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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종 (yoo@wineok.com)
온라인 와인 미디어 WineOK.com 대표, 와인 전문 출판사 WineBooks 발행인, WineBookCafe 대표를 역임하고 있으며 국내 유명 매거진의 와인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계절의 여왕’이라 불리는 5월이다. 특히 올해 5월은 초입부터 시쳇말로 대박 연휴가 끼어있어, 머리를 잘만 굴리면 6-7일의 휴가쯤은 결코 그림의 떡이 아니다. 직원들이 여행계획으로 들떠 있는 동안, 사장들은 장사도 못하고, 인건비는커녕 임대료마저 생으로 날릴 판이니 죽을 맛이겠다. 그러나, 5월은 이 정도로 끝나는 게 아니다! 5일은 어린이 날, 8일은 어버이의 날, 14일은 로즈 데이 , 15일은 스승의 날, 16일은 성인의 날, 21일은 또 무슨 부부의 날이란다. 무슨 이벤트가 이리도 많은지, 선물을 기대하는 마음과 선물을 해야 하는 부담이 함께하는 속내가 다른 봄날은 이렇게 야속하게 흘러간다.
 
시간이 지나면 시절이 된다. 지나간 추억 속에 우리에게 남겨진 것들 대부분은 허무라는 이름의 시체들이다.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을 거머쥔 이태리 영화 ‘LA GRANDE BELLEZZA’(영어 제목은 The Great Beauty)를 한번 감상해보시라! 영화 속에서, 인생이라는 것의 원초적 물음을 찾아가는 백발의 노신사는 로마 상류사회의 한량이 되어 평생을 질탕하고 재미있게 살아왔건만, 노인이 되어서도 여전히 삶의 의미를 찾기는 어렵고 허무하다. 그렇게 인생의 덧없음을 아는 순간, 빛나던 청춘도 아름다웠던 사랑도 저만큼 추억 속으로 멀어져 간다.&apos그 때 사랑한다고 말했어야 했다! 그 때 마음 가는 대로 했어야 했다! 이제와 이 나이에 헛되고 헛도니, 모든 것이 헛되다!’ 이렇게 외쳐본들 메아리만 더욱 공허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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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인이 말했던가? “이 환장할 봄 날에!”라고. 바로 오늘 지금 이 순간! 대청마루에 누워 별을 바라보다 취해 잠이 들어도 춥지도 않은 봄날, 바흐의 파르티타 샤콘느를 듣지 않을 수 없고, 클라라 하스킬의 낭랑한 쇼팽의 피아노를 아니 들을 수 없다. 술이 익고 흥이 영글어가는 봄밤에 장사익의 찔레꽃을 볼륨 크게 틀어놓고 어찌 샴페인 한 잔을 들고 꽃밭을 서성이지 않을쏜가!
 
5월의 기념일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눈으로 마시는 술 ‘꽃다발’이고, 또 하나는 마음으로 마시는 술&apos와인’이다. 그러니 상황에 맞게 와인을 사고 즐기는 방법을 알아두면 도움이 될 것이다. 와인을 마실 줄 아는 요령은 생각보다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여기저기서 와인 이야기가 들려오면 어렵게 생각할 것 없다. 자기 좋은 대로 편하게 마셔라 같은 따위의 들으나마나 한 소리는 괘념치 않아도 된다. 모르고 마시면 맛이 없고, 알면 알수록 더욱 맛이 있어지는 것이 바로 와인이다. 모르는 게 있다면 공부하고 책도 찾아 읽고 고수를 찾아가 물어도 보아야 한다. 알고 나면 비로소 보이는 법이다. 알고 즐기는 것이야말로 인생에서 가장 광휘로운 것이 아닌가.&apos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것’은&apos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과 같다는 말도 있더라. 그러니 어쩌랴, 알수록 손에 잡히지 않는 어려움이 묘하게도 사람의 정복 욕구를 자극한다. “어쭈, 이것 봐라!” 원래 이런 게 더 재미있는 거다.
 
어쨌든 5월은 와인 선물할 일도 많고, 와인 들고 방문해야 하는 집도 늘어난다. 직장마다 MT며 야유회도 가야 하니, 우선 먼저 와인을 사는 문제에 봉착한다. 와인을 구매할 때 먼저 고민하게 되는 것들은 대충 이러하다. 어디서 사야 싸게 살 수 있느냐, 무슨 와인부터 마셔야 하느냐, 값은 싸면서 맛있는 와인은 없나 등등. 사람 마음은 다 같다. 와인을 소비하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당연히 생활 속의 와인을 즐기는 방법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알고 나면 와인의 즐거움이 200%쯤 늘어나는 몇 가지 팁을 공유하고자 한다.
 
