라 "Woodbridge Coastal 샤도네이 2000" 이 될 때도 있습니다.

로버트 몬다비社처럼 수많은 와인 생산자들이 한 국가나 지역 안에서 여러 다른 포도원을 같기도 하고 때에 따라서는 전 세계에 와이너리를 만들고 있는 요즘 이들은 같은 포도 품종을 쓴다고 해도 별도의 브랜드를 추가해서 구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와인명을 기억하실 때는 브랜드 명도 같이 기억해 주세요!!

너무 복잡하다구요? 그래도 이쯤에서 포기해서는 안되죠. 같은 돈을 들이고서 생각했던 품질보다 떨어지는 와인을 사게 되면 안되잖아요? 솔직히 이런 혼동스러운 이름이 소비자들로 하여금 싼 와인을 비싸게 하는 방법이 될 수도 있거든요.

* 특별 관리 포도원 이름까지!!

최근 들어 슈퍼에서 살 수 있는 다양한 물건들에 생산자의 이름이 쓰여있는 거 보셨죠? 물건의 품질에 대한 보장을 한다는 의미로 명시하는 이름은 와인에 있어서도 비슷하게 사용됩니다. 특정 지역의 포도밭이 특별히 더 좋은 경우, 또는 그 포도원을 특별 관리하는 경우 (즉, 포도 송이의 개수를 조절하거나 유기농법으로 재배한다든지, 그 지역의 토양이나 연간 일조량이 다른 인근지역과 차별되는 경우) 그 포도원의 이름까지도 명시하여 소비자들에게 와인의 높은 품질을 알립니다. 따라서 이러한 이름이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는 품질의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죠.

예를 들어드릴까요?

하잇츠 와인 셀라(Heitz Wine Cellars)에서는 같은 까베르네 소비뇽으로 와인을 만들지만, 포도가 재배된 곳에 따라 다르게 부르고 있습니다.

그냥 Cabernet Sauvignon Napa Valley가 있고, Cabernet Sauvignon "Bella Oaks Vineyard" , Cabernet Sauvignon "Trailside Vineyard" 그리고 Cabernet Sauvignon "Martha's Vineyard"가 있습니다.

세부 포도원이 명시된 경우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나파 밸리 안에서 위치한 작은 포도원의 이름이며 각각의 와인들은 이름이 다른 만큼 서로 구별되는 맛과 스타일이 있습니다.

이름에 모두 "하잇츠 셀라 까베르네 소비뇽"이라고 되 있지만, 이 와인들은 전부 다른 와인들이고, 맛, 향 그리고 가격에 있어서 미묘한(때로는 엄청난) 차이를 갖습니다.

그래서 그냥 "하잇츠의 까베르네 소비뇽을 주세요." 하시면 안되겠죠? 가격은 "하잇츠 까베르네 소비뇽 Martha's Vineyards" 가격을 지불하시면서 말이죠.

자, 그럼 이쯤에서 신세계 와인 한병 사 마셔 보러 나가볼까요? 다음 달에는 유럽 등에서 사용하고 있는 와인 작명법에 대해서 얘기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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