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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종 (yoo@wineok.com)
온라인 와인 미디어 WineOK.com 대표, 와인 전문 출판사 WineBooks 발행인, WineBookCafe 대표를 역임하고 있으며 국내 유명 매거진의 와인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와인애호가들의 회귀점 보르도>
 
 
보르도의 심장 메독MEDOC에서의
 
 
시간여행 [4]
 
 
 
 
글, 사진 _ 유경종
 
 
[보르도의 심장, 메독MEDOC에서의 시간여행] 마지막 편에 접어들었다. 와인 애호가의 길로 들어선지 10여 년. 많은 나라의 수많은 포도원과 와인생산자들을 만나왔지만 왠지 보르도만은 그간 인연이 없었던 차에, 이번 보르도 메독 지역을 여행하는 것은 나 자신이 13년 전 와인을 마시기 시작한 그 때로 회귀한 여행과도 같았다. 역시 모든 것들에는 근본이 있고 역사가 있고 전통이 있는 것이다. 그것들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시행착오와 끊임없는 노력에 의해서 만들어진다. 2000년 처음 마시고 반한 보르도 와인이 지금도 똑같은 맛과 감동을 줄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십여 년 만에 찾게 된 와인의 회귀점 보르도에서의 일주일은, 와인을 어떻게 즐길 것이며 우리 삶의 질을 어떻게 더욱 고양시킬 것인가 하는 소중한 깨우침을 준 시간이었다.
 
 
보르도 메독의 2012년 여름
 
이번 와인 여행의 주제는 와인의 고향, 와인의 기원이라 불리는 보르도의 메독 지역 집중 탐구였다. 우선 올해보르도의 여름 날씨는 예년에 비해서 10도 정도 낮아 서늘하다. 필자가 보르도를 방문한 때는 7월 하순 경으로, 프랑스 전역이 본격적인 여름 바캉스 시즌에 돌입하고 있었는데도 아침 온도가 13도 전후, 한낮의 온도가 겨우 23-24도 정도였다. 거기에다 하루에도 몇 번씩 비와 구름이 오락가락했다. 32-33도에 육박하던 7월 중순 서울의 날씨를 생각하면 제대로 피서를 온 셈이다. 평소 여름 폭서로 악명 높은 프랑스에서, 더위를 피해 보르도로 휴가 온 여행객들에 치여 식당에 자리잡기도 힘들겠거니 각오했건만, 여름의 서늘한 이상저온의 날씨로 인해 피서객들은 보르도 대신 더 따뜻한 남쪽으로 낚시나 해수욕을 핑계로 행선지를 바꾼 모양이었다.
 
올해와 같은 날씨 때문에, 포도를 재배하는 농부들은 수확기까지 건조하고 따뜻한 날씨가 지속되기만을 학수고대하며 날씨의 단점을 어떻게 보완해야 할지 고민 많은 여름을 보내고 있었다. 사실 이러한 이상 기후는 농부들에게 엄청난 노동력과 열정을 요구한다. 나름의 노하우를 지닌 노련한 와인 생산자들은 빈티지의 단점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새벽부터 분주하게 포도밭을 돌아다닌다. 와인 컨설턴트들은 여러 사토 주인들에게 불려 다니며, 병충해 방지, 포도의 완숙, 부족한 일조량을 보완하기 위한 대책 등을 마련하느라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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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보르도의 이상저온 현상과 더불어, 그리스와 스페인에서 발발한 유럽 경제 불황의 먹구름 또한 보르도 와인 생산자들에게는 또다른 골칫거리다. 고급 와인 생산 비중이 높은 보르도이다 보니, 경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알다시피 미국 경제의 침체와 유럽 전체의 불황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아시아 시장만 보더라도 일본과 한국의 경기는 이미 몇 년 째 침체기를 겪고 있으며, 오로지 성장하는 중국 경제와 중국인들의 통 큰 씀씀이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중국인의 그랑 크뤼 사랑도 작년부터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메독 AOC 와인들 중에서도 가격 경쟁력이 높은 밸류 와인을 아시아 와인시장에 적극 수출하려는 노력이 불가피해 보인다. 우리나라도 1년 전 한-EU FTA 체결 이후, 고급 보르도 와인만 찾던 시장에 세컨드(2nd) 와인, 써드(3rd) 와인, 새로운 브랜드 등 다양한 가격대의 보르도 와인 수입이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2011년이 2010년보다 약 11~12% 가량 수입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에서 보르도인들에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얼마 전 보르도 전 지역이 프랑스 정부로부터 문화재로 지정되어 꾸준히 관광객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과, 역사상 가장 완벽한 2009년 슈퍼 빈티지와 연이은 2010년 빈티지 또한 훌륭했기 때문에 이들의 주머니 사정이 지금까지는 좋아 보인다는 것이다. 물론 작금의 유럽 경제의 어두운 그림자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가 하는 불확실성이 관건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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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들의 보르도 사랑
 
필자는 이번 여행을 통해, 보르도를 견인하는 또 하나의 동력이 중국 자본임을 목격했다. 최근 중국인들의 보르도 와인 사랑은 홍콩 크리스티 와인 경매와 홍콩 빈엑스포 등에서 보여준 엄청난 열기로 증명되었다. 중국 음식과 잘 어울리는 보르도 와인의 특성, 세계 최대 채권 국가의 위상을 뽐내는 듯한 중국인의 과시성 소비 등, 보르도 1등급 와인 소비와 현재 중국 상황은 잘 어울리는 듯 보인다. 또한 엄청난 중국 인구가 보르도 와인 관광과 와인 유학으로 프랑스로 유입되고 있으며, 심지어 그들은 상속에 어려움을 겪거나 계속적인 투자에 어려움을 겪는 유서 깊은 샤토들마저 사들이고 있다.
 