사람들은 모두 싸고 맛있으면서 완벽한 와인을 찾는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완벽한 와인이 어디 있겠는가. 그런 와인이 있으면 아무한테도 알려주지 않고 혼자 몰래 마시지 않을까. 싸고 맛있는 와인을 찾기란 쉽지만은 않지만, 적어도 구매의 위험을 최소화하는 방법은 있다. 또한, 같은 와인이라도 맛있게 마시는 방법이 생각보다 많다. 절대적이고 완전한 방법이야 있을 리 없겠지만, 맛있는 요소를 극대화시키면서 같은 값의 와인이라도 다홍치마에 둘러싸인 신랑처럼 멋져 보이게 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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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을 구매하는 요령
 
와인을 살 장소로는 대형 마트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가격 좋고, 1 1같은 할인행사도 많고, 저렴한 와인을 선택해도 맛 때문에 실망할 일은 많지 않다. 꼼꼼하게 잘 찾아보면 좋은 등급의 와인을 할인 판매하는 경우도 있으니, 믿음이 가는 판매사원과 마음 터놓고 이야기를 하다 보면 뭘 건져도 건지게 되어있다. 만약 와인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직원을 만나게 되면, 와인 잘 아는 직원을 소개받아 예산과 용도를 알려주고 와인을 추천 받는 것이 좋다.
 
참고로, 이마트는 해외 직수입 와인을 좋은 가격에 판매하기도 하며, 홈플러스는 세계 최고의 와인 전문가인 와인마스터(Master of Wine) 선정한 파이니스트(Finest) 와인을 판매한다. 이들 와인은 대충 골라도 대부분 믿을만하다. 요즈음 같은 캠핑 시즌에는 홈플러스의 심플리(Simply)라는 밸류 와인이 제법 인기다. 가격 부담 없고 품질도 적당하니, 회사 야유회나 단합 대회용 와인으로 적격이다.
 
한편, 와인 좀 안다고 자부하는 애호가라면 지인들과의 정보 공유를 통해 사전에 사냥감을 정하고 목표구매를 하는 게 좋다. 이들에게는 COSTCO 와인 셀렉션을 추천한다. 세계적인 와인 구매 파워를 지닌 COSTCO인 만큼 그랑 크뤼 와인도 심심찮게 심란한 가격으로 출몰한다. 프리미엄 와인, 희귀 와인, 유명 와인만 찾아 마시는 심각한 와인애호가에게는 에노테카, 와인 365, 라빈, 테루아 와인아울렛, 와인나라 같은 와인 전문 샵이나 유명 백화점의 와인 샵을 추천한다. 이런 샵에 멤버십 등록을 해놓으면, 좋은 와인을 파격적인 가격으로 처분할 때 가장 먼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좋은 와인은 판매수량이 한정되어 있는 만큼, 정보력이 중요하다.
 
이제는 와인을 맛있게 마시는 요령에 대해 살펴볼 시간이다. 이에 앞서 온도와 산화에 대한 개념부터 이해하는 것이 좋은데, 이 두 가지를 알고 나면 경험치와 응용 능력으로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 집에서 와인을 마실 때의 적정온도, 와인 보관, 마시고 남은 와인 보관하기에 대해 알아보자.
 
 
와인을 맛있게 마시려면 온도를 맞춰라
 
예를 들어, 스파클링 와인이나 화이트 와인은 와인의 온도가 맛에 절대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온도를 낮추는(chilling) 것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스파클링이나 스위트 와인은 6~8도, 화이트나 로제 와인은 10-13도가 마시기에 적당하고, 피노 누아 같은 가벼운 레드 와인은 14~16도, 보르도 와인 같이 묵직한 와인은 16~18도가 기준이다. 또한 저렴한 와인은 시원하게, 고급 와인은 약간 온도를 높여야 풍미와 아로마를 충분히 즐길 수 있다. 화이트나 스파클링 와인은 차게 마시는 것이 좋다는 사실은 몇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와인을 즐길 때, 가격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온도다.
 
 
와인보관의 정석, 와인셀러
 
와인은 온도 변화에 매우 민감하다. 따라서 비용은 좀 들지만 와인 셀러를 확보하는 것이 와인을 제대로 보관하는 가장 좋고 현명한 방법이다. 좋은 와인을 오래 보관하려면 온도와 자외선, 그리고 진동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컨트롤해야 한다. 외국처럼 집에 지하가 딸려 있어 와인을 보관하지 않는 이상, 우리나라의 아파트식 주거환경에서는 사계절의 온도변화와 급격한 온도차 등으로 인해 와인의 장기보관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전문 딜러가 취급하는 와인 셀러(또는 와인냉장고)는 와인애호가의 필수품목이다. 더러는 10~20년 뒤 자녀의 결혼식 때 오픈할 요량으로 와인을 보관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럴 경우에는 CAVE481같은 와인 보관 전문 업체를 활용하거나, 지하층에 별도의 셀러를 지어 와인을 보관하는 방법도 있다.
 
