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어떻게 표현하세요?
[장소: 어느 고급 레스토랑]
S: 와인은 어떤 걸로 하시겠습니까?
C: 드라이한 레드 와인으로 주세요.
어디서 들어본 듯한 대화 같지요? 주로 사용하시는 멘트는 아니시겠지요?
와인의 맛과 향을 표현하는데 사용되는 단어들이 수천개도 넘는다고 합니다. 와인에 대한 기록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의 문헌에도 발견 된 바 있지만, 이처럼 와인과 관련된 용어들이 늘어난 것은 18세기에 보르도의 와인이 왜 그렇게 비싼 가격에 팔려야 하는 지를 설명하기 위해서였다고 하는군요.
그렇게 시작된 것이 Emile Peynaud 박사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현재에는 수천개에 달한다고 합니다. 그 수가 얼마나 불어났던지, Maynard Amerine과 Edward Roessler 공저의 Wines: Their Sensory Evaluation에서는 오히려 와인의 맛을 묘사하는 데 사용하지 말아야 하는 표현들 300개를 꼽아 놓을 정도입니다.
와인에 대한 표현이 이처럼 다양한 것은 아마도 그만큼 와인의 스타일과 맛이 다르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 것입니다. 따라서 간단하게 "드라이한 레드 와인이요!"라고 하고 상대방이 그 의미를 속속들이 이해해 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좀 무리겠죠?
본격적으로 표현하기.
화두를 "드라이한 레드 와인"으로 시작했으니 이번 글에서는 본격적으로 이 "dry"가 와인의 어떠한 성격을 말하는 것인지 그리고 과연 정확하게 사용하고 있었는지 알아봅시다. 또한 나아가 "dry"와 관련있는 다른 외국어 표현들을 알아보고 우리는 어떠한 공통된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을 해보도록 합시다.
Dry. 그것이 알고 싶다!!
Dry. Sec. Trocken… 등등 그리고 드라이.
Dry - Tasting term used to indicate an absence of detectable sweetness.
Many wines contain a little residual sugar, while still tasting dry.
(www.decanter.com)
위 내용에서도 알 수 있듯이, "dry"라는 용어가 와인 시음 용어로 사용될 경우에는 와인의 잔당과 관련된 개념입니다.
포도즙을 발효할 경우, 포도즙 내의 당분이 알코올 및 기타 다른 성분으로 분해되는 데, 이 과정이 멈춘 뒤에도 남아있는 당분을 잔당(residual sugar/ RS)이라고 합니다.
당도를 느끼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와인 1리터에 10g 이상의 잔당이 남아있는 경우에는 달다고("sweet")1 하다고 느껴진다고 하니, 당분이 이보다 적게 남아있는 경우에는 "드라이"한 와인이다라고 할 수 있겠죠.
영어, 프랑스어, 독일, 이태리어, 그리고 스페인어로 표현되는 dryness/당도를 도표로 만들어서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잔당 | 영어 | 불어 | 독일어 | 이태리어 | 스페인어 |
<5 | Bone dry | Brut | |||
<10 | Dry | Sec | Trocken | Secco | Seco |
10-20 | Medium dry | Demi-sec | Halbtrocken | Abboccato | Semi-seco |
20-30 | Medium sweet | Doux | Mild | Amabile | Dulce |
30-40 | sweet | Moelleux | Lieblich | Dolce | |
>40 | Liquoureux | Suss |
Dry의 정의에도 나와있지만, 이 개념에 많은 부분은 얼마나 당분을 지각하느냐에 달려있습니다. 그래서 독일인들이 드라이하다고 느껴 trocken(독일어로 dry)라고 표시해 둔 와인일지라고 우리가 프랑스의 드라이 와인을 마셨을 때보다 더 달다고 느껴지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이는 각 국가의 식습관에 따라 당분에 민감한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죠. 따라서 같은 잔당이 10g 미만에 해당하는 Dry와 trocken이라도 독일 와인의 경우에는 잔당이 각 구분의 최대치에 가깝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입니다.
잠깐! 사실 '드라이'는 처음부터 이처럼 당분과의 연장선 상에서 생각되어졌던 개념은 아니었습니다. 17세기 프랑스의 두 사전 드 리슈레(de Richelet)과 드 퓌르띠에르(de Furetiere)는 '드라이'의 개념은 당분과 무관한 fat/佛gras(기름진)와 상반된 것으로 기록하고 있으며, 19세기에 와서야 드라이의 개념이 달콤함/부드러운/잘 숙성된 등의 개념과 상반되는 단어로 사용되기 시작했다는 군요.
최근 생산되는 레드 와인은 그 잔당이 10g/리터 이하인 경우가 더 많기 때문에, 와인의 스타일의 별도로 명시해 주어야 하는 경우가 아니고서는 이를 묘사할 때는 별로도 표현해 주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화이트 와인, 스파클링 와인과 강화 와인의 경우에는 오히려 이처럼 드라이 한 경우가 적기 때문에 (일종의 특이 현상이기 때문에) 그 "dryness"의 정도를 표현주고 있죠.
자, 그럼 일단 여기까지 얘기를 하고 다음에 묘사된 와인들이 드라이한지 어떤지 알아보면서 "드라이"와 더 친해져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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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해 문제 같지요? 그래도 문제는 간단하잖아요. 달콤한 와인과 그렇지 않은와인 구분해 내기. ^^
위에 설명을 다시 참조하실 필요도 없을 거에요. 그럼, 다음 번 글에서 정답을 확인해 볼까요?
1. Jancis Robinson, The Oxford Companion to Wine, OUP 1999. p.678.
2. 같은 책 p. 678. [참고] 스파클링 와인의 당도 구분은 조금 다릅니다. Extra brut(0-6g/리터), Brut(0-15g), Extra sec/Extra dry(12-20g), Sec/Dry(17-35g), Demi-sec/Rich(35-50g), Doux(50 g)
3. 영문으로 된 예문만을 제공하는 것에 대한 이해를 해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