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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종 (yoo@wineok.com)
온라인 와인 미디어 WineOK.com 대표, 와인 전문 출판사 WineBooks 발행인, WineBookCafe 대표를 역임하고 있으며 국내 유명 매거진의 와인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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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와인냉장고가 없는데 어디에 보관하지?'
'마시고 남은 와인은 어떻게 보관하지?'
 
와인을 마시는 사람이라면 흔히 하는 고민 중 하나다. 일단마개를 열면 와인은 금방 상해버린다고 하니, 아까워서라도 혼자 한 병 다 비우느라 혼났다는 사람도다.이 글에서는어쩌다가 생긴 와인이나 선물 받은 와인의 가정 내 보관법과, 마시고 남은 와인의 보관에 대해서 알아보자.
 
 
와인을 보관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를 이해하자.
 
일반 가정에서 와인을 잘 보관하기 위해서는, 와인이 온도 변화에 매우 민감한 생물이라는 입장을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이와 같은 입장에 동의한다면 비용은 들지만 와인 전용 냉장고(와인 셀러)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그러나 비용적인 부담이 있거나, 어쩌다가 생긴 한 두병의 와인을 위해서 비용과 공간의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와인 셀러를 갖추는 것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와인 셀러에 보관하는 방법과 와인 셀러가 없는 상황에서 보관하는 방법을 나누어서 알아보자.
 
와인을 보관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온도와 자외선, 그리고 진동이다. 와인의 신선도를 저해하는 가장 큰 요소들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우선 와인의 적정 음용 온도는 화이트와인이 5~18℃쯤, 레드와인이 8~20℃쯤이다. 이 정도의 온도 차는 와인을 잘 아는 사람이여야만 컨트롤이 가능한 미묘한 것이지만 그 차이는 아주 크다. 적정 보관 온도에 이렇게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 와인의 성격과 스타일에 따라 와인을 음용하는 온도가 다르며, 마시는 온도의 미세한 차이가 와인의 맛에 결정적인 영향을 가져온다는 말이 된다. 레드 와인이 너무 차가우면 좋은 향을 맡기 힘들고, 향이 잘 나지 않는다는 것은 맛을 잘 못 보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어떤 와인이든 차가울수록 단맛이 약해지고, 온도가 올라갈수록 단맛이 강해진다. 화이트 와인은 단맛이 약해지면 산도가 두드러지므로 신선하게 마시려면 차게 마시는 것이 좋다. 부드러운 질감과 향을 즐기고 싶으면 온도를 약간 올려서 마시면 된다. 또한 레드 와인은 단맛이 약해지면, 즉 온도가 낮아질수록 타닌이 도드라지고 균형이 허물어진다. 이렇듯 와인은 약간의 온도 변화에도 맛의 변화가 크게 느껴지므로 와인을 보관하는 것은 와인의 품질을 관리하는 중요한 열쇠다.
 
와인 온도.jpg
▲ 와인의 종류에 따른 적정 음용 온도
 
 
가정 내에서 와인의 올바른 보관법
 
평소 술을 즐기지 않던 어떤 지인이 와인을 함께 마시자고 청하기에 궁금해 하니, 오래 전에 선물로 받은 아주 비싼 와인이 하나 있는데 거실장에 양주와 같이 거의 10년을 보관했단다. 잘 숙성되지 않았겠냐며 웃어보이는 그에게 그 와인은 이미 식초로 변해서 마실 수 없는 지경일 것이라고 했더니 그는 난감함을 감추지 못했다. 나중에 와서 보니, 그 와인은 80년대 빈티지의 보르도 특급와인이 아니겠는가!! 시가로 몇 백만 원하는 비싼 와인이라도 잘못 보관해서 썩은 와인을 마실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가정이 보일러 난방을 사용하기 때문에 온도변화가 심하고, 대부분은 25도 이상의 실내온도를 유지하며, 여름 한낮의 아파트 거실 내 온도는 신선한 와인도 끓어 넘칠 만큼의 높은 온도가 된다. 그러다보니 가급적이면 와인을 집에 오랜 시간 보관하지 말고 빨리 마셔버리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 부득불 와인을 얼마간 가지고 있어야 한다면, 자외선이 없는 응달, 다용도실 타일의 한편에 세워서 보관한다. 겨울에는 온도가 너무 내려가 얼어버릴 수 있기 때문에 볕이 안 드는 서늘한 곳에 이불이나 신문지 등에 말아서 보관하고, 마시기 한 나절 전 상온에 보관하면 마시기 좋은 상태가 된다.
 
 
마시던 와인의 보관법을 알아보자.
 
우선 와인을 마실 때 ‘와인이 열린다’, 아니면 ‘너무 어리다’, ‘디켄팅을 해야한다’는 등의 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와인은 양조장의 와인 저장고(대체로 지하에 있는)에서 어느 정도 숙성이 되면 병입 과정을 거치고, 이렇게 병 속에 담긴 와인은 일정 기간 숙성된 후 또는 곧바로 시장에 출시된다. 몇 단계의 유통과정을 거쳐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기까지, 병 속에 담긴 와인은 오랜 시간 공기와 차단되었다가(코르크 마개를 통해서 극소량의 산소가 유입되긴 하지만 아주 미미하다)코르크 마개를 열고 유리잔에 따라지면서 비로소 공기와 호흡하게 되는 것이다.
 
한편, 와인이 병 속에서 숙성되는 동안 화학반응으로 인한 침전물이 생길 수 있는데, 이 침전물을 걸러내기 위해 목이 좁은 유리병에 와인을 따라 거르는 작업이 바로 디캔팅(decanting)이다. 디캔팅을 하면 병 속의 침전물이나 부서진 코르크 조각을 분리할 수 있고, 와인을 공기와 닿게 하여 향이 풍부해지도록 돕는다. 하지만 디캔팅하는 과정이 너무 길면 오히려 향이 감소할 수 있으니, 적어도 하루 전에 병을 세워 놓아 침전물을 바닥으로 가라앉히는 게 좋다.
 
여기에서 우리는 유용한 정보를 하나 얻을 수 있다. 와인은 산소와 호흡하면서 산화가 진행된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마시다가 남긴 와인은 병 속에서 산화되므로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날수록 급속도로 산화되어 상하고 만다. 결국, 와인의 보관은 산화를 최소화시키는 방법을 동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일반적으로는 와인숍에서 판매하는 ‘버쿰 세이버’라는 기구를 사용해 와인 병의 상태를 진공으로 만들어 보관하거나, 질소가스를 채우는 방법이 많이 사용되나, 필자가 주변의 고수들과 다양한 방법을 시험해본 결과 가장 확실하게 효과가 있으면서도 비용이 들지 않고 편리한 방법이 한 가지 있다.
 
와인 마개를 열기 전에 반 병 분량의 빈 물병을 준비한다. 시중에서 구하기 쉬운 생수 병도 좋다. 와인을 열자마자 빈물병의 끝까지 와인을 찰랑찰랑하게 가득 따른 후 마개를 꽉 닫아준다. 그리고 와인 셀러나 냉장고에 넣어두면 적어도 1주일 정도는 원래 상태대로 보관이 가능하다. 따르는 순간에는 어쩔 수 없이 산소와 접촉하겠지만 다시 산소가 거의 없는 공간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산화될 가능성이 아주 적어진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도 이 방법을 한번 이용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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