 
파스퇴르 방식으로 마시고 남은 와인 보관하기
 
“집에서 와인 한 병을 비우기엔 양이 너무 많다.” “와인을 남기면 산화되거나 상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집에 와인 셀러가 없는데 어떻게 보관할까?” 마시고 남은 와인 보관은, 필자가 자주 듣는 고민 중 하나다. 남기면 상할까봐, 아까워서라도 혼자 와인 한 병 다 비우느라 혼났다는 사람도 있다. 와인은 일단 개봉하고 나면 공기 중에 노출되면서 산화가 진행된다. 마시다 남긴 와인은 병 속에서도 산화가 진행되므로 결국 상하게 된다. 그러니, 이미 열어버린 와인은 빨리 마셔버리는 게 상책이다. 하지만 피치 못할 경우에는 와인 숍에서 판매하는 버쿰 세이버(vacuum saver)라는 기구를 사용해 와인 병의 상태를 진공으로 만들어 보관하거나, 질소가스를 넣는 방법도 있다.
 
필자가 주변의 고수들과 다양한 방법을 시험해본 결과 가장 확실하게 효과가 있으면서도 비용이 들지 않는 편리한 방법을 발견했다. 우선 와인 반 병(375ml) 용량 정도의 빈 물병을 준비한다. 유리병이면 더 좋다. 마실 와인만큼만 와인 병에 남기고 나머지는 물병에 담아 마개로 막은 후 와인셀러나 냉장고에 넣어두면, 적어도 1주일 정도는 원래 상태로 보관이 가능하다. 따르는 순간에는 어쩔 수 없이 공기에 노출되겠지만, 물병 속을 가득 채운(따라서 산소가 거의 없는) 와인은 산화될 가능성이 적어진다. 나폴레옹 3세의 명으로 와인 산화를 연구한 파스퇴르 박사의 결론이 이를 뒷받침하니, 믿고 따라해 보시라.
 
 
5월의 각종 기념일에 어울리는 와인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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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날 연휴에는 가족 캠핑을 떠나보자. 캠핑에 빠지지 않는 바비큐와 어울릴만한 와인을 고르라면 브루몽 레드(Brumont)와인을 추천한다. 과일 풍미가 짙은 품종을 사용해서 만들었으며 타닌이 부드럽고 살집이 있어 육류 요리와 잘 어울린다.(비노쿠스 수입)
 
★ 온 가족이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어버이날, 스파클링 와인으로 생기 있는 분위기를 연출해 보자. 일본의 한 TV 프로그램에서 동 페리뇽 로제 샴페인을 제치고 다수의 표를 획득한 로저 구라트 로제 브뤼(Roger Goulart Rose Brut)라면, 멋과 맛을 동시에 낼 수 있을 것이다.(와이넬 수입)
 
★ 로즈 데이에는 장미꽃 한다발과 위스퍼링 앤젤(Whispering Angel) 로제 와인이 어떨까. 마주한 연인의 볼이 장밋빛으로 살짝 물든 것이, 마치 잔에 담긴 로제 와인의 색과 같다고 느껴질 것이다.(금양 인터내셔날 수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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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승의 날에는 뷰 마넨 뷰 원(Viu Manent Viu 1) 와인으로 은사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해보자. 칠레 와이너리 중 국제 무대에서 가장 많은 상을 수상한 곳 중 하나인 뷰 마넨에서 말벡 품종으로 만드는 와인으로, 작황이 뛰어난 해에만 생산되는 프리미엄 와인이다.(하이트진로 수입)
 
★ 좀더 대담해지고 모험이 두렵지 않은 성년이 되는 날, 아포틱(Apothic) 와인의 신비로운 이미지와 감미로운 맛은 성년으로서의 첫걸음을 축하하기에 안성맞춤이다.(금양인터내셔날 수입)
 
★ 부부의 날과 어울리는 와인으로 덕혼 패러독스(Duckhorn Paraduxx)만한 것이 없다. 레이블만으로도 “다정한 원앙처럼 평생 사랑하자”는 의미를 충분히 전달하는 이 와인은 결혼 선물로도 큰 인기다.(나라셀라 수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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