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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종 (yoo@wineok.com)
온라인 와인 미디어 WineOK.com 대표, 와인 전문 출판사 WineBooks 발행인, WineBookCafe 대표를 역임하고 있으며 국내 유명 매거진의 와인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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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은 ‘라 돌체 비타(La Dolce Vita, 달콤한 인생)’의 달이다.
졸업과 입학, 입사, 결혼, 승진, 이사 등등 축하할 일도 많고 축하 받을 일도 많다. 게다가 젊은 청춘남녀의 공식적인 프로포즈가 허락된 2월 14일 발렌타인 데이까지,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사실 2월의 기념일 중 복병은 바로 발렌타인 데이다. 챙기자니 멋쩍고 그냥 넘어가자니 아쉬운 그런 날. 우리나라도 언제부터인가 '성 발렌타인의 날’이 가까워오면 전국의 베이커리들마다 초콜릿, 케이크, 꽃다발에 샴페인까지 진열해놓고 대목을 노린다. 꽃집이나 와인 샵까지도 포장된 선물박스들로 가득하다.
 
필자의 나이가 몇인데 발렌타인 데이를 신경쓰느냐고 묻는다면, 사정은 이러하다.
발렌타인 데이 날 오전, 사무실에 출근하면 의례 책상 위에 울긋불긋 반짝이는 포장지에 쌓인 초콜릿 상자나 꽃다발이 올려져 있곤 한다. 직장 상사라면 여직원들의 이러한 초콜릿 공세에 대한 답례로 무언가 해야 하는데, 3월 14일 화이트 데이까지 기다렸다가 츄파춥스 사탕 따위로 때우게 되면 “뭘 몰라도 한참 모르는” 둔한 상사로 찍히고 만다. 더욱이, 나이 든 유부남 상사에게 주는 초콜릿은 단지 의례적인 형식일 뿐이므로 감정이 담겼을 거란 착각은 절대 금물. 아무튼, 이런 날엔 직장 근처 레스토랑을 예약하든지 해서 여직원들에게 로제 스파클링 와인 한잔 곁들인 로맨틱한 파스타 정도는 점심으로 쏴야 한다. 그래야 센스 있는 신사로 대접 받는다.
 
그렇다면 집에서는?
딸아이와 아내가 챙겨주는 초콜릿이라 할지라도 세상에 공짜는 절대로 없다. 맛있는 생크림 케이크에 샴페인 한 병 정도는 사 들고 들어가야 소위 가장의 체면이 서는 것이다. 그냥 넘어갔다가 그날 이후 토라진 아내의 기분을 풀어주느라 명품 핸드백 하나가 들었다는 흉흉한(?) 소문을 들은 적이 있다.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게 되는” 것이다. 이쯤 하면 각자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감이 왔으리라 믿는다. 단, 사랑과 축복을 만끽하는 일인데, 카드 고지서를 받기도 전에 미리 걱정을 앞세우지는 말자.
 
누구에게나 그렇듯, 청춘이라는 시간은 인생에 있어서 눈부시도록 광휘로운 '화양연화’의 시간이다.
도니제티(Gaetano Donizetti, 1797~1848)의 유명한 오페라 '사랑의 묘약(L’elisir d’amore)’ 중, 네모리노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사랑을 얻고자 가짜 묘약(사실은 와인)을 마시고 '남몰래 흐르는 눈물(Una furtiva lagrima)’을 부르며 절절히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런 사랑 고백이 어울리는 날이 바로 발렌타인 데이라면,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노래를 감상하며 젊은 날의 첫사랑을 떠올리든 자녀의 빛나는 청춘을 응원하든) 가슴에 뜨거운 감성이 살아있는 한 이를 만끽하는 삶의 자세를 가지는 것도 멋진 일이다.
 
이런 날 평소 아껴둔 비싼 와인일랑 흔쾌히 열어 사랑하는 이들과 나눈다면 따뜻한 봄날도 빨리 찾아오지 않을까.초콜릿처럼 쌉쌀하고 달콤하며 시고 달고 텁텁한, 때론 시가나 에스프레소 향이 나기도 하는 관능적인 맛과 향의 정점! 지구상에서 가장 복합적이고 오묘한 술은 와인밖에 없으니까. 한편, 인생사가 대충 그렇듯, 축하할 일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품위유지비도 많이 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래저래 연말정산으로 꼬불쳐놓은 비상금 주머니까지 다 털린 후에야 비로소 2월의 축제는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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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에서 와인을 고르고 폼 나게 구입하는 방법을 몇 가지 알아보도록 하자.
와인을 잘 고른다는 것은, 요즘처럼 와인이 대세인 때에 자신의 능력과 매력을 증강시켜주는 아주 효율적인 방법 중 하나다. 와인 고르기의 핵심은 적시, 적재, 적소에 맞는 와인을 고르는 것인데, 이런 것에 밝으면'감각 있다’는 소리를 듣는다. 일반적으로 상품을 고를 때, 포장이 번듯하고 인지도 있는 상표를 구매하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자타가 공인하는 안정된 구매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와인의 경우는 다르다. 시커먼 병 안에 담긴 와인의 맛과 향이 어떨지도 모르고, 예전에 마셔본 와인이라 해도 '이게 어떤 맛이었더라?’ '얼마였지?’ 하기 일쑤다. 전문가적인 지식과 맛에 대한 정보로 무장하고 마음 편히 와인을 구매하기란, 어지간한 고수가 아니라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와인을 구매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은 가격이다.
와인은 몇 만원부터 몇 십, 몇 백 만원까지 수천, 수만 종이 존재하고 지출에는 언제나 한도가 있기 마련이다. 마케팅에서는 관여도에 따라, 구매 실패의 위험이 작은 상품을 저관여(Low Involvement) 상품, 구매 실패 시 리스크가 큰 상품을 고관여(High Involvement) 상품으로 구분한다. 대형 마트에서 구매하는 2-3만원 이하의 저관여 와인이라면 대충 기분 좋게 즐기면 되고, 설사 잘못 골라 맛이 없다 해도 음식을 조리할 때 주방용으로 용도를 바꾼들 그리 아깝지 않다. 하지만 가격대가 높아질수록 리스크가 커지고 그만큼 신경이 쓰이며 스트레스도 당연히 상승한다. 특별한 날이라고 호기를 부려 몇 십만 원짜리 와인을 샀는데 맛이 없다면, 돈도 돈이지만, 기분이 상한 걸 달리 보상받을 길이 없다. 하물며 이런 와인을 가지고 호스트라도 하는 날이면 여간 낭패가 아니다.
 
