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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혁

음유 시인의 마을
 
 
바케라스 Vacqueyras
 
 
 
 
글, 사진 _ 김 혁
 
 
우리나라에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와인 산지인 바케라스. 바케라스는 프로방스의 상징처럼 서 있는 거대한 바위산 ‘덩텔 드 몽미레일’(dentelles de Montmirail)의 발치 부분에 있는 오래된 마을이다. 전체 마을인구가 100명 정도 밖에 되지 않지만 이곳의 자연과 문화, 특히 좋은 와인은 사람들을 매료시킨다. 마을 주변에서는 선사시대와 갈로 로만 시대의 유물들이 출토되고 있어 그만큼 이 지역이 오래 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마을이 점차 모양새를 갖추면서 중세시대에는 주변에서 가장 가까운 큰 마을인 오랑주의 영향하에 있었다.
 
바케라스라는 이름은 12세기 가장 유명했던 음유시인 랭보 드 바케라스(RAIMBAUT DE VACQUEYRAS)에서 유래되었다. 그는 1155~1160년 사이에 가난한 바케라스 지방의 귀족 아들로 태어났다. 랭보의 행적은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지에서 많이 알려졌으며, 1188년에는 이탈리아 피에몬테의 몽페라 마을의 후작 말라스피나의 집에 머물기도 했다. 그곳에 머무르는 동안 많은 작품 활동을 했고 후작과 함께 전쟁터에도 나갔으며 그의 딸과 사랑에 빠지기도 했다. 마침내 후작의 도움으로 영주가 되기는 했지만 1207년 영주가 피살당했을 때 함께 산에서 죽은 것으로 역사는 전하고 있다.
 
Vacqueyras Arnoux & Fils 양조장 앞에 있는 성(14).jpg
[바케라스 마을의 성곽]
 
 
바케라스 와인은 좋은 품질과 개성을 지니고 있어 1990년 2월 22일 프랑스 원산지 통제 협회(INAO)로부터 AOC 등급을 부여 받았다. 처음에는 방대한 코트 드 론 지역에 속했으나, 이후 마을 단위의 보다 우수한 품질로 인정 받게 된 것이다. 이곳의 와인 재배 역사는 기원전 1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로마인들이 그 기술을 전수해 주었다. 이곳의 지중해성 기후, 주변 산의 영향으로 형성된 모래와 자갈이 많은 토양, 언덕들이 펼쳐있는 점 등은 포도재배에 적합하다. 바케라스 포도 지역 전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장소에 가보면, 벌판에 포도밭들과 작은 농가들이 늘어서 있고 저 멀리 몽미레일 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와인을 생산하는 마을이니만큼 온통 포도밭이다.
 
Vacqueyras 의 포도밭 모습 토양 (6).jpg
[바케라스 지역 포도밭의 자갈 크기]
 
 
필자가 이 지역을 방문한 것은 지난 4월. 포도나무에 새순은 돋았지만 아직 잎이 자라지 않아 맨 토양을 그대로 볼 수 있었으며 토양은 모래와 자갈이 많은 편이었다. 일반적으로 모래가 많은 지역의 와인은 섬세하지만 가벼운데, 이 때문에 여기 와인생산자들은 토양에 어울리는 포도 품종(그르나슈, 시라, 무베드르)을 서로 블렌딩해서 진한 와인을 만들고 있다. 바케라스에는 모두 200곳의 생산자가 있으며 이 중 80곳은 고품질의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바케라스 와인 시음기
 
필자는 바케라스 와인 일반의 뉘앙스를 알아보기 위해 메종 듀 뱅(Maison du vin)을 방문하여 18개 생산자들이 만든 와인들을 시음할 수 있었는데, 전체적인 품질은 중간에서 중상 정도였다. 잘 만든 화이트 와인은 미네랄이 느껴지고 입안에서 어느 정도 무게감도 있으면서 신선했다. 레드 와인의 경우 타닌의 정도가 강한 것과 중간인 것, 그리고 전제적인 균형이 잘 이루어진 것과 거친 맛을 내는 것 등 품질이 다양했다.
 
필자의 평가 방식은, 의 개수가 많을수록 품질이 뛰어남을 의미하며, 같은 품질 등급 내에서 근소한 차이로 더 나을 경우 ( )를 추가하였다. 숫자 1/2은 ( )보다 높고 보다 낮은 점수를 의미한다.
 
예) 에서 로 갈수록 품질이 단계별로 높아짐을 의미한다
예) 와 사이에는 ( ), (-), 1/2, 1/2(-) 또는 1/2( ) 등이 있을 수 있다.
 