단순한 기호나 취미를 넘어선 중국인들의 보르도 사랑은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을 암시하기도 한다. 사실 보르도에는 과거 수백 년 동안 다른 유럽 국가나 미국, 일본 등 다양한 해외 자본이 유입된 경우가 많았으며, 이러한 해외 자본이 실제로 보르도 와인산업을 견인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의 경우 워낙 인구도 많거니와 최근 계속된 중국 경제의 호황 속에 보르도 와인 애호가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이들 중국의 와인 애호가들은 값비싼 보르도 와인들을 계속해서 구매할 것이다. 물론 몇 년 전처럼 보이는 대로 싹쓸이 쇼핑하던 모습은 점차 사라지고, 공부와 열정을 바탕으로 양질의 와인애호가들이 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필자가 올 여름 생전 처음 방문한 보르도 어느 시골 마을의 와이너리 방명록에조차, 어마어마한 중국인들이 다녀갔음을 말해 주는 중국식 이름들이 가득 적혀 있었다. 즉 중국인들을, 와인 지식도 갖추지 않은 채 고급만 찾는 속물로 폄하해서는 안 된다. 시장규모로 보아 그들은 금새 우리나라의 와인 산업과 문화를 훌쩍 뛰어넘을 것이다. 규모로 보자면 우리나라 와인 산업은 중국에 비해 너무나 작다. 따라서 양보다는 질적인 측면에서의 수준 높은 와인문화를 이루는 것이 이들에 뒤쳐지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질적으로 높은 수준의 와인 문화란 무엇일까. 이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에 다다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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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차례에 걸쳐 연재한 [보르도의 심장, 메독MEDOC에서의 시간여행]에서는, 좀더 정확하고 업데이트된 보르도 메독의 와인산업에 대한 사실들을 중심으로 소개하고자 하였다. 또한 향후에라도 와인 여행과 관련한 몇 가지 팁을 WineOK.com을 통해 공유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메독 여행 중 특히 인상적이었던 샤토나 유명한 식당, 호텔 등을 사진 중심으로 소개하면서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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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이약의 제왕, 그랑 크뤼 클라세 1등급 샤토 라피트 로칠드의 지하 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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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독 최대 규모의 오크통 제조회사 Tonnellerie Nadal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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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테스테프 마을의 유서 깊은 수도원이자 샤토인 라피트 카르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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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과 예술의 만남이라는 새로운 경험을 준 라 와이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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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쉬 바쥬의 나라, 포이약의 빌라쥬 데 바쥬 마을과 카페 라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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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며...
 
와인 애호가의 길로 들어선지 10여 년. 많은 나라의 수많은 포도원과 와인생산자들을 만나왔지만 왠지 보르도만은 그간 인연이 없었던 차에, 이번 보르도 메독 지역을 여행하는 것은 나 자신이 13년 전 와인을 마시기 시작한 그 때로 회귀한 여행과도 같았다. 역시 모든 것들에는 근본이 있고 역사가 있고 전통이 있는 것이다. 그것들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시행착오와 끊임없는 노력에 의해서 만들어진다. 2000년 처음 마시고 반한 보르도 와인이 지금도 똑같은 맛과 감동을 줄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십여 년 만에 찾게 된 와인의 회귀점 보르도에서의 일주일은, 와인을 어떻게 즐길 것이며 우리 삶의 질을 어떻게 더욱 고양시킬 것인가 하는 소중한 깨우침을 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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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샤토 그뤼오 라로즈와 샤토 오너인 장 멀로씨다.여행을 하다 보면 가는 곳 모두가 다 친절하고 감동적인 것은 아니다. 어떤 곳은 작은 규모의 포도원인데도 지나가는 관광객을 사무적으로 상대하듯 해서 내심 불쾌했던 곳도 있었다. 그러나 생 줄리앙의 그랑크뤼 2등급 샤토 오너가 한국에서 온 방문객들을 직접 마중 나오고, 태극기가 게양된 샤토에서 오래된 1989년 빈티지부터 차례대로 와인을 시음한 기억은 특별한 추억이 되었다. 특히 친절하고 열정적인 모습으로 자기가 만든 와인을 설명해주는 포도밭의 남자 멀로씨를 보면서, 불과 이십 년도 채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샤토 카망삭 등 무려 4개의 유명한 샤토와 100헥타르가 넘는 규모의 와인 비즈니스를 성공적으로 이끌어가는 그의 능력에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멀로의 모습에서, 언젠가 내셔날 지오그래픽에서 본'토끼 한 마리를 잡기 위해서도 최선을 다하는 밀림의 제왕 사자’의 영상이 떠올랐다.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적당히 처리하지 않고 진정성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는 그의 모습은 황금빛 사자왕의 아우라를 지닌 채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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