와인에 대한 기준을 세워보자.
예를 들면저녁 때 집에서 편하게 꺼내 마실 수 있는 데일리 와인, 와인을 종종 즐기는 지인들과 마시는 중간 정도 수준의 와인, 빈티지 차트나 와인 평론가나 매체의 평가를 따져가며 신중하게 즐기는 고급 와인, 특별한 날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일생일대의 와인 등 “자신만의 구매 범위와 규칙”을 정해놓으면 좋다. 또한 단골 와인 샵을 정하고 와인 수첩에 빈티지 차트와 구매내역, 장소, 가격 등을 기록해 놓으면, 가격을 흥정할 때 또는 할인하는 와인의 구매 장점을 비교할 때 유용하다.
 
와인을 마시는 즐거움 중 하나를 떠올려 보자.
사실, 같이 와인을 마시는 사람이나 기념일 등을 특별한 의미로 재해석하는 것이야말로 와인을 마시는 가장 큰 즐거움일 것이다. 따라서 결혼이나 러브스토리의 추억이 담긴 와인, 와인 양조가의 독특한 철학이나 와인 양조에 얽힌 특별한 사연이 깃든 와인, 영화나 드라마 또는 소설 등 극적인 사랑의 순간에 등장하는 와인처럼, 특별한 에피소드나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와인이라면 발렌타인 데이 와인으로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다. 그 대표적인 몇 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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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보르도의 생테스테프 AOC에서 생산되는 '칼롱 세귀르 Calon Segur’는, 레이블에 커다랗게 하트가 그려져 있어 프로포즈를 위한 와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다수 수입사 수입). 피노 누아 품종으로 만들며 '신의 물방울’이라는 유명한 만화에도 등장하는 도멘 로베르 그로피에 Domain Robert Groffier의 '레 자무레즈 Les Amoureusse’ 와인은 말 그대로 '사랑하는 사람들(연인)’이라는 뜻을 지니는데, 만화가 거둔 큰 성공과 함께 구하기 힘든 와인이 되어버렸다(비노쿠스 수입).
 
위 두 와인의 가격이 좀 부담스럽다면, 적당한 대안이 있다. '늑대와 빨간 망토’ 이야기를 아주 재미있게 레이블에 그려 넣은 '로바모르 LOVAMOR’라는 와인이 있는데, 이 와인은 스페인 카스티야 지방에서 알비요(Albillo)라는 토착품종으로 만든다. 포도나무의 수령은 110년이나 되었으며 바이오다이나믹 농법으로 포도를 재배해서 만드는 자연주의 와인(natural wine)이다(큐리어스 와인 수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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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타인 데이를 위해 준비한 초콜릿이나 케이크와 잘 어울리는 스위트 와인도 빼놓을 수 없다. '카비앙카 CA’BIANCA' 모스카토 다스티 와인은, 현재 전세계 젊은 와인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몰이 중인 이탈리아의 모스카토 품종으로 만든다(하이트진로 수입). 시저가 클레오파트라의 마음을 얻기 위해 재배를 명령했다는 브라케토 품종으로 만든 와인은 어떤가. 국내에 수입되는 브라케토 와인으로는 '가떼라 Gattera'브라께또 다뀌가 있다(와이넬 수입). 또한 "다크 초컬릿과 잘 어울리는 포트 와인"을 목표로 특별히 만들어진 와인도 있는데 '다우 너바나DOW Nirvana'리저브 포트가 그 주인공이다(나라셀라 수입).
 
마지막으로, 이별이나 실연의 아픔을 잊고 새로운 출발을 기대하게끔 만드는 와인이 있다. “슬픔이여, 안녕!”이라는 의미를 가진, 프랑스 보르도에서 생산되는 '샤스 스플린 Chasse Spleen’ 와인은 발렌타인 데이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와인이다. 프랑스의 천재 시인 보들레르가 이 와인을 마시고 우울증을 극복했다며 이름을 헌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와인을 마시고 슬픈 기억은 안녕! 이제 우린 정말로 행복해질 거야!”라고 덧붙인다면 정말 멋진 발렌타인 데이 프로포즈가 되지 않을까(다수 수입사 수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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