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닌. 그 떨떠름함에 대하여...
와인 얘기하면 이런 말 많이 들으시죠?
A: "와인? 난 그거 그냥 그렇더라. 시큼떨떠름한 것이 술같지도 않고."
B: "나는 달콤한 화이트 와인을 좋아해. 레드 와인은 너무 쓰고 떫은 게 싫어."
C: "저는 와인을 굉장히 좋아하거든여...특히 깊고 떫은 맛의 레드 와인이면...죽습니다.^^"
사람들이 좋아하기도 하고 싫어하기도 하는 와인의 "시큼 떨떠름한 맛". 무엇 때문에 느껴지는지 아세요? 바로 탄닌(tannin) 성분 때문이에요.
탄닌은 다양한 식물류에서 많이 발견되는 페놀 성분으로 포도의 껍질, 줄기, 씨에 다량 포함되어 있습니다. 혀의 뒷부분에서 그 씁쓸한 맛이 감지되지만, 입안 전체에서 느낄 수 있는 떫은 맛, 마치 솜뭉치를 입에 넣은 듯한 건조 깔깔한 느낌이 바로 탄닌 때문이죠.
홍차 등을 너무 많이 우려냈을 때도 느껴지는 맛이지요. 탄닌은 식물들의 보호막 역할을 하는 것으로 그 쓴 맛 때문에 아직 익지 않은 과일이나 연할 줄기를 먹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래요.
근데, 이 씁쓸하고 맛도 없는 탄닌을 왜 와인에 넣어야 하냐구요?
조금 엉터리 같은 답일지 모르지만 포도에 있으니까 어쩔 수 없이 들어가게 되는 성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포도에 있으니까 들어가는 겁니다. ^^
청포도보다 적포도 품종에 더 많이 있는 탄닌은 포도의 씨와 껍질, 줄기에 있다가 포도즙과 발효과정에서 생성되는 알코올과 접촉하면서 와인에 용해 됩니다. 이때 양조자는 접촉 시간과 강도 등을 조절하여 탄닌의 양을 원하는 스타일을 맞춰가게 되는 거죠.
잠깐!!
그냥 있어서 넣는 것이라면 일부러 오크 통에 넣어 숙성 시키면서 와인의 탄닌 함량을 높이는 경우도 있는데, 이건 어떻게 설명하실꺼죠?
1. 우선, 탄닌이 레드 와인의 맛을 이루는 하나의 중요한 축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양조자가 탄닌의 맛을 얼만큼 강조하고 싶어하느냐에 따라서 더 넣기도 하고 덜 넣기도 하는 겁니다.
청포도 품종과 달리 적포도 품종의 껍질과 씨에 많이 있는 탄닌은 레드 와인의 맛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알코올의 따뜻하면서 부드러운 맛과 산도의 신선함, 그리고 거칠거나 부드럽게 또는 매끄럽거나 까실하게 느껴지는 탄닌의 쓴맛에 포도 품종의 향기가 더해져 레드 와인의 스타일이 결정됩니다.
탄닌의 이 맛이 레드 와인을 화이트 와인과 구별해 주는 하나의 요소가 되는 거죠. 탄닌이 특히 많이 있는 품종에는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쉬라(Syrah), 네비올로(Nebbiolo)와 따나(Tannat)가 있습니다.
2. 탄닌이 레드 와인을 오래 보관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탄닌은 레드 와인의 맛의 뼈대를 형성하여 오랜 숙성기간 동안의 다른 맛과 향의 발전에 기반 역할을 해줍니다. 화이트 와인에서 산도가 해주는 역할을 레드 와인에서는 탄닌이 해주게 되는 거죠.
그러나 그렇다고 탄닌 자체는 변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탄닌의 입자도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엉겨붙어 침전물을 형성하게 되고 스스로의 무게에 못 이겨 병 아래로 가라앉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와인의 색소도 탄닌과 같이 침전물을 이루게 되고 와인의 색이 점점 연해지게 됩니다. 색의 변화와 함께 와인의 맛 또한 일차적으로 드러내던 과일향에서 보다 복합적인 향을 얻게 되는 거죠. 즉, 탄닌은 다른 맛 요소들의 발전의 기틀을 형성함과 동시에 자신도 변화하여 맛에 기여하는 겁니다.
탄닌이 어떻게 와인이 숙성되는 것을 돕고 그 기간을 늦추어주는 것인지 알고 싶으시죠? 다음 달까지 직접 레드 와인을 드시면서 호기심을 숙성시켜 보시겠어요?
다음 달에도 탄닌에 대한 떨떠름한 얘기와 탄닌이 주는 느낌에 대한 표현들이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