Vacqueyras maison du vin에서 시음 (1).jpg
[Maison du Vin]
 
 
화이트 와인
 
Seigneur de FONTIMPLE 2011: 1/2( )
Domaine le Sang des Cailloux 2010: (-) 발랄함과 신선함보다는 무게감과 미네랄이 느껴짐. 뒤로 갈수록 가벼워지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좋은 편.
Domaine La GARRIGUE: 1/2 신선하지만 숙성이 요구됨.
Monardiere 2010: 1/2 힘이 있고 여운이 길며 오크 향이 두드러짐
 
Vacqueyras maison du vin에서 시음 (3).jpg
[Maison du Vin에서 시음한 와인들]
 
레드 와인
 
LA CANTARELLE. Domaine La Garrigue 2010: 1/2 전체적으로 타닌이나 신선함이 중간 정도 되며 마시기는 편함.
LA CANTARELLE. Domaine La Garrigue 2006 : 1/2 매우 뛰어남
G. Domaine La Ligiere 2010: 여운이 짧은 편이지만 구조가 조밀하고 타닌이 강하며 신선함
Domaine La Ligiere 2010: 1/2(-) 마시기 편하지만 전체적으로 가벼움. 타닌은 중하~중간 정도
1717. Cave de Vieux Clocher 2010: 1/2 균형이 잘 맞지 않음
Vieux Cloche 2010: (-) 미네랄이 많이 느껴지고 균형이 좋지만 약간 가벼움.
Domaine de Verquiere 2010: 1/2 타닌이 거칠며 균형은 중간 정도.
La Bastide St Vincent PAVANE 2010: 1/2( ) 약간 드라이하면서 거친 맛이 있음
Jerome Quiot 2010: 지금 마시기에 좋음. 산미가 좋고 약간 가볍지만 균형이 잡힘
Montirius 2010: (-) 강하지만 동시에 섬세함
Montirius 2007: 마시기에 아주 좋음. 산미가 좋고 균형이 잘 잡혀 있음. 약간 가벼운 느낌은 있지만 아주 아름다운 와인
Domaine de Longue Toque: 1/2 동물 향을 비롯해 향이 좋고 산도가 있지만 우아함이 없음Chateau du Trignon 2009: 잘 익은 과일 향과 집중도를 보여주며 신선하고 타닌이 섬세함. 목에서 넘기는 느낌이 아주 좋지만, 아직 와인이 강함
Tresor d’Poete 2007: 신선하나 타닌이 두드러져 균형이 약간 떨어짐.
 
 
바케라스 와인생산자 방문기
 
필자가 방문한 비녜롱 드 카락테르(Vignerons de Caractere)는 바스케라의 와인생산자 조합 중 하나로, 첨단 와인 양조 시설과 멋진 와인 숍, 아래층에는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의 레스토랑이 들어서 있는 곳이었다(이 레스토랑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싶었지만 마침 쉬는 날이었다). 양조 시설을 둘러보고 간단하게 카락테르에서 만드는 와인을 시음했는데, 규모가 있어서인지 가격이 전체적으로 좋은 편이었고 특히 2009년 빈티지 와인은 맛이 뛰어났다.
 
Vacqueyras Vignerons de Caractere 내부 양조 시설 (22).jpg
[비녜롱 드 카락테르,양조장 내부 시설]
 
 
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콧수염을 멋지게 기른 세르쥬 페리굴(Serge Ferigoule)이 운영하는 ‘르 썽 데 까이유’(Le Sang des Caillous: 자갈의 붉은 피, 1975년 설립)로, 바케라스의 잘 알려진 와이너리다. 우연히도 일주일 전에 보르도의 한 샤토에서 만난 미국 여성이 이 와이너리 주인의 여자친구였다. 프랑스 귀족을 무척 사랑해서 결혼하고 싶어하는 여성이었는데, 그에게 물어보니 자신은 더 이상 결혼에는 관심이 없고 그냥 친구로 지내기로 했다고 한다. 페리굴은 무척 말이 빨랐다. 남프랑스인 특유의 액센트와 급한 성격이 필자에게는 무척 재미있게 느껴졌다. 그의 와인을 빈티지 별로 시음했는데 2009년과 2003년이 아주 좋았고, 상급 와인인 우마쥬(Oumage)는 2001년과 2007년이 구조와 균형 면에서 으뜸이었다.
 
