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와인이 생산되지 않으니까 와인이라는 일반 명사에 대해 모두가 애착을 느끼고 계시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손수 키운 토마토나 상추 또는 난에 대해 느낄 수 있는 그런 감정 말입니다.
간단히 말해, 포도를 재배하는 이나 이를 양조하는 손길에 대한 느낌이 안 온다는 얘기죠. 하지만!!! 와인을 한 병 따면 시각, 후각, 그리고 미각적으로 느낌이 오는 것은 부정하실 수 없죠? 그러니까 우리 이 와인에 대해서 대화를 좀 해봅시다.
그런데 이에 대해서 얘기를 하려면 그 표현 방식에 대해서 먼저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와인에 대한 표현들에 관해 얘기를 하기 전에 예를 하나 들어볼까요? 다음은 어떤 와인의 빛깔에 대한 묘사일까요? 묘사되는 색이 상상이 되십니까?
어린 시절의 나는 새하얗고 깨끗한 모래를 작은 손으로 펴서 성을 쌓고 있었다. 이윽고 석양이 하늘과 바다를 덮었다. 어린 시절의 나의 주변이 황금색으로 물들어갔다. 그 색은 뭔가와 꼭 닮았다. 그것이 ---의 빛이라는 것을 나는 함참 후에야 깨달았다.1
화자가 바라본 기억 속의 그 장면은 어떻게 생겼을까요?
이렇게?
아님 이렇게?
석양이 덮은 하늘과 바다라고 했으니까 이렇게?
이건 붉은 색인데? 색상 설명에서부터 이렇게 혼동이 되니 쉽게 어떤 색인지 알 수 없죠?
그러나 정답은 있었느니 바로 Louis Latour사의 Puligny Montrachet. 화자 또는 그 화자의 이야기를 전하는 저자가 아니고서야 알아 맞춘 사람이 있었을까요? 직접 [와인 한잔의 진실]이라는 책을 썼거나 읽어보지 않은 이상 말입니다.
게다가 책에 실린 이 와인 레이블에는 빈티지도 나와 있지 않으니, 이 '추억어린' 색의 와인이 어떤 것인지 더 알기가 어렵죠. 2
결국, 특정 시점에 마신 와인에 대한 기억이나 이때 경험한 맛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많은 이의 이해가 기반이 된 표현들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는 거구요.
다음 달에는 와인의 표현하는 다양한 방법들에 대해서 더 얘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 무라카미 류, 권남희 譯 『와인 한잔의 진실: 무라카미 류의 와인과 사랑 이야기』, 창해, 1999. p.150.
2. 와인이 색 역시 맛과 마찬가지로 각각의 빈티지 마다 다릅니다. 일조량이 층분했던 때에는 색도 진해지고 그렇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