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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광표

포도 주스? 포도주? Non-alcohol? Alcohol?


한동안 많은 논란이 있었죠? 포도 주스를 마실 것이냐 아니면 포도주를 마실 것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같은 효과라면 취하지도 않고 마음껏 마셔도 되는 포도 주스를 마시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연구에 의하면 인체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폴리페놀 성분이 포도주와 포도주스에서 동일하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심장병 예방 효과가 포도주에만 있다고 하니 결정하기가 쉽지 않으시죠?

음식과 건강에 관한 연구 결과들이 늘 그렇듯이 한동안은 상반되는 학설들이 계속 나올 것이므로 우리는 어느 정도 "불변"의 진리가 확인되는 동안 포도주스에는 없고 와인에는 있는 이 알코올에 대해서 몇 마디 나누어 보기로 합시다.

와인 = 알코올 도수가 낮은 술??
다른 양주와 달리 알코올 도수가 낮아 여성을 위한 술이라고 여겨지기도 하는 와인은 사실 맥주(4-8도)보다도 알코올 도수가 높습니다.

일반적으로 와인은 8도에서 14도 정도 되며, 포트(Port)나 쉐리(Sherry) 등의 강화와인의 경우에는 15도에서 21도 정도의 알코올 도수를 지닙니다. 알코올 도수가 10도에서 35도 정도 되는 경우에 가장 쉽게 인체에 흡수 된다고 하니까 와인도 "물"로 봐서는 안되겠죠?

레이블의 경고. 알코올 도수!
와인의 알코올 도수는 대부분의 레이블에 표시되어 있습니다. "너무 많이 마시면 취합니다",라는 뜻의 경고로 봐도 될 것입니다. 또한 너무 많이 마시면 좋은 효과보다는 간암 등 인체에 해가 된다고 하니 절제가 중요하겠습니다.

와인에 있어서도 소설 상도(商道)의 임상옥이 가지고 있던 계영배(戒盈盃)의 교훈이 필요한 것 같네요. 잔 가득 채우면 술이 사라져버리는 신기한 잔. 너무 많이 마시면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와인. 과유불급이라.

알코올. 누구의 발자국?
포도주스라면 비만을 초래하지 않을 정도만 마시면 될 텐데, 와인은 그 양을 잘 조절해야 하는 데, 그 이유는 바로 오늘 우리 대화의 주제가 되는 알코올 때문입니다.

알코올을 과다 섭취했을 경우에는 간암, 알코올 중독증 등등 상상하고 싶지도 않은 질병등에 걸릴 수 있기 때문이죠. 근데, 이 알코올은 어디서 온 걸까요? 누가 남기고 간 흔적일까요?

범인은 바로 Mr.효모.
침투 공식: 효모 당분 = 알코올 이산화탄소(CO2), 열, 기타.

포도당을 만난 효모는 온도 등 적절한 조건이 갖추어지면, 포도즙에서 발견할 수 있는 당분을 알코올과 이산화탄소 그리고 열등으로 분해합니다. 즉,당분이 많을수록 더 높은 알코올 도수를 얻어낼 수 있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일조량이 많고 기온이 높아 포도가 일찍 익는 지역에서 재배된 포도들의 대부분은 높은 당도를 가지고 이 때문에 이들로 만든 와인은 더 높은 알코올 도수를 갖게 됩니다. 하지만 알코올만이 와인의 맛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균형 있는 맛의 와인을 만들기 위해서는 양조자의 중재가 필요합니다.

양조자가 범인을 잡다!!
포도즙에 빠진 효모는 열심히 투당투당 당분을 깨부시고 다니면서 알코올을 만듭니다. 하지만, 당분이 슬슬 없어지기 시작하고("누가 내 당분을 옮겼어!!!")

너무 열심히 했는지 양조장에 마련된 에어컨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기온이 살살 올라가면 아무리 기운이 센 효모라도 기운이 빠지고 알코올 때문인지 취해서 손놀림이 느려집니다. 이때 기회를 노리고 있던 양조자 등장!! 짜짜잔~~!!

"네 이놈! 네가 당분을 다 부시고 다닌 그 범인이로구나!! 발효는 이제 그만! 내가 원하는 스타일의 와인은 발효가 이쯤에서 끝나야 해"

★ 내가 원하는 스타일: 1. 당분이 없는 드라이한 스타일

양조자들이 당분이 없는 드라이한 스타일의 와인을 만들고 싶을 때는 간단하게 발효가 일어날 수 있는 최적의 상태를 만들어 주고 기다립니다. 레드 와인의 경우에는 화이트 와인의 경우와 달리 조금 높은 온도에서 발효를 해서 상대적으로 효모의 작업이 빨리 끝나지만 기다리는 것은 매한가지.

화이트 와인은 오랜 시간이 걸림에도 불구하고 낮은 온도에서 발효를 하는 것은 향의 섬세함을 살려야 하기 때문에 입니다. 양조자는 당분이 다 알코올로 변할 때까지 세심하게 모니터하고 이 과정이 끝나면 기타 숙성, 정제, 여과 등의 과정으로 넘어갑니다.

★ 내가 원하는 스타일: 2. 당도가 남아 있는 스위트한 스타일

달콤한 스타일의 와인을 만들고 싶을 경우에는 2가지 방법을 이용합니다. 하나는 발효과정 중에 당분이 남은 상태에서 중단하는 방법입니다.


효모가 열심히 당분을 알코올로 만드는 과정 중에 아황산염이 들어가서 "얼음!!"을 외치면 발효과정이 중단됩니다. 이때 아황산염은 일종의 방부제 같은 역할도 합니다. 와인에 당분이 남아 있게 되면 부패의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아황산염을 첨가할 필요성이 있는 거죠.

스위트 와인을 만드는 2번째 방법은 알코올 (grape spirit의 형태로)을 더 첨가하여 효모로 하여금 작업을 중단하게 하는 방법입니다. 효모는 더위에도 약하지만, 높은 알코올 도수에서도 취하는 경향이 있어 알코올 도수가 높아지면 활동이 둔해집니다. 이러한 방식은 알코올 도수가 높은 스타일의 와인, 즉, 포트 등의 달콤한 강화 와인을 만드는 데 사용됩니다.

이 정도면 알코올에 대해서는 박사가 된 기분이죠? 그럼 자축하는 의미에서 와인 한잔 어때요?

복습할 겸. 달콤하면서도 알코올 도수가 낮은 독일산 리슬링 한잔과 드라이한 레드 와인 2잔. 그러니까 프랑스 부르고뉴 지역의 피노 누아 품종 와인 한 가지랑, 알코올이 13도가 넘는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의 까베르네 소비뇽 하나.

여기다가 포트 와인 한잔을 마시면… 뭐라구요? 하나도 안 마셨는데, 잔이 비었다구요? 앗! 너무 신나서 잊고 있었네요. 과음은 절대 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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