Vacqueyras Domaine le Sang des Cailloux 의 오너 (20).jpg
[르 썽 데 까이유의 주인,세르쥬 페리굴]
 
 
그의 포도밭에는 아주 오래된 포도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대개 와인은 까칠한 성격을 가진 양조자들이 잘 만드는데, 페리굴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성격이 급하긴 해도 진지한 면이 느껴졌다. 그는 필자를 다음 방문지인 ‘비유 끌로슈 아르누 & 피스’(Vieux Cloche, Arnoux & Fils)로 데려다 주었는데, 이 양조장 앞에는 바케라스 마을의 역사에 한 획을 긋고 있는 성과 교회가 멋지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Vacqueyras Arnoux & Fils 양조장 (13).jpg
[Arnoux & Fils의 와인저장고]
 
 
Vignerons de Caractere(카락테르 양조자 조합)
 
Seigneuf de Fontimple Rose 2011
Domaine Mas du Bonquet 2010:
Les Hautes de Castellas 2010:
Veille Vigne 2009: 1/2( ) / 농축미가 있으며 우아함. 조밀함과 복잡함이 조화를 이룸
 
Domaine le Sang des Cailloux
 
Cuve Doucinelle 2008: 1/2
Cuvee des Lopy 2008: 1/2( ) 타닌이 위 와인보다 좀더 강하면서 부드러움
Cuvee des Lopy 2009: 과일 맛이 강하고 타닌 좋음
Cuvee Azalais 2009: 1/2 균형과 집중도가 좋음
Cuvee de Lopy 2003 2003년 빈티지임에도 불구하고 산미가 좋은 매우 뛰어난 와인
Oumage 2007: 매운 향이 나고 타닌이 아주 강함
Oumage 2001: 구조감이 좋고 타닌이 강함
 
Vacqueyras Domaine le Sang des Cailloux 와인들 시음 (18).jpg
[Domaine le Sang des Cailloux에서 생산하는 와인들]
 
 
Arnoux & Fils (Cave du vieux clocher place de l’Eglise)
 
SK. VV. Jean marie Arnoux 2010: 색이 짙고 과일 풍미가 진한 강한 와인
Jean marie Arnoux 2004: 1/2 아주 부드럽고 타닌과 산도가 적절하여 지금 마시기에 적당함
Jean marie Arnoux 2007 VV: 신선하고, 오래된 포도나무의 부드러움과 복잡함을 잘 드러냄
 
Vacqueyras Arnoux & Fils 의 오래 된 와인 (16).jpg
[Arnoux & Fils, 오래된 빈티지 와인들]
 
 
바케라스의 역사
 
1448년에 작성된 기록을 통해 이 지역에 이미 포도밭이 존재했음을 알 수 있으나, 역사적으로 더 이전일 것으로 추정
�: 바케라스 와인 생산자 협회 발족
�: 바케라스를 포함한 코트 뒤 론 A.O.C 발족
�: 코트 뒤 론 빌라쥬 A.O.C. 의 등급 분류
�: 바케라스를 코트 뒤 론 빌라쥬 바케라스 A.O.C. 로 분류
�: 바케라스를 코트 뒤 론 내의 15개 크뤼 중 하나로 지정
�: 바케라스를 아비뇽 축제의 중요한 공식 크뤼로 지정
 
바케라스의 테루아
 
지질연대로 따지면 쥬라기와 크레타 세에 해당
토양은 석회질, 점토 석회질, 석회질 이회암으로 구성.
여름에는 지중해성 기후, 겨울에는 온화하고 건조한 특징(연평균 기온 13~15도)
 
Vacqueyras 의 포도밭 모습 토양 (8).jpg
[바케라스 지역 포도밭]
 
 
바케라스의 와인
 
둥근 자갈로 형성된 토양의 와인은 색이 진하고 타닌이 강하며 힘이 있고 스파이시하다.
모래로 형성된 토양의 와인은 향이 좋고 섬세하며 포도의 과실 특징을 잘 보여준다.
사암 자갈로 형성된 토양의 와인은 둥글며 조화롭고 균형이 좋다.
 
바케라스의 포도 품종
 
•그르나슈 누아 Grenache noir (최소 50%)
•시라 Syrah
•무베드르 Mourvedre
 
바케라스의 양조 방식
 
대체로 다른 품종의 포도들을 각각 양조한 후 나중에 블렌딩해서 최종 와인을 만든다.
스테인리스 또는 나무 발효조를 사용하고, 발효 및 숙성은 12~18개월 정도 거친다.
 
바케라스 와인과 음식
 
•레드 와인의 서비스 온도는 17~18°c, 야생 조류, 소금에 절인 야채로 만든 파이나 치즈와 함께하면 좋다.
•화이트와 로제 와인의 서비스 온도는 12~14°c, 식전주로 마시거나, 소시지, 구운 생선이 잘 어울린다.
 
 
 
글쓴이 _ 김 혁
와인 컬럼니스트ㅣ와인 및 식문화 복합문화공간 `포도플라자` 관장ㅣ
`프랑스 와인 명가를 찾아서`, `프랑스 와인 기행`, `이탈리아 와인 기행`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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