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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광표

{ 빈엑스포와 세계 와인 페스티발 2002 }

* 아시아를 매료시킨 와인의 향기

한국과 일본에 있어서 2002년 6월은 월드컵의 달이기도 했지만, 아주 중요한 와인 행사가 열리는 달이었습니다. 동경에서는 6월 4일부터 6일까지 Vinexpo Asia-Paicific이 열렸으며, 서울에서는 2002 세계 와인 페스티발이 열렸습니다.

양치기 소년과 저는 빈엑스포에 대한 사전 준비에도 불구하고 강한 애국심을 불태우면서(^^) 서울에 남아 세계 와인 페스티발에 대신 참석했습니다. 행사에 관한 기사들과 후기를 보셔서 아시겠지만, 한국에서의 행사도 처음 열린 행사로서는 상당히 큰 규모였습니다.

100여개의 부스와 5천명이 넘는 참석자. 50여개의 참여업체와 다양한 와인 관련 이벤트들. 자세한 내용은 세계 와인 페스티발 공식 사이트 http://www.worldwinefestival.co.kr 를 통해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일본 동경 Asia-Pacific Vinexpo 결과가 가지는 의미

한국의 와인 시장은 일본에서 열린 행사 결과와 비교해 보면 아직 많은 성장의 여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3일간 진행된 동경 행사에는 26개 국가의 700개 업체가 참석하였으며, 방문객은 전부 와인 업계 종사자들로 그 수는 예상했던 1만2천명선을 넘어선 12,542명이었다는 사실!! 그리고 이중 10%가 외국인이었답니다.

한국을 비롯하여, 대만, 홍콩, 싱가폴과 중국 그리고 러시아에서 와인에 관련된 사업 기획을 위해서, 더 좋은 와인을 선정하기 위해서, 그리고 와인에 대한 보다 전문적인 지식을 얻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몰려왔습니다.

이 행사에 처음 참석한 8명의 러시아 전문 호텔리에들만 보아도 전세계가 와인에 대해 보이는 관심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추세 가운데서 아직 일본 와인 소비의 10분의 1밖에 되지 않는 한국은 외국 와인 업체들이 눈 여겨 보는 시장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리고 유럽이나 미주 지역이 아니라 아시아 지역에서도 이와 같은 규모의 행사가 기획 될 수 있고, 그리고 호응을 얻을 수 있다는 데서 와인이 갖는 매력이 무엇인지 호기심을 불러 일으킵니다. 무엇인가가 세계인들로 하여금 와인 박람회로 발길을 돌리게 하고 있고 다른 양주로 향하던 관심을 와인으로 돌리게 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와 같은 현상은 한국에서도 마찬가지가 될 것 같습니다.

해외 관람객을 제외한 순수 일본인 관람객, 그것도 와인 업계 종사자(유통, 생산, 미디어, 수입상 등등)들의 수가 1만1명이 넘는다는 사실에서 이들이 얼마나 더 많은 일반 소비자들을 상대로 하고 있으며, 무엇인가가 끊임없이 수익을 창출하고 소비자들의 입맛과 취향으로 사로 잡을 수 있게 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 와인이 갖는 특별함을 이해하자.

과연 그 특별한 것이 무엇일까요?

와인은 영감을 불러 일으키는 신들의 음료라고 말들을 합니다. 때에 따라서는 음악이 되기도 하도 화가의 물감이 되기도 하는 취기. 하지만 한국이나 일본 등의 아시아 국가의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준 음료는 포도주는 아니였습니다.

영화 취화선을 봐도 오원 장승업이 그림을 그릴 때 찾는 것이 술이긴 하지만, 와인은 아니였죠. 이밖에도 많은 예가 있을 것이고 우리들 개인적으로도 와인을 마시면서 영감이 떠올라 사랑을 고백하는 시라도 쓰게 되리라고 생각하지 못할 겁니다. 적어도 우리들의 대부분은요. 따라서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등의 숭고함 의미에서 와인이 동양인들에게 어필한다고 하는 것은 아니 것 같습니다.

그럼, 와인이 가지는 감정 이완적인 효과, 이것 때문일까요? 슬픈이를 기쁘게 하고 나이든 이에게 힘을 불어넣고. 심약한 자에게 용기를, 젊은이에게 희망을 더하고 힘들고 지친 이들에게 피곤을 잊게 해주는 효과가 와인의 매력일까요?

러시아인들에게는 보드카, 한국인들에게는 소주, 그리고 중국인들에게는 고량주, 이 기능을 더 잘 소화하지 않을까요? "술 고프다. 소주 마시러 가자."에 더 익숙한 우리. 아직 와인 마시면 완전하게 편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많지 않은 것 같네요.

식탁 위에 놓인 한잔의 와인이 우아한 분위기는 자아낼 수 있지만, 글쎄요, 정말 편한 사람들과 같이 있지 않으면 와인을 즐기게 되지는 않을 것 같기도 하구요. 어떻게 보면 우리의 음주 문화가 아직 와인이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는 이들의 편을 들어주지 않는 것 같네요.

이런 이유들에도 불구하고 와인이 우리에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는 것은 아마도 월드컵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를 세계와 연결해주어서 매개체가 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세계와 함께 즐기는 와인. 그들의 가장 소중한 것을 함께 공유하는 데에 따르는 즐거움과 쾌감.

그리고 세계 많은 애호가들과 함께 매해가 좋은 빈티지 이길 바라는 마음 즉, 같은 선을 추구하는 마음. 그리고특정 와인에 대한 느낌이 통하는 경우. 좋은 와인을 만났을 때 갖게 되는 눈의 반짝임과 미소를 나누는 것. 아마 이런 느낌과 순간들이 좋고 와인이 좋아서 우리는 와인에 빠지지 않을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공통의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더 많은 대화를 가능하게 하고 우리 것을 소개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인 동시에 전세계인들로 하여금 무엇인가 공유하고 있다는 공동체 의식을 가지게 하는 지도 모릅니다. 너무 비약한 것 같지만, 정말로 맛있는 와인을 마시면서 전혀 몰랐던 사람과 편하게 대화하고 친하게 되는 순간에는 정말 이런 느낌이 듭니다.

포도원의 농부는 자신의 노고를 알아 주는 사람에게 감사하고, 양조자는 자신이 노심초사하던 날들이 맛있는 와인으로 열매 맺을 때 그리고 전세계인들이 즐거워할 때 보상을 받습니다. 그리고 영업하는 이들은 홍보성 멘트로 비치는 많은 말들 뒤에 진정한 와인에 대한 사랑과 자부심이 있는 것을 알아주는 것을 행복해 합 니다.

시음장에서 고객에게 한잔 따라주고 자신의 잔도 채우면서 그 향과 맛을 보는 그 얼굴을 보세요. 여러 사람을 만나 봤지만, 모두 하나 같이 와인보다 더 큰 무엇인가를 음미하는 표정을 발견하실 수 있을 겁니다.

이것은 모두가 지닌 자신의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고 이를 알아보는 사람들에게 감사하고 나아가 상대방의 문화에 대한 관심까지도 유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외국 문화 체험을 통해 그들과 가까워지고, 그리고 그 기회를 이용하여 우리의 문화를 전달하고 같은 공감대를 이루어내는 것. 이것이 바로 오늘을 사는 세계인들의 자세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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